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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504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토요일_10:00am∼03:00pm / 일요일 휴관
송은갤러리 서울 강남구 대치동 947-7번지 삼탄빌딩 1층 Tel. 02_527_6282
매일 아침에 거울 속 익숙한 자신을 마주하게 되며, 어제와 같은 거리를 무심코 지나친다. 오늘이 어제처럼 반복되고, 거울과 나는 30여년의 시간을 같은 서로를 마주 하고 있다. ● 누구나 한번쯤은 순간적으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예전을 반복하는 듯한 묘한 느낌을 경험했을 것이다. 시간의 끝 부분이 서로 맞물려 되풀이되고 있는 듯한 경험 말이다. 그럴 때면 의례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 애써 줄거리를 찾으려 하며 다음에 어떤 상황이 올 것인지 하는 재미있는 호기심을 발동시키게 된다. ● 작가 김연희와 임선이는 그들이 속해 있는 익숙한 풍경 속에서 평범한 사물을 의식적으로 선택하여 그것을 반복적으로 재생산 해내는 작업을 한다. 그 역시 사물이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저마다 새로운 상황들의 만남을 즐겁게 경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작가의 재료나 소재처럼 조심스러운 이미지를 지닌 김연희는 지극히 자연적인 요소들을 모아 주변 풍경을 그려 나간다. 그녀는 닥종이와 송진 등을 사용하여 물고기를 떠내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자신을 뭍의 고기로 인식하여 스스로가 존재하고 있는 현재 공간을 '뭍의 세계'로, 재탄생된 물고기의 삶의 터전을 '물의 세계'라고 명명(命名)한다. 그리고 '뭍의 세계'와 '물의 세계'라는 이분법적인 풍경 속에서 반복적으로 재생산된 물고기를 자신과 구분시키고 동등한 존재 위치를 부여한다. 이러한 작가의 반복적인 재생산과 일련의 모든 행위들은 그녀 자신이자, 본래의 물고기가 아닌 새로운 생명의 물고기로 변해 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하나의 새로운 물고기를 재탄생 시키기 위해 속을 채우고 구워내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 물고기와 시선 교차로 인한 물아일체(物我一體)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작가와 함께 동등하게 재탄생된 물고기는 각자의 영역인 '뭍'과 '물'의 세계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때론 같은 모습으로 서로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녀가 물고기가 되고, 물고기가 그녀가 되는 그리고 물고기가 하나씩 완성되어 작가의 손을 떠나 다시 우리의 익숙한 풍경 속으로 들어 왔을 때 타자의 보는 행위를 통해 타자 역시 작가와 같은 물아일체의 경험을 반복하게 된다.
자연적이고 연약한 재료나 소재를 다루는 김연희와 달리 지극히 도심적이고 강한 재료나 소재 탓인지 직설적이고 예리한 느낌마저 들게 하는 임선이는 시멘트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재창조하고자 한다. 수많은 집을 만들고 도시를 세워 인간에게 울타리를 제공 해 주는 시멘트의 역할처럼 주변에서 무의식적으로 스치고 지나쳐 버릴 평범한 사물을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그것을 재창조함으로써 본래의 그 무의미 할 수 있는 평범한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임선이의 작업에서는 살아 있는 선인장을 석고로 본 떠 미리 만들어 놓은 선인장 틀을 이용하여 반복으로 재생산된 선인장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작가의 손을 통해 다양한 과정을 겪어 재창조된 선인장은 얼핏 우리가 지금까지 속한 자연의 풍경 속에서와 똑같은 선인장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본래의 선인장을 본뜨고 제작하는 작업의 과정에서 선인장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가시가 제거 된 채 완성되어 나온 재창조된 선인장은 더 이상 본래의 선인장이 아니다. 이는 현대 문명의 산물로서 재창조된 전혀 새로운 존재이며, 매번 저마다 다른 모습, 자아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작가는 이렇게 재창조된 수많은 선인장들을 시선을 낮게 두는 배치 방식을 사용하여 거대한 도심의 익명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자신을 대변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게 한다.
김연희와 임선이는 존재의 이미지가 퇴색되어 가버리는 주변의 사물들을 의식적으로 선택하여 반복적인 재생산이라는 방법을 통해 그들에게 자아를 부여하기도 하고 자신과 대체시키기도 하면서 나의 풍경과 그녀들의 풍경, 그리고 타자의 풍경 사이에 영원히 머물게 하고 풍경들의 경계를 조금이나마 허물어 가고 있다. ■ 문정언
Vol.20040504c | 김연희_임선이 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