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묵향카페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4_0616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 강지만_구승희_김귀은_김연_김이경_김정헌 박지은_박현희_장연경_전은아_최한열
관훈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5번지 Tel. 02_733_6469
흔들리는 선 - 그 콤플렉스(complex)에 대하여... ● 선(線)은 물체의 형상을 이루는 기본적인 수단이자 방법이다. 예로부터 동양화에서는 선(線)을 획(劃)이라고 불렀다. 일획(一劃), 즉 선을 긋는다는 것은 모든 창조의 시작이자 근원이며, 이러한 선은 자연에 귀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동양에서의 자연은 곧 창조의 근원과 우주로의 확장으로 인식되었다. 동양의 선은 서양의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많은 차이를 보였으며, 동양에 있어 획의 진행이나 점의 시원은 단순한 선이나 형상적인 점으로만 해석되어지는 것에 머무르지 않았다. 이는 무위자연(無爲自然)에 근본을 두고 우주원리에 따라 운신되는 자연 우주적 선의 내재로 해석되어 졌다.
중국 청대의 서화가이자 이론가였던 석도(石濤)는 "일획은 모든 존재의 근원이며, 모든 유형의 근원이라 하여 동양의 선은 일필(一筆)로 그어지면서 일필로 끝나는데 있다"고 하였다. 이는 동양의 선이 시작과 끝의 동시적 개념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대상을 파악하여 형태를 묘사하기 위한 도구로 쓰이는 선이기보다는 그 자체에 이미 독립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 자연주의적이고 관념성이 농후한 필묵으로 선질(線質)을 연출하며, 그것은 도구가 아닌 주체가 되어 높은 격(格)이 따르는 작가일수록 몇 획, 몇 점만으로도 자신의 심의가 표현된다 하였다. 이는 곧 대상이 갖는 기운을 고도의 정신적 선묘(線描)들로 나타내야 한다는 관념적인 격(格)을 만들어 내면서, 동양회화에서 조형언어의 필수요소가 되어왔다. 선은 자율적인 주체적 존체로서 작가의 정신세계를 잘 반영하고 있는 조형요소로 이해되어, 이는 동양회화에서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미의 세계가 곧 정신 수양의 한 방법으로 인식되었다는 것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데서 비롯된 동양회화에 뿌리를 둔 우리의 작가들은 현대에까지도 위에서 언급한 선과 정신, 고도의 격이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에서 스스로를 벗어 던지지 못한 체, 선을 기품 있게 혹은 어떤 법칙과도 같이 잘 뽑아내야 한다는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도 모르게 정갈하지 못한 혹은 필력이 숨쉬는 선이 아닐 경우에 가차없이 새로운 화면으로의 재생을 거듭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우린 과연 무엇을 위해 그 어떤 선을 위해 그렇게 부단히도 노력했을까... 진정 자신만의 색을 찾기 위한 시간들이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도 모르게 관념의 격을 쫓고 있던 것인가... ● 오랜 역사의 자취를 통하여 선을 주제로 한 새로운 화론과 화법이 형성되어 왔듯이, 앞으로도 새로운 창작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날의 작가들은 대상의 표현에 있어, 새로운 선의 조합을 연구하고 새로운 체계를 이룩하여, 어깨를 짓누르던 관념의 격을 벗고, 작가의 폭넓은 감정으로 표현 할 수 있는 독창적이고 현대적인 선묘(線描)를 창조해야 할 것이다.
현대의 한국화는 전통과 현대 사이의 선별적 수용과 새로움의 모색 사이에서, 이미지의 순환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새롭게 발전해 가고 있다. 갑작스럽게도 눈을 자극하는 이미지나, 새로운 매체들의 유입에 의해 방향을 잃고 일렁이는 현대미술은 한국화의 입지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모든 회화는 결국은 기본 조형 원리로의 회귀와 그에 대한 깊은 성찰과 사유의 과정이 우리를 더욱 매진하여 발전시키게 하는 창작의 밑거름임을 알고, 이를 위해 끊임없는 연구와 새로운 표현 양식의 창조로의 의지를 다지며 이번 전시를 기획해 본다. ● 각각의 작가들이 지녀왔던 선에 대한 콤플렉스를 벗고, 자신들만의 선에 대한 선별된 사유와 새로운 시각을 통해 현대 한국화에서 선의 표현에 관한 현대적 과제를 인식하고, 오랜 시간 이번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그 창작으로의 제시를 위해 힘써온 묵향은 앞으로도 깊이 고민하고 사유하며 그리고 행동하는 단체로 거듭나기에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을 다짐해본다. ■ 김이경
Vol.20040616a | 흔들리는 선-그 컴플렉스(complex) 墨香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