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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4_0616_수요일_06:00pm
『Vegetarian Sculpture』프로젝트는 제작/설치 과정과 결과를 단계별로 공개/전시하는 것으로 아래 일시와 같이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집니다.
1차 / 2004_0606 ▶ 2004_0613 / 03:00pm~06:00pm 2차 / 2004_0616 ▶ 2004_0716 / 11:00am~07:00pm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_이전 PROJECT SPACE SARUBIA_Moved 서울 종로구 관훈동 74번지 Tel. +82.(0)2.733.0440 www.sarubia.org www.facebook.com/pssarubia www.twitter.com/sarubiadabang www.instagram.com/pssarubia
박원주는 이번 전시에서 본격적으로 일반사무용품인 A4용지를 이용한 작품을 보여준다. 2002년부터 A4용지를 사용한 작품들(벤치, 로즈 윈도우, 지붕얹기, 칸막이)이 있었는데, 작가는 이를 통틀어 'Vegetarian Sculpture'라 명명한다. A4용지는 조각의 일반적 재료로 쓰이고 있는 돌, 철 등의 무거운 재료에 비해 훨씬 덜 물질적이고 가볍고, 가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어찌 보면 조각영역에서는 혁명적인 재료라고 할 수도 있다. 재료적 특성상 A4용지는 쉽게 찢어지고, 구겨지고, 습기에 예민하고 해서 여간의 인내심과 집중력을 가지지 않고는 망치기가 쉽다. 그리고 견고하지도 않기 때문에 보존성이 떨어진다. 이러한 장단점을 작가는 적극적으로 수용하는데, 이 특성 외 작가가 이 재료를 선택하는 또 다른 의미는 지극히 현실적인 측면에서 유용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단순히 재료적 차원을 넘어 작품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장소성, 운반, 비용, 보관 등등 갖가지 상황의 버거움에서 상당히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실질적으로 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더군다나 애초에 대리석, 브론즈로 형상작업을 했었던 그 존재만으로도 A4종이조각 작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간극의 차이가 극과 극으로 벌어졌다. 이제는 A4종이 한 장이 가져다주는 존재의 가벼움이 미술로서 어떻게 작용되는 가를 스스로 알아가고 있다는 지점에서 A4종이 조형작업이 그에게는 자율적 사고를 가져다 주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이런 의미에서 박원주는 제목에서 분명 조각(sculpture)을 호명하기는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실제로 'Vegetarian Sculpture'에 전통적인 맥락의 조각으로서의 기능과 존재자체를 부여하진 않는다. 이는 간단히 말해 최근 현대미술의 한 경향인 모더니즘에 대한 비판적 의식으로서, 그리고 이에 실천적인 하나의 행위로 발산되는 의식과도 맞물려 있다. 박원주의 이런 의식은 결국 현대의 멀티문화에 적용될 수 있는 자기만의 조각적 변용을 꾀한 것이다. 이런 조각적 변용은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어떠한 주제, 목적에 따라 제작될 수 있는 가능태로서 앞으로 점점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그의 작업 태도는 다시 말해 유기적 기능으로 현대생활의 리듬과 템포에 맞춰 움직이려 한다. 그는 이 움직임을 '유비쿼터스 워킹 Ubiquitous working'의 한 형태라고 스스로 정의, 지향한다.
고독공포를 완화하는 의자 ● '고독공포를 완화하는 의자'는 실제 사형집행에 사용되었던 전기의자(미국 뉴욕주 오시닝에 소재한 싱싱교도소에서 1891년부터 1963년까지 사용)를 직접관찰하고 그 자료를 수집, 연구하여 제작되었다. (작가는 작업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3월 미국 오시닝 역사 박물관에 직접 찾아가서 전기의자를 관찰하고 전기의자 도면 등의 자료를 구했다.) 그 전기의자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엉뚱한 상상을 한다. 사형집행을 위해 쓰이는 전기의자의 용도가 한 사람만 죽을 수밖에 없는 것에 의문을 품어 "전기 의자에서 사형되는 순간 절대 고독의 상태에서의 공포를 완화해줄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되고, 이는 도저히 실현될 수 없는 '불가능한 동반에 관한 즐거운 상상'으로 번져간다. 결국 이런 상상으로부터 일종의 고독 공포를 완화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2인용 전기의자(그렇지만, 그것은 의자의 기능이라든가 조각적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를 제안한다. 어떤 측면에서 이 하얀 종이조각은 사루비아의 칙칙하고 어두운 공간과 집중 조명을 받은 화려한 백색의자 간의 대비속에 작가가 제안한 전기의자로서 '...즐거운 상상'을 떠나, 한편으로는 백색공포를 느끼게 한다. 또한 그 반면에 하얀 조각으로서 눈부시게 아름답기까지 하다.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이 세상이 아닌 저 세상의 환상을 갖기도 한다. 그리고 또다른 느낌과 상상을 가져가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Vegetarian Sculpture'는 포괄적 의미를 둔다. 이 의미 속에 소제목이라 할 수 있는 '고독공포를 완화하는 의자'는 직접적인 기능과 의미에 두는 것이 아닌 개인의 인식의 폭과 변화에 따라 자신의 심리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어떻게 보면 그 두 가지 의미가 서로 엇나가는 모호한 지점에 있기도 하다.
드로잉-'디지털 민화' ● 세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지침서」 드로잉은 '고독 공포를 완화하는 의자'를 작업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즉흥 드로잉이다. 작품 주제나 제목이 가져다주는 것만큼 제작과정상 집중과 긴장을 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작가는 자연스레 또 다른 상상을 하게된다. 전기의자를 보고 '불가능한 동반에 관한 즐거운 상상'을 유추해내듯 그 긴장을 해소하는 즉 자신의 응급처치로 드로잉을 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작업도중 자신의 행위에 가장 가깝게 위치하고있는 컴퓨터 상에서 이미지 합성놀이를 한다. 그 합성된 이미지들은 전개도면의 부분도, 민화에 등장하는 새, 난초, 국화, 나비, 십장생과 CD, 마우스이다. 이렇게 전혀 어울릴 수 없는 것들이 묘하게 콜라주 되어 동양식, 서양식도 아닌 애매한 부조화를 이룬다.(액자형식도 마트는 현대식. 틀은 동양식이다) 이 드로잉은 쪽방에 배치되어 마치 큰방의 '고독 공포를 완화하는 의자'가 제안하는 것을 위안하거나 해소하는 또는 전혀 상관없이 생뚱맞은 듯 다른 방으로서의 기능을 가진다. ■ Project Space 사루비아다방
Vol.20040620a | 박원주展 / PARKWONJOO / 朴嫄珠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