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조흥갤러리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4_0618_금요일_06:00pm
참여작가 강미선_윤연원_최미수_김경희_김순철_정현순_한명진_김영화_유미란_이은호 강경아_이수진_김선강_이은정_이준희_하연수_안진의_윤희정_이진원_홍지윤 김수영_이은아_박현정_조미영_이여운_구본아_유윤빈_김보미_손민영_이현정
조흥갤러리 서울 중구 태평로1가 62-12번지 조흥은행 광화문지점 4층 Tel. 02_722_8493
각자의 마음과 삶을 흡입하여 작은 박스 안에 응고시킨 2003년 『소통』展에 이어, 금년에는 여백 30인이 삶 속에 내재된 언어를 그리기를 통해서 풀어나가는 '대화(Dialogue)'란 주제를 가지고 사각 틀을 벗어난 자유로운 형태로 동양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번 19번째 『여백』展은 공동의 주제를 가지고 그 동안 고민한 작업과정과 성과를 평면, 설치, 드로잉 등 다양한 작업형태로 보여준다. 드로잉을 이용한 '수다터널' 형태인 공동작업을 볼 수 있으며 참여한 작가들마다 다른 형태로 '대화'를 만들어내는 미술과의 만남이 마련된다. ■ 여백
더 많은 상상과 대화● 1. '여백회'의 19번째 정기전은 지속성과 결속력에 있어서 다소 놀라게 만드는 무엇이 있다. 사실 실천적 선언으로 주목을 끌다가 지속성을 상실해 가며 명멸하는 그룹들을 많이 보아온 터라 이 여류동인회를 이끄는 힘이 자못 궁금하기 때문이다. 집단적 동인(同人) 운동이 초기의 공동정신을 유지하며 지속해 나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집단은 날로 커지게 마련이며 이념은 점차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 ● '여백회'를 이끄는 힘은 무엇이며 모임의 정체성을 구현할 공동의 정신을 갖고 있는가, 동인들이 지향하는 회화적 주제와 관념적인 경향성이 창작적 자극이 되거나 동료 경쟁자들을 가지고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 답변과 결론은 잠시 유보해둘 수밖에 없다.
2. 여백은 시공간의 사유를 매개로 한 전통회화 시대의 개념으로 공간적 상상 이 무한시간을 압축하면서 시간 속에 응축된 자연과 인생의 의미를 관조할 수 있는 유효한 개념이었다. 그러나 현대적 여백은 시간의 증폭(차별) 과 확산에 의해 공간의 의미가 달라지고 가상이 현실을 압도하는 유동하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 현재로선 '여백회'의 가치지향은 공간적 상상과 관조의 의미가 강하지만 현실에 기반한 시대적 징후를 어떻게 독해하고 작품으로 승화시키느냐는 현대성의 개념과 관련하여 주요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기술진보에 따른 미디어적 현상이 낳은 현실변화가 너무 강력하기 때문이다. ● 이 문제에 관한 '여백회'의 몇 차례의 세미나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지만 두 가지 방향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① 미디어와 기술의 진보에 따른 시간성의 변화를 수용, 변형시키면서 조형적인 완성을 기할 것인가 ② 다른 전략으로는 속도에 거스르는 역시간적 사유와 직관을 통해 현상을 타개하는 주관의 전략을 보이겠는가
3. 다른 문제로 '여백회'는 동시대성을 담지하는 현실인식과 표현의 방법을 어느 정도 개척해 왔는가, 혹은 전통정신을 추출하여 새로운 해석의 실마리로 잡은 적이 있는가, '여백회' 동인의 전시에서는 현실인식을 강하게 표현하거나 기법의 특이함으로 대중을 사로잡기보다는 내면의 세계를 심화시키고 정감어린 감정을 포착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인상이다. 감흥의 순간은 바람과 같아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야한다. 표현의 정신성, 기법적인 세련미, 조형의 독창성, 남 다른 감성 등이 붓의 숙련과 함께 녹아있어야 하며 감각적 긴장이 작품에 서려있어야 한다.
그러나 내면의 감정으로 포착한 세계가 정태적인 세계여서 작품을 보는 긴장과 리듬이 깨어지고 선과 색에서 발하는 심미적 효과가 감소하게 된 다. '여백회' 동인 작품에서 선과 색, 구성의 자유로움으로 대중적 파격을 안겨준 적이 있는가? 계속적으로 시도되기는 하지만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 대중적 파격이라는 말은 작품을 통해 현대적 조형언어의 창조하는 시도를 의미한다. 현실을 바탕으로 대중과의 감성적 간극을 좁히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4. '여백회'는 생활에서 포착한 일상의 의미를 작품을 통해 전개시키면서 내공을 쌓아왔다고 할 수 있다. 생활은 단순 반복적이기도 하지만 불규칙한 리듬으로 예측하지 않은 긴장과 충격을 준다. 생활 세계에 있는 주변 사물들을 예의주시하고, 의미를 전복시키고, 발언하지 않는 것들을 발설하게 만드는 힘은 상상의 힘과 대화에 있다. 정태적 세계가 의미 있는 일상의 재구성이 되려면 더 많은 상상과 대화가 필요하다. ■ 류철하
Vol.20040623b | 제19회 여백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