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작가 한국 / 권오상_김창겸_이형구_이용백_조이수_한계륜_전준호_김기라_구자영 김준_김용경_노재운_박혜성_박지훈_박준범_류비호_서보형_신용식_윤미연 일본 / Nakanosai Toshihiro_Pol Malo_Sasagushi Kazz_Tanaka Koki Bowda Katsushi_Furukawa Koichi_Goshima Kazuhiro_Hayashi Yuki_Hino Keiko_Ise Shoko Kimura Mayumi_Kobayashi Kohei_Koizumi Meiro_Okado Mikio Saito Masakazu_Sato Yoshinao_Shimada Masamichi 중국 / Li Yongbin_Shi Qing_Zheng Yunhan_8gg_Cao Fei_Fao Kai_Chen Dili_Cui Xiuwen Du Jie_Ou Ning_Wang Ning_Wu Ershan_Wu Quan_Yang Fudong Zhang Dan & Chen Man_Zhao Liang_Zhou Xiaohu 기획_리 젠화 Li Zhenhua_서진석 Suh Jinsuk_스미토모 후미히코 Sumitomo Fumihiko 주최_The Japan Foundation_Darling art Foundation
프로젝트 스페이스 집 서울 강남구 신사동 534-13번지 Tel. 02_3446_1828
치열한 작가정신과 창조적 정열로 끊임없이 자신을 연단하며 작업하고 있는 대한 민국의 젊은 작가들을 한 마디로 지칭할 수 있는 용어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단 하나, 여러 가지 영역과 성향이 한 작가의 작품 세계 속에 공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즉 '혼돈'이라는 개념이야말로 그들의 정체성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어라고 볼 수 있겠다. ● 대한민국은 매우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나라이다. 후진적인 농업국가에서 고된 근대화의 과정을 거쳐 이제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기까지.... 다른 나라라면 수세기에 걸쳐서 일어났을 변화가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바로 반세기만에 모두 일어나고 말았다. ● 즉 50년대, 보릿고개를 운운하던 가난한 농업국가에서 '한강의 기적'으로 지칭되는 급격한 근대화의 바람에 휩쓸려 겨우 선진국의 문턱에까지 이르렀더니, 이제는 디지털 시대의 혁명적 변화가 또다시 그들의 등을 가차없이 떠밀고 있는 것이다. ● 어떤 경우는 농경시대, 근대국가, 디지털 혁명의 이 세가지 시대적 변화가 한 사람의 일생에 모두 일어나기도 했다. 즉 농촌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버지가 소 팔아 보낸 돈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에 들어가 뼈빠지게 근대화의 역군으로 일하다가 중년을 맞아 좀 쉬려고 했더니, 이제 컴퓨터 바람이 불어 서류 하나도 컴퓨터로 결재해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는 바로 그런 경우다.
이런 급격한 변화를 한 사람의 일생에서 모두 겪어내야만 하는 것은 아마 세계사에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이야말로 그대로 가장 역동적인 변화의 용광로일 수밖에 없었다. ● 아버지 세대는 농경시대에서 근대화로의 변화를 무난히 겪어내고 대한민국의 놀라운 성장신화의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디지털 시대의 문턱에서, 어떤 이는 살아남고 또 어떤 이는 그대로 도태되는 냉철한 적자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 ●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전형적인 디지털 세대로 컴퓨터 앞에 앉아야 마음에 안정을 얻는 그런 세대이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디지털 문화의 세례를 받은 이들은 디지털적 방식으로 사고하고 그들만의 문화공간, 언어공간 속에서 활발히 교류한다. ● 문제는 바로 이 두 세대 사이에 낀 20-30대다. 그들은 아버지 세대와 동생 세대의 가치관과 문화 차이의 경계선 위에 서 있는 전형적인 '낀세대'다. 공대나 상대를 가야 먹고 산다는 아버지들의 주입식 교육속에 자라나면서 남몰래 컴퓨터 게임에 열중하고 최신형 핸드폰에 아낌없이 투자해 왔던 바로 그럼 세대인 것이다. ● 그들의 기억속에는 지금의 디지털 세대에게는 결코 없는 어떤 유년의 평화가 살아숨쉬고 있다. 어릴 때 찾았던 시골 외갓집 마당의 따뜻한 햇살.... 정성스레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편지를 넣을 때의 그 설레임... 양철 도시락과 로봇 태권 브이, 그리고 몰래 숨어서 보던 한국영화..... ● 아날로그와 디지털, 전통과 현대가 그들의 정신 속에 조화롭게 상존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 문화적 정체성의 '혼돈'이야말로 바로 그들, 젊은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은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고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디지털 시대의 문명의 이기들을 익숙하게 다룰 수 있지만, 정신의 뿌리는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디지털적인 방식으로 복원하려는 시도라든지, 오래되고 낡은 것들에 집착하는 키치적인 취향 같은 것들이 바로 그들 세대만의 독특한 문화적 감수성인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혼재하는 문화적 감수성 때문에 그들의 작품세계는 다양하고 다채롭다. 표현의 영역이 거의 무한대로, 공간과 시간의 여러 제약을 단숨에 뛰어넘곤 한다. 그러면서도 그 포괄적인 문화적 감수성으로 여러 세계의 결합을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표현해내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특징이다. 그러나 그러한 장점이 때론 작은 것에 대한 깊이 감을 유실되게 만들기도한다. ● 사실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하이브리드'야말로 얼마나 무한한 상상력의 보고인가? 변종, 변혁, 혁명적 변화... 시대와 사회가 그처럼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데 그 속을 함께 살아내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다채롭지 않다면 그것이 도리어 이상한 일일는지도 모른다. ● 바야흐로 시대는 물질의 시대를 넘어 탈물질의 시대로 가고 있다. 탈물질의 시대에 예술가들의 작품은 인터넷이라는 혁명적인 매체를 통해 대중과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직접적으로 소통한다. 예전처럼 일부 귀족이나 딜레땅뜨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예술이 아니라, 대중이 직접 취사선택하고 엄청난 속도와 무게로 키워주기까지 하는 빠르고 새로운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버린 것이다.
대한민국의 젊은 작가들도 이러한 디지털 세대의 소통방식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있어서 테크놀로지는 본질이 아닌 표현수단일 뿐이다. 새로운 것에 집착하고 늘 모험적인 선택을 하는 예술가들답게 그들은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열광하고 그것을 가장 처음으로 실험해 보는 리트머스가 되고자 한다. 하지만 그들이 그 테크놀로지를 사용하여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우리가 오래전에 잃어버리고 만 아버지 세대의 그 어떤 것, 그 근원적인 아름다움과 향수이다. ●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우리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도 바로 그와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새롭고 과감한 디지털 방식으로 작업하되, 그들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는 보다 본질적이고 불변하는 어떤 것들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디지털'이라는 막강한 표현수단을 얻음으로써 젊은 작가들의 표현의 자유는 이제 막 무한대를 향해 비상하고 있다. 어떤 영화의 광고 카피처럼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된 것이다. 영화가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장치를 통해 극대화된 가상세계의 모습을 스크린 위에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미술의 영역에서도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는 표현의 매개가 보다 다양해지고 입체적으로 변환되고 있다. 이번에 소개될 설치작품들에서 그 영향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통해 우리는 늘 새로운 작업방식과 표현양식이라는 선물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그 다양한 형태의 변주를 통해 대한민국의 젊은 작가들이 말하려고 하는 것에는 어떤 세대적인 동질의 성향이 있다. ● 화려한 디지털의 껍질 속에 소중히 보관된 아날로그적인 어떤 향취.... 보다 무겁고 보다 진중하고 보다 근원적인 어떤 세계에 대한 희미한 그리움 같은 것들.... ● 우리가 그들의 작품에 주목하는 것은 어쩌면 바로 그들이 이처럼 어떤 근원적인 것, 본질적 인 것에 대한 천착을 결코 포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것이야말로 시대의 어떤 혁명적인 변화 속에서도 최후까지 살아남을 인간적인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젊은 작가들은 이 본질적인 주제를 매우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얘기할 줄 안다는 점에서 소중하다. 더 나이든 세대의 기성 작가들이나, 뼛속까지 디지털 문화의 세례를 받은 더 젊은 세대의 작가들에 비해 그들이 다른 점은 바로 그들 정신의 이 '기묘한 혼재'에 있다. ● 그래서 그들은 대한민국의 세대간 갈등을 연결하는 문화적 교량이며, 그 눈부신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서진석_Suh Jinsuk
Vol.20040417a | OUT THE WINDOW展 ②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