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e freak

인천신세계갤러리 기획초대 주효진 설치展   2004_0525 ▶ 2004_0602

주효진_shoe freak_콜라주, 설치_400×700cm_2004_부분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신세계갤러리 홈페이지로 갑니다.

인천신세계갤러리 인천시 남구 관교동 15번지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1층 Tel. 032_430_1157

주효진은 conceptual art에 매료된 젊은 피-신세대 설치작가다. 유명 브랜드, 소위 명품 패션을 응용하여 '갖고 싶지만 신을 수 없는 구두'로 재 디자인해 낸 그녀의 구두들은 하나같이 신을 엄두조차 나지 않는 흡사 흉기와도 같다. 굽이 19cm 콘크리트 못이거나, 종이로 만든 구두거나 아예 밑창이 없는 디자인들은 그녀의 하이힐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인 듯 싶다. '섹시하고 우아하게'를 판매전략으로 내건, 아직은 일류 디자이너의 80%가 남성인 '그'들이 지어놓은 현 유행중독공화국은 과연 휘청거리며 발가락 몇 개로 걸어야 하는 그녀들에게 어떤 만족감을 주는 것일까?! 앞 부리가 뾰족할수록, 밑창은 얇고 굽은 길게 잘빠질수록 섹시한 구두라는데... 발바닥의 굳은살은 매번 잘라줘야 하고, 새끼발가락이 밀려들어가고 엄지발가락 옆 뼈가 심하게 돌출된, 한때는 '날렸다'던 엄마의 발을 그녀는 영상에 담고있다. 그리 고통스러운 것은 과거 여성의 행동을 엄히 규제하고자 턱없이 작은 신발에 발을 구겨 넣던 중국의 풍습 '전족'과 다를 게 무엇인가?

주효진_shoe freak_콜라주, 설치_400×700cm_2004

이러한 다분히 냉소적인 발상 역시 이젠 거론하기도 식상한 집단이기주의와 남성우월주의에서 비록, 물론 아무리 떠들어댄들 결국 여성의 나약한 목소리에 치부될지언정 이렇게 라도 건드려 봐야 언젠가는 곪고 곪던 것이 터져 나오지 않겠느냐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이런 구두를 신고서는 떠나는 버스를 잡을 수도, 깜빡이는 건널목에서 뛰어볼 수도, 경사진 아스팔트는 절대 쉽게 내려올 수가 없다. 그저 커피숍에 우아하게 앉아있는 것이 어울리겠지. 이런 지극히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삶은 역시 여성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던가. 여전히 전시를 보던 그녀들은 실제 이런 구두가 있다면 CHANEL이든 FERRAGAMO든 사고 싶다고 한다. 작가의 구두는 그녀들의 안타까운? 현실, 구매자이나 언제나 선택권은 없었던 그녀들을 흔들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 뉴욕에서의 전시에 이어 세 번째 개인전을 갖는 그녀의 국내에서의 활발한 활동도 기대해본다. ■ 손정아

주효진_shoe freak_디지털 프린트, 실리콘 프레임_50×70cm_2004
주효진_shoe freak_디지털 프린트, 실리콘 프레임_50×70cm_2004

신세계 백화점 내 갤러리를 들어서면 우선 정면에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운 콜라주 설치가 눈에 띈다. 크기 7*4m의 이 대형 평면 설치작품은 멀리서는 단지 흡사 일본만화의 여전사와 같은 이미지이나 다가가 볼수록 모두가 픽셀화 된 작은 하이힐 구두들의 콜라주임을 알 수 있다. 속눈썹이며 머리카락이며 심지어는 갈라진 입술표면까지도 작은 구두들로 섬세하게 표현되어있다. 그리고 하나 하나의 구두들은 모두가 쉽게 알아챌 만한 수입 명품들이다. 수천개의 구두들로 빼곡이 이루어진 작가의 자화상은 하이힐을 사랑하며 또 증오하는 그리고 명품에 집착하는 수동적 소비자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주효진_shoe freak_디지털 프린트, 실리콘 프레임_50×70cm_2004
주효진_shoe freak_디지털 프린트, 실리콘 프레임_50×70cm_2004

그리고 전시장 벽면에 액자와 설치된 다채로운 구두들을 보자. 이 구두들 역시 이름을 들으면 익숙한 유럽의 유명 디자이너들의 명품 하이힐들이다. 모두가 화려하고 우아하며 무척이나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여자라면 누구나 갖고 싶은 욕망을 느낄법하다. 그러나 작가는 이 디자인을 도용하여 이를 '신을 수 없는' 구두로 재 디자인 해 낸다. 이는 하나같이 본래 구두로서의 기능성을 상실한 기형적 형상을 하고 있다. 구두굽 대신 콘크리트 못을 박거나, 밑창이 없거나, 굽이 앞에 붙어있거나 하는 등... 관객들은 모두 화려한 디자인에 현혹되었다가 다시금 들여다보고는 '과연 이걸 신을 수 있을까?'란 의문을 갖는다. 이모든 디자인은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액자에 전시되어 있다. 구두들만큼이나 화려한 디자인의 액자는 어딘가 촌스럽고 어설프다. 역시 눌러보니 물렁물렁한 고무다. 순간 화려한 수입액자의 인상이 싸구려 장난감과 같은 이미지로 바뀐다. 이처럼 작가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디자인과 그것을 만지거나 신어보면 알 수 있는 그 기능미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주효진_mom's foot_영상설치_00:00:40_2004

마지막으로 전시장의 어두운 한켠에 매달려있는 웨딩드레스는 영상설치의 일부분이다. 영상은 치맛속으로 보여지며 관객은 드레스 치맛속을 들여다보는 형태로 감상하게 된다. 드레스를 부풀려주는 패치코트는 특수 제작하여 흡사 돔형식의 지붕과 같은 공간을 형성한다. 치맛속으로 보여지는 영상은 변기 속에 투영된 여인의 발-구체적으로 40여 년을 딱딱한 구두에 혹사당한 우리 어머니들의 발이다. 제각기 휘어진 발가락을 이리저리 꼼지락거리고 있는 형상은 뼈가 돌출 되고 갈라진 굳은살과 함께 기형적 인상을 준다. 이는 섹시한 하이힐에 열광하고 명품에 또 한번 열광하는 패션중독 공화국의 희생자인 우리 여성소비자들의 속살을 보여주고자 함이다. ■ 주효진

Vol.20040529b | 주효진 설치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