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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623_수요일_06:00pm
개막행사_제3회 다음작가상 수상자(지성배/함양아) 시상식 주최_박건희문화재단
작가와의 대화_2004_0701_목요일_03:00pm~05:00pm
인사아트센터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B1 제1전시실 Tel. 02_736_1020
현상계의 우물에서 길어올리는 영적인 시간성 ● 내가 보고 있는 것(what I see)은 내 주관(what I want)에 달려있고, 내가 생각하는 것은(what I think) 내가 받은 정보(what I wish)들의 결합일 뿐이다. ● 우리가 받아들인 시지각 정보는 사실상은 현상계의 실체라기 보다는 지극히 제한적인 개체의 상징적 이미지들이 연속적으로 압축되어 전달된 정보일 뿐이라는 점이다. ● 그러므로 세계를 바라보고 인식하는 우리의 인지능력과 프로세스자체는 이미 주관적 선택에 의한 정보(selective information )라는 명제가 성립된다. ● 이승준의 비디오와 영상설치작업은 바로 이 철학적 회의와 물음의 지점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현상계에 대한 우리의 주관적, 선택적 정보와 선택적 무의식(selective unconsciousness) 속의 정보영역까지를 들추어내고, 절대적 진리나 현상계의 근원에 비추어 볼 때 지극히 편협하고 왜곡된 우리의 제한적 시지각 능력에 대한 자기반성적 물음일 것이다.
이승준의 작업은 그렇게 현상계의 에너지와 사물의 이동 ,순환의 법칙을 주목하면서 사물과 사물사이의 상호 연계성과 호환성, 전체와 부분의 유기적 관계성, 의식과 무의식의 교차들을 프레임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그 프레임들은 현상계에 대한 이승준의 관찰자로서의 시선과 응시를 집요하게 포착하고 있으며, 지극히 일상적, 현실적 시공간에 대한 개인적 기억과 관심의 모티브들을 사회적, 심리적, 시공간으로 증폭시켜 이슈화하는 탁월한 역량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개인에 의해 편집된 객체적 이미지 자신이 점거하는 에너지들을 다시 거꾸로 외지(사회)로 송신하는 과정에서 그 에너지의 파장을 극대화시키는 송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파도의 이미지와 샤워하는 사람, 그리고 샤워기의 이미지들을 3채널로 구성한 「In the Bath」를 보면 물이라는 동일한 소재를 둘러싼 상이한 현상계의 이미지들이 내러티브 구조를 갖는 사건구성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물이라는 공통분모를 제거하면 전혀 이질적인 상황으로 단절되어버리는 미묘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 즉, 망망대해의 자연현상과 지극히 개인적인 샤워장면, 그리고 클로즈업된 샤워기가 상호관련을 맺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상이한 시간대와 상황들로 분리되는 이중성을 은밀히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승준은 이 지점에서 전체와 부분, 자연과 인간, 그리고 오브제라는 현상계의 이질적 에너지의 흐름을 3개의 프레임 속에서 통합 혹은 분리시킴으로써 시간과 공간의 이동과 순환이라는 그의 작업의 중심테제를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Bungee Jump」는 하늘을 나는 인간의 이미지를 거울의 반사효과와 같은 두개의 프로젝션으로 구성하여 긴장과 스릴이 넘치는 동작의 흐름을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그것으로 희화화시킨다. 현존하는 현상계의 물리적 운동에너지가 인위라는 작위성에 의해 조작될 때 그것은 엔트로피의 무질서 증가법칙을 연상시키는, 중력에서 자유로운 역설적 위배의 내러티브를 제시하는 것이다. ● 이동과 순환에 대한 이승준의 집요한 추적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Moving Sidewalk」과 「Looking at Magic Island」는 중층적 시간의 층위들을 무모하리 만치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전자의 경우는 컨베이어 위의 움직이는 대상이 다른 화면 속에서 바뀌면서 변형(ANAMORPHOSIS)의 흔적으로 화면 밖으로 사라진다. 여기서 시간차의 조절에 의해 명멸하는 이동의 이미지들은 어디론가 끊임없이 이동하는 현대인의 유목적(MONADIC) 상황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그림자처럼 사라지는 이미 지속에서 공허한 적막감마저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분할된 화면사이를 오르고 내리는 「Looking at Magic Island」는 프레임을 지지하는 구조물의 설치에 의해 일상적 엘리베이터의 승강현상을 포착하고 있으면서도 분할된 색채와 프레임들에 의해 오전과 오후사이의 빛의 미세한 변화들을 머금은 시간의 층위(켜)들을 전체로서 관찰하게 한다. ● 시간의 정지와 이동이 프레임의 편집에 의해 수직으로 상승, 하강하는 시공간의 절묘한 일치와 불일치현상을 극명하게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10채널 비디오를 파노라마의 시노그래피(scenography)로 연출한 「Mistaken Appointment at 7-Eleven」은 동일인물이 다중적 화면에서 한사람의 전화를 받고 있는 상황설정의 시퀀스를 통해 발신자와 수신자, 권력과 통제의 시스템, 이미지의 편재성 등의 복층적 메시지를 모니터 싱크로나이징(monitor synchronyzing)기법으로 구현하고 있다.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의 모티브에서 출발된 이 작품 속에서 잘못된 약속에 의해 7-ELEVEN앞을 서성거리며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있는 청년의 모습이 마치 보이지 않는 조지오웰적 감시와 통제 시스템에 노출되어버린 동시대의 초상을 연상시킴으로써 관람자의 실소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 이승준의 이동과 순환이라는 지속적 중심테제의 하이라이트는 「Flyer Woman」에서 발견된다.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반대편에 사는 특정인물을 추적하여 그 이동상황을 화면에 담은 후 그것을 다시 아파트 전체의 층수만큼 복제 편집한 이 작품은 집요함을 넘어서는 분열과 착란의 지점까지를 폭로하는 듯 하다. ● 그것은 현대인의 도착증세와 관음적 시선들을 동일인물 위에 무자비하게 투사하는 지경을 연출하고 있어, 단선적 시공간을 끝없이 반복 왕래하고 있는 인물 이미지 위에 관람자 자신의 초상이 오버랩 될 때, 차라리 개미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을 때의 오만한 자기우월적 연민의 시선이 거시적 관점으로 과대포장되기까지에 이르른다.
이번에 선보이는 이승준의 시리즈 작업들은 이러한 작가의 관찰자적 응시의 집요한 시선들을 통해 현실 속의 사건구성을 다른 시간대로 전이, 이식시키고 있다. ● 그의 프레임 속에서 순간적 시간의 이동은 편집된 영속적 순환의 시간대로 치환되기도 하면서 전복된 현상계의 에너지와 사물의 이미지가 심리적 시.공간 속으로 편입되어 현상계를 통찰하는 초월적 명상의 순간들을 이끌어내기도 하는 것이다. ● 그의 작업이 현단계에서 다소 동어반복적 요소와 단조로움의 문제를 내포하고 잇는 것이 지적되어야 할 것이나, 그것이 오히려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해가며 본질에 접근하는 유효한 힘을 지닌 단순성(simplicity)의 단계별 전략으로 읽혀지는 것은 그의 작가적 역량이 담보하는 다음단계에 대한 확신에서일 것이다. 그가 만들어내는 중층적, 다시점의 시공간들이 현상계의 우물 속에서 봉인된 시간의 두레박을 은밀히 길어올리는 영적인 시간대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 이원일
■ '다음작가상'은 박건희문화재단에서 사진과 영상을 매체로 작업하는 역량 있는 젊은 작가들을 후원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2002년에 처음 제정되었습니다. 박건희문화재단은 지난 작업의 포트폴리오와 새로운 작업계획서를 심사하여 순위 없이 두 명의 작가를 선정하여 지원하고 있습니다. 수상자들은 다음 해에 전시와 작품집을 통해 일년 동안 작업해온 결과물을 발표하게 됩니다. ● 이 전시는 2002년 '다음작가상' 수장자(이강우/김윤호)에 이어 2003년 '다음작가상'을 수상자(방병상/이승준)가 박건희문화재단의 후원금을 받아 지난 1년 동안 작업한 창작물을 발표하는 장입니다. ● 그리고 전시 개막일인 2004년 6월 23일 수요일 오후 6시에는 올해 5월에 공모한 "제3회 다음작가상"의 수상자(지성배/함양아)의 시상식이 함께 열릴 예정입니다.
Vol.20040622c | 제2회 다음작가상 수상자 이승준 영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