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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시간_2004_0426/27/28_월/화/수_06:30pm/07:30pm
상영작품_The picnic / 꽃도장 / Princess said 무료입장
서울아트시네마 서울 종로구 소격동 144-2번지 아트선재센터 B1 Tel. 02_720_9782
『중력의 중심은 어디인가?』는 남녀의 커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세편의 single channel video작업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남녀의 관계와 상황을 통해 일상에서의 경미한 시공간의 파편 속에서 환타지를 찾는다. 개인의 내적인 성향과 감각의 차이는 덧입혀진 남자다움과 여성스러움이 아닌 한인간이 갖는 고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개인의 사적 취향이 갖는 또 다른 감각기에 대해 열어놓고자 한다.
The picnic ● 도마는 늘 대상을 자르고 오는 칼에 맞는다. 피크닉의 주인공 도마는 '도마'의 역할에 충실한다. 현실을 스치고 오는 칼날은 이성으로 관철된 그의 잣대에 채찍을 가한다. 버진은 마돈나의 「Like a virgin~」처럼 겉모습에서 그녀의 욕망을 감추기 위해 항상 바쁠 수밖에 없다. 두 연인의 단란한 데이트, 피크닉을 떠나는 일상의 모습이 결코 자연스러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피크닉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의 단서로 제공되는 시간의 파편들은 모든 상황을 예견하는 전주곡이다. ●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에서 그녀의 등뒤에 누군가가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 카메라맨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양 지나쳐가다 다시금 그녀의 절대절명의 시기에 달려 나와 그녀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는다. 앤딩 타이틀이 올라가는 내내 인화되는 폴라로이드 사진은 마지막 순간 찍힌 그녀의 얼굴사진이 아니라 첫화면에서 찍힌 그녀의 세수하는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 미로를 탈출하는 방법은 저마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입장의 문제이다. 도마는 논리적이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적 규범에 잘 맞아떨어지는 인물이다. 도마가 이야기하는 한쪽 손으로 벽을 짚고 따라가다 보면 모든 길을 갈수 있고 그중 출구도 포함되어 있다는 내용은 그의 사고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쉽게 알 수 있게 한다. 하물며 방금 전에 조물거린 구더기를 입에 물고 있는 빙어를 아무 의심 없이 입에 넣고 있지 않는가? 아마 구더기보다 작은 물고기가 입질해서 물어도 도마는 물고기를 낚았다며 구더기를 씹을 것이다. ● 어린아이의 옷은 굳이 밧줄로 몸을 꽁꽁 묶지 않아도 저절로 포박된다. 그 옷에 그려진 캐릭터의 모습은 입은 도마의 마음을 섬찟함에 굳어버리게 할 것이다. ● 도마를 포박한 사내 그램과 펑키는 그들이 누구인지, 왜 그곳에 나타났는지 나조차도 알 수가 없다. 단지 그들은 삶에 길들여진 이를 응징하는 나름의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 이러한 내러티브를 묶어가는 방식은 영상의 세련된 편집, 자연스러운 진행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아마추어 연기자들의 매끄럽지 않은 연기, NG로 잘라버렸음직한 영상들, 배우의 탈의와 분장장면들로 전체 이야기를 연결해가고 있으니 말이다.
꽃도장 ● 직장의 말단 여직원은 흠모하는 과장에게 선택되어지기엔 어딘가 모자란 곳이 있다. 그녀에게 기회를 주자 그녀가 원하는 대로 사랑하는 사람과 식사도 하고 꽃도 선물 받으며 그에게 모든 배려를 받을 수 있도록... 그러기 위해서는 평범하게 흘러가는 일상을 균열시켜야 하며 그 균열은 그녀의 환상으로 보여진다. ● 그녀는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관계맺기가 시작된다. 관계맺기는 김춘수의 호명을 전제로 서로의 의미를 부여하는 관계만이 아니다. 육체적 결합을 제외한 성적 심볼들의 성적놀이, 그리고 내러티브 안에서 사회적인 코드로 읽혀지는 관계성의 문제를 제시한다. ● 옷을 벗은 그들은 마치 에덴에서 선악과를 따먹기 이전의 상태처럼 너무나 평온하고 순수한 그 자체이다. 그녀는 그와 선지를 나눠먹고 걸러지지 않은 상태로 밑으로 쏟아 붓는다. 그녀의 입은 그녀의 밑과 연결되어있다. 이빨사이사이에 피와 포도주가 엉기어 끼어있다. ● 그는 그녀를 위해 곰팡이가 핀 바게트 꽃을 선물하고 그녀는 선물에 너무나 흡족해한다. 그녀에게 곰팡이는 아름다운 꽃이며 바게트란 거대한 심볼 남근을 소유하는 순간이다. ● 그들은 페티쉬한 속옷을 바꿔 입으며 서로를 이해하려 한다. 등짝에 끈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을 만큼 조이며 그녀의, 그의 덧입혀진 사회적 규율과 강요를 이해하려한다. 옷은 누드에서와는 달리 사회적인 인간으로 여러 조건에 맞게 육체를 다듬어 간다. ● 그녀가 흘리는 생리혈로 닿는 모든 곳에 꽃도장을 찍는다. 꽃도장은 암컷들이 흘리는 생리혈의 애칭이다. 어리거나 폐경기가 지난 여성을 제외하곤 여성의 1/4이 지금도 생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우리의 여직원처럼 하체를 다 적실만큼 생리를 옷에 묻히고 있지는 않는다. 사회는 이런 사람을 두고 칠칠맞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민망한 행동을 한다고 손가락질한다. ● 하지만 그녀의 환상에선 그는 그녀를 배려하며 그녀를 위한 이벤트를 선보인다. 잠자리의 꼬리부분에 꽃이나 나뭇잎을 꽂고 날리며 서로의 욕망을 전의시킨다. 고통을 전제로 한 쾌락은 곧 하늘을 날며 세상이 뒤집히는 오르가즘으로 바뀐다. ● 꽃도장에서 선택되어진 행위나 대상들은 각각의 기능과 역할을 부여하는 내러티브 안에 놓여있지만 기호 그 자체의 강력한 의미가 또 다른 내러티브를 만들어버린다. ● 결국 보는 이의 느끼는 방식의 문제가 의미를 해석하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princess said ● "Cry bitterly! Swallow your saliva! if so we can be happy!" 공주는 와일드하다. 공주가 낭송하는 시에 포로인 근육질의 남자는 철장을 부여잡고 흐느껴 운다. 그의 눈물은 양철함에 모여 궁정 정원의 식물에 수분을 공급하게 된다. 남자의 눈물로 키워지는 정원은 백성들에게 맑은 산소와 푸르름을 제공한다. ● 왕궁의 모습도 공주의 모습도 매우 이상하다. 공주가 던지는 이상한 말들은 마치 마법을 거는 주술과도 같다. 이 이상한 말들은 세상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과도 같아서 '키스 중 상대의 입으로 흘러 들어간 침의 양과 실연의 아픔으로 흘린 눈물의 양'을 비교해보기도 하고 '나'의 감정을 '너'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는지도 알아보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사로잡힌 포로를 통해서 가능하다. ● "너는 흘러가는 구름의 형상,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을 불안해하듯 모든 믿음은 잠재된 의심일 뿐..." 공주는 페티쉬한 성향을 지닌 미친 여자일까? 그녀는 굳게 믿는다. 세상은 돌고 도는 구멍의 찐득함으로 유지된다고.... ■ 장지아
Vol.20040426a | 장지아 영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