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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년_0623_수요일_06:00pm
진흥아트홀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104-8번지 진흥빌딩 1층 Tel. 02_2230_5170
"0"이란 주제의 이번 전시는 타원에 대한 편집증적 물음이자 그것에 대한 관찰이다. 여기서 "0"은 숫자의 0이 아니고 타원의 모양을 본 따서 만든 일종의 상형문자이다. 유승덕의 작업방식은 지극히 단순하다. 노동집약적이지만 작가주관적 독창적인 형태의 추구는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제멋대로 생긴 원석을 다듬어서 "알"의 형태를 만들거나 원목을 절단하여 타원형의 단면을 얻어내는 두 가지 일의 반복이다. 이런 단일한 형태의 추구는 수학적법칙에 의해 생겨난 절대적인 질서의 형태와는 거리가 먼 비대칭형 타원으로써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에 의하면 이러한 이상적인 기하학적 형태의 변형은 입체를 순수기하학이라는 영역에서 비껴 나게 하여 여러 변이와 변수가 개입된 우연의 세계에 놓이게 만든다고 했다. 불확정적 우연성은 무한한 해석가능성을 던져주는 것으로서 의도된 형태와 시점에서만 의미가 발생하는 형식과는 전혀 다른 개념을 형성한다.
이러한 우연성의 상황을 발생시키기 위해 작가는 비대칭형 타원형태를 일관되게 만들어 나가고 관찰한다. "관찰"이 그의 작업에 처음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La pelouse"를 통해서 인데, 이 작업은 잔디의 생성과정을 3개월 여 동안 매일 사진으로 기록하여 소개한 것이고 그 이후에도 죽은 나무에 대한 관찰을 주제로 한 "L'arbre mort"(2000년)등의 작업으로 이어진다. 작가가 프랑스 체류당시에 시도했던 이 작업들은 이번 전시에 나타나는 "만들어가며 관찰하기"와는 유사성을 띄면서도 관찰자의 대상물에 대한 개입이 철저히 배제된 관조자적인 입장에서의 관찰이었다. 자연물의 생성과정을 관찰이라는 방식을 통하여 들여다봄으로써 작가가 창작의 주체가 아닌 근원적인 현상을 소개하는 영매역할로 등장하는데 이는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예술창작에 관한 미학과 노자의 무위(無爲) 사상에 근거한 작업태도로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관찰이란 자연현상이나 특정한 대상물을 관찰자의 물리적이고 의도적인 개입 없이 살피고 기록하는 행위를 말하지만 그는 이번 작업을 통하여 이러한 관찰의 일반적인 개념과는 차이가 있는 "만들어가며 관찰하기"를 제시한다. 여기서 "만들어가며 관찰하기"란 관찰자가 관찰대상물을 물리적으로 변화시키면서 그 과정을 살펴 나가는 것으로, 자연의 산물인 원석과 원목이 재료를 다듬는 작가의 노동과 만나 타원형이라는 일관된 형태로 변화되어가는 과정에 대한 연속적 관찰이다. ● 질료들의 각기 다른 고유의 특성과 시시각각 변화되는 작가의 정서적 차이 같은 우연성의 개입 하에 만들어진 타원형들은 모두다 서로 닮아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고유의 형태를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관찰의 결과는 이번 전시를 통하여 설치[0-Accumulation / 0-Spiral]과 디지털 프린트[0-bois / 0-pierre] 작업으로 선보이게 된다.
퍼포먼스 비디오 작업인 [0-la trace de l'ellipse]는 이미 만들어진 타원형의 물체(돌)들의 운동궤적에 관한 관찰을 모티브로 한 것들이다. 한 남자(작가)가 수십 개의 타원형의 돌들을 하나씩 굴려서 일정한 지점에 모아놓는 행위를 반복한다. 돌은 타원의 성질에 의하여 자꾸만 궤도를 벗어나려 하고 남자는 애를 쓰며 원하는 목표점으로 돌을 굴려가려 한다. 타원체의 자유분방한 운동성과 인간의 물리적인 개입 사이의 작용과 반작용은 10분 40초 주기로 순환하며 돌무더기를 만들어간다. ● 작가는 이러한 인위적인 것과 타원의 궤적처럼 예측 불가능한 것 사이의 긴장관계를 모든 창작의 근원으로 보고 타원형상의 반복적인 제작과 관찰을 통해 이미 경험되어진 세계가 아닌 경험되어질 세계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 유승덕
Vol.20040621a | 유승덕 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