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e your illusion

2004 마로니에미술관 독립, 신진큐레이터 육성프로그램 기획공모展   2004_0318 ▶ 2004_0412

정인엽_11+2_단채널 비디오, 혼합재료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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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318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노현탁_박광선_박주욱_이명진_정인엽 책임기획_고원석

후원_한국문화예술진흥원

마로니에미술관 소갤러리 서울 종로구 동숭동 1-130번지 Tel. 02_760_4726

프레드릭 제임슨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주요한 특징으로 패스티쉬(pastiche)와 함께 정신분열증(Schizophrenia)적 양상을 지적하였다. 시간의 연속성이 파괴되고 현재의 경험이 압도적으로 생생해 지면서 눈앞의 세상이 환각적 이미지로 다가오는 정신분열증적 경험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시간의 연속성 단절과 기표간의 분절을 설명하기 위해 차용된다. ● 이와 같은 정신분열증은 임상적으로 환각(Hallucination)과 망상(Delusion)을 넘나들며 사고와 지각, 행동의 장애를 일으키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회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질환의 수위는 아니더라도,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환각과 망상의 사이에서 혼란에 빠져본 경험이 있다. 예를 들면 생각과 감정 표현의 불일치, 일시적인 환청이나 환시, 자신의 주위로부터의 피해의식과 같이 실재하지 않지만 의심이 되는 어떤 것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과 그로 인한 상처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정상적인 감정 변화와 혼동이 되어 스스로를 혼란의 상태로 빠뜨리게 된다. ●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이 이미 새로운 것이 아닌 오늘날, 환상이나 망각과 같은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쯤 경험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그것으로 인해 괴로워하면서도, 객관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숨기고 감추려고 한다는 것이다.

박주욱_Sliding Cut_캔버스에 유채_97×130cm_2003
이명진_The Room_나무판에 혼합재료_2003_부분

정신분열적 체험에 대한 강력한 기억은 많은 예술 작품들의 모티브가 된다. 이 전시는 이러한 체험에 대한 정서적 반응과 개인적 진술을 표현하고자 하는 작품들을 내어놓았다. ● 박주욱의 회화는 일체의 음영과 색상이 역전된 네가티브 필름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박주욱이 타인에 대한 불신, 자괴감, 대인공포, 혹은 피해의식 등 스스로 느끼고 있는 분열적 상황에서 빚어지는 고통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강력하게 집착하는 방어 기재이다. 이러한 내부적 동기에서 비롯된 개인적 진술은 화면을 가득 채우는 하나의 색조, 작은 상징들, 혹은 시각적 혼란을 야기하는 복잡한 패턴 등으로 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 ● 박광선은 납작한 부조적 화면과 평면 회화를 결합시키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의 불안하고 위태로운 심리적 상태는 주로 과거의 체험과 추억에 대한 기억의 암울한 표현으로 나타나고 있다. 칼로 잘라내고 뜯어낸 거친 외곽선과 암울한 색조로 변형된 색상은 자신의 심리적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체험과 기억, 그리고 상처를 불안하게 드러내고 있다. ● 정인엽은 가족의 죽음으로부터 얻어진 존재성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하여, 자아와 외부 세계와의 존재론적 관계를 심리적이고 의식적인 차원에서 전개시키고 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 세계를 현실과 비현실의 이분법적 잣대로 구분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허구와 몽환으로 점철된 모호한 세계를 표현한다. 작가의 작품에 흔히 등장하는 나비는 이러한 몽환적 세계에 자신의 심상을 전달하는 메신저로서, 감각적 현상에 구애받지 않는 관념의 자유로운 체계를 표현하고 있다.

노현탁_유기체(Organic Body)_단채널 비디오_00:02:08_2004
박광선_형제(Brothers)_나무판에 유채_120×60cm_1999

이명진의 작품의 주된 모티브는 분절된 시간의 연속성이다. 작가는 기억 속에서 시간적 순서를 잃고 부유하는 과거의 다양한 체험과 느낌들을 적절한 공간을 창출하여 위치시킨다. 부조적 기법으로 채색된 이 공간들은 퍼즐처럼 조각조각 붙여져서 묘한 일치감을 생성한다. ● 노현탁의 작품은 하나의 유기체적 존재로 자리 잡지 못하고, 스스로 분열된 자아의 생경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싱글채널 비디오이다. 관찰하는 자기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 채 무언가 다른 행동을 지속하는 또 다른 자아는 불안한 시선을 던지고 있는 자기 자신의 어색한 표정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 안팎으로 아직 불안한 이유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놓고 관람자의 내밀한 사적 경험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내면의 일루전을 조형적 기법으로 표현해 놓은 이들 작품들을 보면서, 자신들의 분열적 경험을 의도적으로 피해야 할 것으로 치부하거나 상처를 입기보다는, 관조적인 시각에서 자아를 관찰하고 객관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풀어 나가게 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바램이다. ■ 고원석

Vol.20040319a | Use your illusion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