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따라잡기

최양미 사진展   2004_0624 ▶ 2004_0630

최양미_친구따라잡기_흑백인화_40×40"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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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624_목요일_07:00pm

문화일보 갤러리 서울 중구 충정로 1가 68번지 Tel. 02_3701_5757

친구 따라잡기를 말한다. ● 얼굴에 한껏 밝은 웃음을 피워내며 혹은 서로의 팔짱을 끼고, 혹은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 사진 속의 주인공 A와 B는 친밀감이 넘쳐난다. 다음의 두 번째 사진은 첫 번째 사진과 비슷한 장면과 분위기임에 틀림없지만 이번에는 인물이 B와 C로 바뀌었다. 또 다음 사진은 역시 앞의 사진과 분위기와 배경이 비슷하지만 인물은 C와 D로 다시 또 바뀐다. ● 이렇게 인물이 한사람씩 바뀌어 가는 사진을 따라가다 보면, 한가운데 사진가 자신이 두 명의 친구들과 등장한다. 이는 사진가가 자신을 출발점으로 하여 친구 둘을 만나 사진을 찍고, 그 둘의 친구는 자신의 또 다른 친구 한 명과 사진을 찍어가는 연결의 형식을 채택한 것인데 아무래도 케빈 베이컨의 6단계라는 게임과 등가치적 짜임새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최양미_친구따라잡기_흑백인화_40×40"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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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과학콘서트」에 소개된 '케빈 베이컨의 6단계(Six degrees of Kevin Bacon)'게임이란, 영화에 함께 출연한 관계를 1단계라고 했을 때, 다른 할리우드 배우들이 케빈 베이컨과 몇 단계만에 가장 빨리 도달 할 수 있는가를 찾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게임에서 대부분의 할리우드 배우들이 여섯 단계까지 가기 전에 케빈 베이컨과 연결된다는 점이다. ● 결국 이 게임은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여섯 단계만 거치면(Six Degrees of Separation) 서로 알고 있다' 라는 서양에서 오래 전부터 내려오던 통념(무선전신과 라디오의 발명자 마르코니 Marconi가 주장했다는 설이 있기도 하다)을 다시금 확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 그러므로 이 작업은 놀이로서의 사진-케빈 베이컨 게임,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람이다.' 라는 점을 사진이라는 미디어로 풀어낸 것이다. 이 케빈 베이컨 게임을 통해서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 찾기를 시도한다. 문화적 자기정체성이란 민족주의나 국수주의를 포장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한 나라 또는 개인의 역사, 정치, 사회적 조건들 속에서 결정되는 자기존재의 특성을 연구하고 그 안에서 보편적 가치를 발견해 내는 것이며, 예술에 적용될 경우 매체의 총체적 구성이나 체계를 포괄하는 표현형식에 의해 실현해 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지역 또는 자신을 주목하는 일이며,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인식하는 자성의 과정이기도 하다.

최양미_친구따라잡기_흑백인화_40×40"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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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모더니즘 시대의 중요한 화두였던 거대 담론(Grand Narrative)이 붕괴된 이후 일상과 주변의 삶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예술의 경향 역시 이에 따르는데 기인하는 것이다. 리요타르는 모더니즘의 큰 특징들 가운데 하나를 '거대담론'으로 보고있으며 포스트모던 시대의 큰 특징들 가운데 하나를 '거대담론에 대한 불신'으로 해석한다. 거대담론이 소진되기 시작한 90년대에 들어 점차 전체주의가 아닌 이른바 각기 무수한 타자와의 상호관계성 혹은, 개인성을 자각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 포스트모던 시대는 다양성, 다가치, '다름'을 인정하는 미세담론의 시대이다. 최양미의 사진은 이 미세담론을 따르고 있다. 예컨대 고등학교 혹은 대학 동창들이 오랜 시간이 지나 환경의 변화를 겪어오며 변화하는 과정에서 친구 혹은 친구의 친구들을 사진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현실공간으로 확장시킨다.

최양미_친구따라잡기_흑백인화_40×40"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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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화면에서 활짝 웃고 있는 친구의 친구들은 저마다 달라 보인다. 개성의 다름이 보이고 패션 취향의 다름이 보이며 비슷한 포즈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바라보는 사진 속의 주인공들은 각자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음이 읽혀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최양미의 사진 속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거나 팔짱을 끼거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편안한 웃음으로 화사하게 피어나고 있다. ●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고 그것을 타자에게 보여주고 말하는 것은 일상성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포스트모던 표현의 방법인 것이다. 최양미는 이것을 통해 그간 00엄마 또는 아줌마 등으로 불리며 잊혀지기 쉬웠던 여성들 개인 개인의 정체성을 찾아 모델이 된 친구들에게 돌려주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스스로를 찾아가는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 고형모

Vol.20040624a | 최양미 사진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