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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319_금요일_05:00pm
퍼포먼스_2004_0319_금요일_05:00pm 너무나 적극적으로 수동적인_Too Actively Passive
일주아트하우스 미디어갤러리 서울 종로구 신문로 1가 226번지 흥국생명빌딩 Tel. 02_2002_7777
미디어 아트와 영상예술 전용공간인 일주아트하우스(www.iljuarthouse.org)는 신진작가 발굴 및 지원 프로그램인 『미디어 레이더스(Media Raiders)』의 두 번째 기획전으로 노진아의 『Envious Cyborgs|질투하는 사이보그들』전을 3월 19일부터 4월 15일까지 개최합니다. ●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미디어 아트를 전공한 작가 노진아는 쌍방향으로 작동하는 인간 실제크기의 사이보그의 전시를 통해, 기계화된 인간과 인간을 지향하는 사이보그의 병치를 만듦으로써 미래사회의 징후 혹은 징표로 읽혀졌던 사이보그의 현재적 독해를 시도합니다. 휴대폰과, 디지털 카메라, mp3 플레이어, 전자사전과 계산기, 혹은 냉장고와 전자렌지, 자동차…. 기계장치들이 어느새 삶의 깊은 곳에 침투하여 유기체로 구성된 인간 몸의 영역을 해체하고 신체를 변형(morphing)하거나 혹은 사이보그화(borging)시키고 있다고 진단한 작가는 '인간의 유기체를 지향하는' 사이보그와 기계화되어 가는 인간의 드라마틱한 대립을 보여줍니다. 그리하여 전시장에서는 기계(작품)와 인간(관객)이 서로를 '질투하는'(Envious) '사이보그들(Cyborgs)'이 되고 맙니다.
작가는 기계와 결합된 현대인간의 존재론을 설명하기 위해 손으로 만든 오브제 등으로 대변되는 현실세계와 뉴미디어들로 상징 지어지는 가상의 세계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입니다. 『당신이 타이핑하면 나는 말하겠어요. You Type, I'll Talk』, 『아직도 피아노를 치나요? Are You Still Playing the Piano』, 『갤러리 가이드 Gallery Guide』등 세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모두 센서를 통해 인식하는 기계 오브제와 관람객의 상호관계를 설정한 인터랙티브 작업들입니다. ● 전시장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갤러리 가이드 Gallery Guide)』라는 홀로그램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고급스런 벽지에 걸린 화려한 액자 장식 속의 여성의 초상은 홀로그램과 컴퓨터 화면의 눈과 입이 합쳐진 작품입니다. 관람객을 센서로 알아본 갤러리 가이드는 관람객의 위치에 따라 눈을 움직이면서 전시 전반의 컨셉과 앞으로 보게 될 작품의 작동법과 내용을 입을 움직여 설명합니다.
안내에 따라 오른쪽 방에 이르면 이 전시의 컨셉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는 인간 실제크기의 여성 사이보그 장치 『당신이 타이핑하면 나는 말하겠어요. You Type, I'll Talk』를 만나게 됩니다. 흡사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를 연상케하는 기계장치와 실리콘 덩어리 사이보그는 눈과 입을 움직여 인간과 대화합니다. 탯줄처럼 배꼽에 연결된 전선을 타고 컴퓨터를 매개로 대화하는 사이보그는 타이핑하는 관람객의 질문을 인식하고 그에 준하는 데이터를 찾아 대답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사이보그가 자신의 신체기관 입을 움직이며 대화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인간|관람객은 오직 기계장치를 손으로 작동하여 대화를 시도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을 닮으려는 사이보그와 테크놀로지의 발전 속에서 자신 고유의 신체기관(입)을 버리고 (사이버 공간에서)타이핑으로 대화를 나누며 사이보그화 되어 가는 인간이 만나는 중간지점입니다. ● 전시장 왼쪽에 놓인 『아직도 피아노를 치나요? Are You Still Playing the Piano』는 아날로그 기계장치와 디지털 기계장치의 대비를 통해 거의 폭력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디지털 문명의 단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전시장에 놓인 피아노에서 관람객은 건반 위 모니터 위에 떠있는 홀로그램 건반을 대면하게 됩니다. 슬라이드 프로젝터로 투사되는 악보를 보고 관객은 홀로그램 건반을 '마우스'로 연주할 수 있습니다. 호기심에, 혹은 우연이라도 실제 건반을 '손으로' 건드리게 되면 컴퓨터에서는 비웃는 웃음과 함께 '에러(Error)' 메시지가 뜹니다. 이렇게 되면 전통적인 아날로그 장치는 무용지물이 되고 연주를 원하는 관람객은 오직 디지털 장치에 의지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디지털이 제시한 과제는 자신이 지닌 데이터베이스(제한된 악보)만을 제공하며 그것을 넘어서려는 인간의 의지는 실현되지 못합니다.
"인터렉티브 매체를 다루는 유저들은 미리 짜여져 구조화 되어있는 공간에서 스스로가 매우 자유롭다고 느끼며 스스로를 구속하고 있다. 그들은 이미 프로그래밍 되어있는 공간에서 이미 예상된 여러 시도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들이 꽤 전능한 것이라 착각하게 되고, 그것을 위해 반복적인 학습과, 노력을 투자하게 된다. 그러나 보통의 유저들이 사이버스페이스 안에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은 시스템이 허락하는 굉장히 제한적인 부분일 뿐이다. 우리는 마우스의 조그만 포인트를 통해 그 제한적이고 구속적인 세계를 지배하려 한다."(노진아) ● 작가는 일련의 인터랙티브 작업들을 통해 단순히 테크놀로지와 인간의 관계뿐 아니라 사이보그화 된 인간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테크놀로지 비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작가는 오히려 성과 인종을 포함한 모든 차이와 자연/인간, 기계/인간과 같은 이분법적 대립을 붕괴시키는 테크놀로지를 사회적 변화를 위해 차용하고 합병하라는 페미니즘 이론가 다나 헤러웨이(Donna Haraway)의 논리를 지향합니다. 따라서 작가 노진아가 보여주는 풍자는 테크놀로지 앞에서 섣부른 가치판단으로 자신의 존재론을 제대로 규명해내지 못하는 인간을 향한 것입니다. 또한 그것은 미디어 아트라는 새로운 예술 영역에서 기술과 예술의 이분법적 시각에 얽매이거나 혹은 기술적 장치와 시각적 효과에 경도되는 인터랙티브의 작업의 즉흥성에 대한 작가 자신의 경계심이기도 합니다. ■ 일주아트하우스
Vol.20040320a | 노진아 Envious Cyborgs_질투하는 사이보그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