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혹은 아홉아닌

아홉, 혹은 아홉아닌-금강용_九不像-金剛龍 ● 지난 1999년 12월 31일 다가오는 새 천년의 해를 기다리며 설레이는 마음 가눌 길이 없었다. 미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무언가 작은 보탬이라도 될 수 없을까? 미래에 태어날 어린이들에게 선물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용의 캐릭터를 만들어 내고 싶었다. 그리고 금강용이라 이름지었다. 「九不像」인 「金剛龍」은 새 천년의 용으로서 기존의 용이나 기린(Ky-Lin)에서 한층 진화된 새 시대의 이념을 담고 있다. 범어 Vajra는 대일여래(大日如來)의 지덕이 견고하여 일체의 번뇌를 깰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금강용의 머리는 Vajra처럼 단단하고 투명하게 빛난다. 그 뿔은 일견 생태계의 순리를 거역한 생명체인 식충식물의 선모처럼, 촉촉한 '이슬'을 머금은 듯 부드럽고 영롱하게 빛난다. 또한 새시대의 정보망의 첨단기능인 '안테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뿔은 금관모양또는 다른 금속이나 식물 등으로 재질이나 형태가 시시각각 필요에 따라 변신한다. 금강의 머리는 마치 금강경의 진리를 머금은 듯 백두산, 설악산, 금강산 등 삼라만상을 비추어 낸다. 몸통부분은 새 시대의 화두인 '녹색식물'을 닮았다. 그 몸의 그물무늬는 '우주의 원리'를 상징한다. 몸은 끊임없이 길고도 길어 꼬리는 '지구의 한 자락'에 그 끝을 드리우고 있다. 그러나 때론 그 꼬리는 아주 작아지기도, 투명해서 보이지 않기도 한다. 그 때의 모습은 마치 새싹이 싹틀 때의 모양처럼 둥근 원으로 별을 닮았다. 그리곤 우주를 향해 유연하게 비상한다.

박소영_아홉, 혹은 아홉아닌-꿈나무_은세공, 수제한지에 수묵담채, 은채, 감물_23×33cm_2004

박소영_아홉, 혹은 아홉아닌-금강용_금판, 수제한지에 수묵담채, 감물_23×33cm_2004

박소영_아홉, 혹은 아홉아닌-꿈나무_은세공, 수제한지에 수묵담채, 금·은채, 감물_35×40cm_2004

四不像 ○ "사불상 四不像 Pere David deer/Elephurus davidianus 포유류 우제목(偶蹄目) 사슴과(科)의 한종. 야생종이 알려지지 않은 1속(屬) 1종(種)의 진귀한 사슴이다. 머리는 말, 꼬리와 몸통은 당나귀, 발굽은 소, 뿔은 사슴과 비슷하지만 이들은 어느 것과도 다르므로 사불상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_Encyclopaedia Britannica, 제1회 박소영 개인전 작가노트 ● 九不像 ○ "호랑이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고, 사슴(고라니)도 아니고, 토끼도 아니고... 이 동물은 이름없는 놈이다." 九不像은 사람(유교), 노승(불교), 강태공(도교), 귀신(무속), 곰, 호랑이, 용, 토끼, 고라니(사슴) 이 9가지를 닮았으면서도 그 어느 것도 아니다. 이는 우리 민족에 녹아 내린 정신세계를 뜻한다. 이러한 현상은 인류진화와 문명발달 단계와 관련이 있다. 태고로부터 염모해 오던 '그 어떤 모습'은 각 시대정신의 부산물이며 전적으로 예술가의 상상력에 의해 생명을 얻는다._한국미술에서의 四不像연구_1998 ■ 박소영

박소영_아홉, 혹은 아홉아닌-청초호_수제한지에 목판, 지판, 수묵담채, 색한지_35×44cm_2003

박소영_아홉, 혹은 아홉아닌-금강용_금판, 수제한지에 수묵담채, 감물_33×23cm_2004

박소영_아홉, 혹은 아홉아닌-금강용_장지에 수묵담채, 수정분_50×42cm_2000

"우리 전통사회에서 사불상하면 귀천없이 만민이 지향했던 이상적 人間像을 의미하였다. 어질면서 어리석게 행세하는 것이 一不이며, 이름을 떨치면서 凡人행세를 하는 것이 二不이며, 공을 세웠으면서 내세우지 않음이 三不이고, 정을 주고서도 나타내지 않음이 四不이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이상적인 인물이 四不像이다."_四不像_조선일보_1994. 12. 13 ■ 이규태

Vol.20040623c | 박소영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