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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_2004_0604_금요일_04:00pm
이현 갤러리 대구시 중구 동성로 2가 125번지 프라이비트 4층 Tel. 053_428_2234
한국美를 향한 행위: 스며들기_沁 ● 우리의 미술사를 되짚어보면, 정창섭. 윤형근. 김창열. 박서보. 이 네 분은 근대적 시각에 의한 한국현대미술의 시작으로 거론되는 중요한 선각자들 중의 한사람으로서 각각 독특한 예술세계를 전개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시작은 동시대 혹은 다음세대에 스며들듯이 자성(自性)을 회복하는 에너지로 작용하여 왔습니다.
정창섭(1927~)은 한국의 미의식과 한국추상회화의 정체성 발견에 노력을 더한 미술가입니다. 1980년대 초부터 시도해온 '닥(楮)'작업은 종이의 원료인 닥을 손으로 주무르고 두드려 펴기도 하는 몰아(沒我)의 전 작업과정을 통해 자연적 물성 속에 작가의 호흡, 혼과 체취가 스며들어 물질과 자신(마음&정신), 자연과 삶이 하나가 되게 하는 자연 숨결과의 융화 그 자체입니다. ● 또한 윤형근(1928~)은 작품의 제목이기도한 '갈색과 감청색'의 물감이 마포 캔버스 위에서 자발적으로 스며드는 상태를 작품화해왔습니다. 생 섬유질인 마포 위에 시간을 동반하여 스며놓은 선은 색면이 되고 그 주위의 여백과 함께 강력한 공간조형으로 각인됩니다. 이러한 조형은 작가가 그의 작품에 대하여 '자연과 가까운 것'이라고 한 것처럼,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정신을 포괄하는 문인화에서와 같이 간결하고 힘찬 단색의 빛으로 행위자로서의 작가와 공명합니다.
김창열(1929~)의 경우에는 물방울이라는 모티브를 통하여 자연과 일루젼 사이에서, 추상과 구상 또 다른 어느 영역으로도 경계 지을 수 없는 평면회화 특유의 긴장과 매력을 선보여 왔습니다. 근작들의 표면이 동양적 문화기호인 천자문의 흔적이거나 자연 그대로의 마포임을 상기할 때, 그려진 물방울들은 그 사실성 자체보다 평면이 갖는 정신성과 공(空)의 세계에 스며드는 명상 그리고 생명에 대한 근원을 묻는 동양적 자연주의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 그리고 박서보(1931~)의 '묘법'은 우리나라 70년대의 '단색회화'의 한 전형으로 간주되었고, 이후 우리나라 고유의 한지를 매개체로 선택한 후에는 '공간-시간'적 종합으로 전체의 유기적 일체를 표출하였습니다. 이 한지의 자연 생성적 물성과 그린 것처럼 긋는 행위와의 통합은 본래적 자아로의 환원 또는 일체화이며, 그것은 결코 반발하지 않는 한지의 순응에 대한 작가의 마음이 스며드는 상태를 의미하며 작가와 자연의 합일을 짐작케 합니다. ● 이들 미술가의 통찰은 한 점의 먹물이 스며들듯이 경쾌하며 단순하고 우아합니다. 아마도 이들이 보았던 한국적 미의식의 전형은 자연에 스며드는 마음(氣)의 형상이고 그것과의 일체(자연에의 순응)가 아닐까합니다. ● 이번 전시를 통해 이들의 최근작을 마주하는 기회를 갖고, 한국현대미술이라는 거대한 신경줄기의 원류에 한껏 스며들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 이현령
Vol.20040609b | '스며들기_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