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ㆍ밖ㆍ미술

책임기획_국립현대미술관   2004_0424 ▶ 2004_0627 / 월요일 휴관

윤형문_효자동 이발사_컬러인화_140×120cm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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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작가 권기수_권영호_권혁_구본창_금누리_김문생_김용호_김준섭_김중만_류재하 박명천_박영민_박재동_안상수_양영순_오형근_윤정섭_윤형문_이경진 이병복_정연식_조세현_최호철_피터정_한태호_홍승우

전시 설명회_2004_0424~0627_제1전시실 / 토요일_03:00pm / 일요일_02:00/05:00pm

관람료_국립현대미술관 제2전시실『일상의 연금술』展 동시관람 일반_2,000원 / 할인_7세~18세_1,000원 무료_65세 이상 및 7세미만 / 유아는 보호자 동반시 관람허용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 과천시 막계동 산 58-1번지 제1전시실 Tel. 02_2188_6000

융통성 있는 경계 ● 많은 사람들이 현대미술에서 순수와 상업ㆍ응용 간의 경계가 허물어졌다고 언급한다. 실제로 사회 전반에서 우리는 전통적인 의미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개념의, 새로운 유행들을 끊임없이 접하고 수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본 전시와 관련하여 필자는 경계('경계'는 『미술ㆍ밖ㆍ미술』이라는 전시명의 대전제가 되는 개념으로 전시의 성격을 이 지점에서부터 짚어가고자 하며 경계의 양분야는 순수와 상업, 응용을 말한다.)가 '사라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허물어지는 경계' 보다는 기본적인 경계를 인정하는 '융통성 있는 경계'라는 표현을 쓰고자 한다. 이는 대도시, 거대국가, 대량 소비의 모더니즘 사회에서 이동하여 다양성, 유동성, 탈중심, 커뮤니케이션, 해체주의 등으로 논의되는 포스트 모더니즘이 한창 진행된 바로 이 시점에서조차도 순수와 상업 영역간의 분명한 경계와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의 차이와 경계는 과거 모더니즘에서의 상하개념과는 엄연히 구별되는 것으로 동시대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문화양상에서 보여 질 수 있는 횡적인 개념에서의 차이와 변별성을 의미한다. 이처럼 모더니즘과 같은 연계성을 가지면서도 차이점을 보이는 또 다른 하나는 상호간의 긍정적이고 장점인 측면을 수용하고 공유하는데 거침이 없으며 융통성을 발휘하여 적극적인 대처를 하는 경계선상의 특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는 딱딱한 철책이 아닌 마치 고무줄과도 같은 경계로 필요시 서로의 영역을 넓혀주는데 적극 도움을 준다는 말이다. 그러나 후기(여기서 후기라 함은 'late'의 의미이다.) 산업자본주의가 지속되는 한 결코 경계 자체가 사라질 수는 없다. 최소한 이 시대 만큼은 계속 존립할 것이라는 예측이다.(포스트 모더니즘을 모더니즘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하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부분적인 통합이나 해체에 의해 전체를 규명할 수 없고,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개념은 그 자체로서 부문간의 경계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형근_스캔들_디지털 프린트_160×112cm_2003
권혁_장화, 홍련_웹 커뮤니케이션_2003
김중만_썅딸 KIM_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_120×180cm_1976

전시목적 ● 그렇다면 본 전시 『미술ㆍ밖ㆍ미술』의 의의와 목적은 무엇인가? 왜 광고사진과 만화와 그리고, 무대미술 타이포그래피가 한 공간에서 그것도 보수적인 미술관에서 전시되어 있는가? 왜 상업과 순수 영역간의 분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미술관에서 이러한 작품을 가져와 전시를 하는가? 에 대한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여기에 대한 답은 이 시대 전체의 문화를 수용하기 위함이며 대중시각문화의 현주소를 진단해 봄으로써 새로운 문화의 발전 가능성을 탐색한다는 매우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맥락에서부터 시작된다. 상업, 응용미술 분야는 이 시대의 또 다른 얼굴로서 대중에 대한 영향과 파급효과가 새로운 미적 기준을 제시하기에 충분할만큼 변화와 발달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에 본장에서는 대중시각문화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전시와 전시 작품에 대해 체계적인 접근을 시도하고자 한다.

권기수_동구리-매화초옥/설중방문 test버전_플래쉬 애니매이션_00:01:00_2003
최호철_코리아 판타지_종이에 잉크와 색연필_37.2×46.2cm_2003

대중시각문화의 위상과 속성 ● 본 전시의 작품들은 순수영역 외의 상업이나 응용미술 분야를 지칭하기보다는 이 두 영역간의 경계선상에 있는 작품들을 포괄하는 의미로 기획되었다. 이 말은 곧 필요에 따라 상업미술이 될 수도 있고, 순수미술이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현대는 이러한 애매모호함을 거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이는 같은 만화라 할지라도 저급하고 비교육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이던 8,90년대와는 완전히 다른 시각인 것이다. 오늘날의 세대는 마치 오랫동안 그런 형식으로 있어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대중미술도 대중미술로서 보수적인 미술관에서 전시할 수 있으며, 한 시대의 문화 양상을 이해하는데 있어 순수영역 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또 다른 얼굴로서 대중문화의 위치와 그 중요성을 점검해 볼 필요성이 있다. 이는 미술관의 역할 변화에도 주목할 수 있는 측면으로 '융통성 있는 경계'라는 앞서 언급한 동시대 문화적 특성을 반증한다. 또한 상업 응용미술을 바탕으로 하는 대중시각문화는 순수미술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오늘날의 문화를 언급하는데 결코 제외될 수 없음을 나타내며 상호 융통성을 가진다. 예를들면 권기수(權寄秀,1972- )는 만화와 같은 기호적인 캐릭터를 사용하여 자신의 작품세계를 알리고, 최호철(崔晧喆, 1965- )은 사실적인 묘사로 회화적인 분위기의 만화 혹은 일러스트로 보다 고상한 취미의 느낌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사진작가 구본창(具本昌, 1953-)은 굳이 순수와 상업 영역에 분간을 두지 않으며, 오형근(吳亨根, 1963- ) 은 상업적인 사진에 자신의 독특한 분위기와 결합하여 그 차원을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작품은 철저히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피터정_매트리큐레이티드_2D, 3D 애니메이션_2003
한태호_아프리카 아프리카 포스터_애니메이션_2003
김문생_원더풀 데이즈 중_3D 애니메이션_01:27:00_2003
박영민_에그콜라_3D 애니메이션&비주얼 이펙트_00:15:00_2004
박명천ㆍ이경진_서태지 뮤직 비디오 중_DVD_2004

대중매체와 커뮤니케이션 ● 상업과 응용미술 분야는 대중문화와 직결되는 시각문화에 속하며 그런 만큼 일반 대중의 흥미와 취미가 반영되고,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전제로 한다. 영화, 텔레비전, 신문, 잡지, 사진과 같은 매체의 기술적인 발달은 대중문화에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여 왔다. 본 전시에 출품된 작품은 인쇄술, 영상, 컴퓨터 등 그 밖의 모든 과학적 기술의 발달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는 분야들로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대중문화의 대표적인 속성들을 안고 있다. 상품의 질보다는 광고에 의해 상품판매고가 올라가며, 인쇄에 의해 발표된 수많은 잡지와 광고들은 대중을 둘러싸고 대중과 가까이서 그들과 숨쉬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작품은 이러한 대중매체를 통해 그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작품들로서 이미 우리들에게 익숙한 이미지들을 포함한다. 만화, 광고사진 등은 신문, 잡지와 같은 수많은 인쇄매체를 통해서, cf 광고와 애니메이션은 TV 컴퓨터 등 각종 영상매체에 의해서 이미 우리에게 다가와 있다. ● 피터정의 『애니 매트릭스』, 김문생의 『원더풀데이즈』, 박명천의 『TTL 광고』 등은 이제 거의 알려져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 외에도 박재동, 홍승우, 양영순, 정연식, 최호철 등의 만화에서 정보를 보다 쉽게 습득하고, 권영호, 김용호, 김중만, 윤형문, 조세현 등의 수많은 광고사진의 연예인 모델은 상품명을 대신한다. 우리는 이러한 이미지들을 미술관이라는 보수적인 성향의 공간에서 감상함으로써 대중의 심미안을 색다른 시각으로 검증해 보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며, 향후 대중시각 문화의 발전 가능성을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금누리_금누리덩이 하늘땅사랑_혼합재료_2004
안상수_알파에서 히읗까지_혼합재료_2003
윤정섭_물질적인 남자 연극장면 중_설치_2003

시각문화의 다양성 ● 포스트 모더니즘을 배경으로 한 현대 대중문화의 특성은 '다양성'이다. 이 전시는 만화, 타이포그래피, 사진, 영상, 웹디자인, 무대미술 등의 작품들을 하나의 공간에서 전시함으로써 대중문화의 다양성과 특성을 알리고, 각각의 분야들이 어떻게 순수미술과의 차이 혹은 연계성을 가지는가? 에 대한 역학적인 분석을 위한 잠재적인 목적을 가진다. 다시 말해 모더니즘의 대량생산에 의한 획일화를 지양하고 자율적인 개개인에 대한 존중,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가치관과 유행을 낳은 이 시대의 문화양상을 동시에 접해 봄으로써 이 시대의 문화를 입체적인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전체적인 맥락에서 '대중매체의 이용'이라는 공통성으로 연결될 수 있으며, 대중 자신들은 자신들의 흥미와 관심이 어느 방향으로 집중되어 있는가에 대한 자아성찰의 장이 될 것이다. 물론 대중시각 문화를 앞에서 언급한 부문들로만 설명되어질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인테리어, 동화 등 더 많은 대중 시각문화 부문을 물리적, 공간적인 제약으로 수용할 수 없었음을 미리 밝혀둔다.(뿐만 아니라 각각의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에서도 아쉬움을 갖는다.) ● 금누리, 안상수 등의 타이포 그래픽을 통해 관람객은 일상에 스며있는 글자에 대한 조형성에 자극받으면서, 인쇄, 영상과 같은 매체에 의한 상품광고사진, TV 광고, 애니메이션, 만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병복의 무대의상, 설치 미술에 가까운 윤정섭의 『물질적 남자』, 그리고 인터랙티브한 설치작품인 김준섭의 『맥베드』등의 무대미술로 이어져 관람객들은 스스로 부문들간에 연결되는 매개를 찾고자 노력하게 될 것이다. 아니 자연스럽게 스스로 체득하게 될 것이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문화가 이렇게 다양하게 쏟아져 있다는 것을!

양영순_아색기가 시리즈 중_디지털 프린트_28×20cm_2000~2
정연식_또디_포스터_디지털 프린트_2004
홍승우_비빔툰 시리즈 중_디지털 프린트_2003~4
박재동_한겨레그림판_종이에 펜_1990년대

마케팅과 유희 ● 이 전시에 출품되는 부문들은 시각미술에 의한 마케팅에 기저를 두고 있는 작품들이다. 그들의 작품이 상품성을 가지고 마케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관심과 취미가 반영되어야 하며, 최소한 대중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의 기본은 '유희'와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즐거움이 있는 곳에 대중은 모이게 되며 대중이 모인 곳에는 시장이 형성된다. 수요와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면 그 시장은 번창하게 된다. 수요를 촉진시키기 위해 공급 측에서는 대중을 자극하는 수많은 광고를 만들어내고 광고에 투자를 아끼지 않게 되었다. ● 광고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많은 전략들을 쓰는데 연예인을 모델로 한 과감한 성의 노출도 마다하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출발은 광고로부터 시작되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 기여한 바가 크다. 상당부분 대중의 오락 문화는 급속도의 진전을 보여왔다. 전통적인 관습에서 탈피한 성은 과감하게 노출되었고, 대중은 더 이상 기존의 것과 같은 형태로는 자극 받지 않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대중은 광고를 통해 상품을 접하고 상품의 질을 가늠한다. 이러한 광고를 통한 마케팅 전략은 거의 환상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대중문화는 또 다른 변모를 하게 된 것이다. 모든 시각문화가 산업자본주의 사회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철저한 대중의 흥미와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위한 '유희'가 바탕을 이룬다. ■ 국립현대미술관

Vol.20040424c | 미술ㆍ밖ㆍ미술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