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라마 풍경

조성호 개인展   2004_0604 ▶ 2004_0615 / 일,공휴일 휴관

조성호_Landscape_혼합매체_163×123cm_2004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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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604_금요일_06:00pm

조흥갤러리 서울 중구 태평로1가 62-12번지 조흥은행 광화문지점 4층 Tel. 02_722_8493

조성호는 사물들을 채집한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대신 수집한 오브제를 화면에 본드로 붙여나간다. 본드가 그에겐 붓이자 물감이다. 그는 무엇이든지 화면에 부착한다. 눈에 띄는 사물들, 신기하고 시각적 이미지로서 효과가 큰 것들, 이질적인 물질체험을 주는 것들의 집적과 콜라주가 주된 방법론이다. 그의 이메일주소 역시 'bondcho'다. 착상과 아이디어, 개념의 자리에 우선적으로 수집과 모음이 차지하고 있다. 그것이 작업의 시작인 셈이다. 그는 끊임없이 무엇인가 재미있고 신기한 물건들을 찾으러 다닌다. 뭔가 흥미로운 것은 없을까? 무엇을 본드로 화면 위에 붙일까? 그렇게 날마다 오브제 사냥을 나가서 건져온 것들이 작업실 한 켠에 수북히 쌓여있거나 널려있다. 사물을 찾아나서고 이를 수집하는 일이란 일종의 편집증과 연관되어 보인다. 사물들의 범람과 기이한 오브제에 매료된 자의 몰입과 수집벽을 떠올리는 그의 작업은 오브제 매니아의 독특한 감수성을 엿보게 한다. 오늘날 작가들은 무엇인가를 '창조'하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채집하고 재배열하고 이질적인 것들과 혼성하면서 또 다른 무엇인가에 기생해나가는 작업이 주를 이룬다는 생각이다.

조성호_Landscape_혼합매체_163×123cm_2004

실재의 사물, 오브제가 평면의 화면에 직접적으로 현존하면서 화면은 일종의 배경, 풍경이 되고 부착된 오브제는 입체로서 존재한다. 그것은 기묘한 일루젼을 준다. 일종의 부조이면서도 회화와 입체가 공존하는 상황, 특히나 지극히 작은 크기의 동물모형 등이 대지, 초원을 연상시키는 바탕에 개입되면서 보는 이의 시선을 혼란에 빠트린다. 벽에 걸린 이 평면의 화면은 전시장 바닥을 걸어다니는 관자를 느닷없이 공중 부양시키는 시선으로, 깊이를 지닌 시선으로 변화시킨다. 시선의 위상과 사물의 크기 변화에서 보는 기이한 체험을 그의 작업에서 만난다.

조성호_Landscape_혼합매체_123×163cm_2004_부분
조성호_Landscape_혼합매체_123×163cm_2004

일상적 삶의 공간, 환경에서 중 유독 그의 손에 결려든 것들은 자잘한 장난감, 이른바 '프라모델'들이다. 어린 시절 갖고 놀았던 장난감의 추억이 묻어있는 그 작은 장난감들은 35분의 1 정도의 크기로 축소된 동물모형들이다. 그 외에 여러 오브제들이 있지만 근작에는 그 동물모형이 주로 쓰여지고 있다. 그는 그 미니어처('Live Stock Set')를 잔뜩 사모아 조립을 한 후 그것들을 패널 위에 부착해 놓았다. 패널의 바닥면에는 짙은 검정의 'roof cement'(아스팔트방수)를 일정한 높이를 지니게 발라 올린 후 균일한 간격을 그어놓거니 혹은 잔디가루로 덮거나 또는 쌀겨 등을 뿌려놓았다. 그렇게 연출된 표면 위에 돼지, 오리, 양이나 소등의 미니어처를 본드로 붙여 올려놓았다. 얼핏 그 장면은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 본 풍경을 연상시킨다. 광활한 목초지나 추수가 끝난 논 위를 걸어다니는 가축들 말이다.

조성호_Landscape_혼합매체_123×163cm_2004
조성호_Landscape_혼합매체_123×163cm_2004
조성호_Landscape_혼합매체_123×163cm_2004
조성호_Landscape_혼합매체_123×163cm_2004_부분

그것은 일종의 '디오라마'(축소세트)적 상황연출이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정말 실재하는 풍경을 만나는 착각을 부여받는다. 작가는 이전에 '디오라마' 제작소에 다닌 적이 있었다. 그 체험을 되살려낸 이번 작업들은 오브제를 이용해 만든 기이한 풍경, 환시적이며 초현실적이기까지 한 그런 풍경을 보여준다. 디오라마는 축소된 모형이고 실재의 박제들이다. 가짜이자 플라스틱 눈속임들이다. 또한 한 눈에 조망되고 시선에 통제되는 장면, 상황은 특권적인 시선의 권력을 보여주는데 조성호는 그런 디오라마를 이용해 풍경, 사물과 이미지의 관계를 매우 흥미롭게 펼쳐 보여주고 있다. ■ 박영택

Vol.20040603c | 조성호 개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