제3의 기운

강선흥 조각展   2004_0622 ▶ 2004_0627

강선흥_제3의기운i-0401_스테인리스 스틸_57×34×12cm_2003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한국국제아트페어 홈페이지로 갑니다.

한국국제아트페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코엑스 인도양홀 부스 75호 Tel. 02_6000_2501

강선흥의 제3의 기운이 이제 안정된 궤도에 안착하여 착실하게 운행되고 있다. 필생의 화두라고 할만한 그 기운의 추구는 폭발적인 내면의 충동을 제어하면서도 공간에 충실한 새로운 어법으로 다시 조형화한다. 그것은 응축된 힘과 확산되는 힘의 절묘한 균형을 통해 거대한 가능성을 예견케 한다. ● 제3의 기운은 강선흥이 추구하는 힘의 결정체이다. 그것은 반드시 제1, 제2의 힘이 있어서 제3의 힘이 있다는 산술급수적인 힘이 아니라 그 자체 완결된 힘이다. 마치 피라미드구조 안에서 시간을 제어하는 힘이 느껴진다거나 피라미드의 안정된 외관에서 확산되는 힘과 응축되는 힘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 것과 같은 힘이 강선흥의 작품에서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 힘은 보이지 않는 힘, 사물에 내재하는 힘, 느껴지는 힘, 그리고 반복에서 오는 힘이다.

강선흥_제3의기운i-0402_철_123×27×25cm_2004

피라미드의 안정된 구조와 기운에 해당되는 강선흥의 조각적 구조는 육면체에서 비롯하는 것과 육면체를 지향하는 것으로 구분된다. 먼저 육면체에서 비롯하는 것으로서 어떤 육면체는 중동이 부러졌다가 다시 접합된다. 그것은 바네트 뉴만(Barnett Newman1905-1970)의 "부러진 오벨리스크(1966)"를 연상케 한다. 뉴만의 부러짐은 부러진다고 하는 현상과 그것을 뒤집어 접합하였다는 결과를 제시하여 사람들에게 상식이 배반당하는 쾌감을 준다. 반하여 강선흥의 작품에서는 부러짐이라는 물리적인 현상이 남기는 힘의 과정과 흔적을 남김으로써 그 보이지 않는 힘의 원동력을 보는 사람이 추체험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어떤 육면체는 모서리가 깎이고 다듬어져서 최종적으로 육면체였던 기억만 남아 있다. 그것은 조각의 기본개념인 깎아 들어간다는 차원이 아니라 쟈코메티(Alberto Giacometti 1901-1966)의 젓가락 같은 인간상을 연상케 한다. 쟈코메티는 붙여나간다는 조소의 근본 취지를 역행하여 뼈대 위에 붙였던 흙을 제거하고 해체하여 미이라같은 인간상을 창출했다. 그 효과는 실존이라는 굴레를 쓰고 삶의 무게에 항변하는 인간의 고뇌를 닮았다.

강선흥_제3의기운i-0404_스테인리스 스틸과 대리석_28×27×12cm_2004

그러나 강선흥의 형체는 조각의 개념을 극대화한다. 괴체를 깎아 들어간다는 조각의 개념은 강선흥에 있어서 괴체의 무게를 줄이거나 힘을 분산시킨다는 것이 아니라 깎기 전의 괴체가 발휘할 수 있었던 중량감과 당당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상승하는 시각적 힘으로 느껴지게 한다는 데에 그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마치 쟈코메티의 인간상이 역설적 조소기법으로 실존적 인간상을 창출하듯이 강선흥은 깎고 다듬을수록 폭발적인 기운이 괴체의 중량감을 해체하여 상승하는 효과를 증폭하고 있다.

강선흥_제3의기운i-0407_고흥석_48×48×48cm_2004

또 하나의 경향으로는 육면체가 아니면서도 육면체적인 발상과 육면체적인 테두리의 기억과 그 향수를 간직하고 있는 조형을 들 수 있다. 그것은 마치 형상으로 형성되기 전의 괴체와 떨어져나간 파편들이 전부 재집결한다면 육면체로 재구성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다시 말해서 강선흥의 작품은 완결된 조각의 형체 안에 설치미술(Installation Art)의 본질적 정신을 내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외표되는 기가 아니라 내재하는 기를 목표로 하는 작가의 명증적인 눈과 그것을 끄집어내는 명석한 예지에서 온다.

강선흥_제3의기운i-0408_청석_53×40×36cm_2004

그렇게 기를 이끌어낸다는 사상은 두 개의 접근방식으로 설명될 수 있다. 먼저 구조에서 오는 경우이다. 마치 뼈대를 살리면서 정육면체를 파고 들어가되 얼마만큼 많은 공허공간을 살릴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듯한 구조가 있다. 유한한 공간에서 무한 공간을 연상케하는 것이 얼마나 가능한지 그 무한에 도전하는 듯하다. 나아가 그 공허공간을 형성했던 실체로서의 괴체들은 이미 작품을 만들기 위한 선행개념이겠지만 치워지고 나서도 마치 그 자리거나 약간의 공간을 두고 놓여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무한확산의 충동이 어느 순간 정지된 것처럼 보인다.

강선흥_제3의기운i-040_대리석_23×33×13cm_2004

또 하나의 기를 이끌어내는 접근방식은 절제된 힘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경우이다. 매끈한 원호가 풀무의 바람집처럼 반복적으로 벌려져 있다. 바람집은 크기와 부피와 방향이 달라 마치 뻗어나가는 힘이 갇혀 있는 듯한 팽팽한 긴장이 감돈다. 그러나 그 바람을 만드는 힘은 풀무를 터트릴 수 있는 힘도 아니고, 다른 어떤 곳으로 보내 폭발적인 힘을 전이할 수 있는 출구도 없다. 단지 그 자체 하나의 힘의 원천으로서 책꽂이에 꽂혀 있을 따름이다. 마치 무한확장될 수 있는 힘의 시점을 고착시켜 보여주는 듯한 절제가 있다. ● 확산과 수렴의 엄정한 절제, 거기에 강선흥 작품의 무한한 가능성이 제3의 힘으로 구현되고 있다. ■ 김영재

Vol.20040624c | 강선흥 조각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