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시각

이민 영상설치展   2004_0316 ▶ 2004_0325

이민_PassageI(통로I)_Flaneur-Paris_비디오 프로젝션_00:03:40_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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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년_0316_화요일_06:00pm

진흥아트홀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104-8번지 진흥빌딩 1층 Tel. 02_2230_5170

비디오와 설치, 컴퓨터그래픽으로 재현되는 평범한 도시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이 작가가 제안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에 의하여 예상치 못했던 실재와 가상 사이에 위치한 제 삼의 지점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전시 타이틀인 "흔들리는 시각"이란 단순히 피상적으로 나타나는 이미지의 흔들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삶과 죽음, 안과 밖, 과거와 현재 등의 사이에서의 흔들림이면서 고정된 이미지와 움직이는 이미지, 실재 이미지와 반사된 이미지 사이에서의 흔들림이기도 하다. 이러한 것들은 모호한 경계를 형성하면서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서 동시에 양쪽 모두를 내포하는 이중성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 Passage(빠싸주-통로) 연작에서 볼 수 있듯이 작가는 흔들리는 시각에 대한 탐구를 위하여 여러 가지의 "장치(dispositif)"를 제시한다. Passage I 에 등장하는 남자의 등에 걸려 끈임 없이 흔들리며 도시(Paris)의 감춰졌던 이미지를 담아내는 거울, 그 거울의 뒤를 그림자처럼 쫓는 비디오 카메라의 눈, 이 눈을 통하여 들여다보는 거리는 실재의 이미지이기도 하고 때로는 거울에 반영된 이미지이기도 하며 동시에 이 둘 다를 포함하는 통합된 이미지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흔들리는 거울은 실재하는 것과 그것의 반사된 이미지 혹은 바라보는 주체와 바라보여지는 대상과의 관계를 모호한 경계 속으로 빠트리는 하나의 의도된 장치이다. 작가는 이러한 장치를 통하여 보이지 않던 공간을 보여지게 하는 시각적 전환점을 찾으려 했을 지도 모른다.

이민_PassageIV(통로IV)_Seoul-Paris_비디오 프로젝션_00:19:30_2002~4

Passage II 와 III 연작에서는 반투명 커튼이나 유리창을 비디오 카메라와 피사체 사이에 둠으로써 시간과 속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는 이미지들의 교차, 반복과 유동성과 부동성에 대한 기록이자 시각에 대한 또 다른 의문점의 제기를 엿볼 수 있다. 커튼이 드리운 창을 통하여 드러나는 도시의 일상. 미세한 격자모양을 한 커튼은 방과 거리라는 두 공간을 가르는 폐쇄적인 칸막이인 동시에 시각의 침투를 허용하는 개방성을 동시에 가지고있다. 시간의 경과에 따른 빛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투명하게도 혹은 불투명하게 드러나는 거리의 낮과 밤이 비디오 편집작업을 거치면서 겨우 몇 분에 불과한 짧은 시간에 응축되어 속도를 달리하며 우리들의 시선을 유혹한다. ● Passage IV 는 달리는 전차 안에서 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각기 다른 두 도시의 밤의 풍경을 보여주는 비디오 작업으로 실재와 반사된 공간, 기억 속의 과거(파리의 교외선)의 시점과 현재 속의 과거(서울의 전철)의 시점 사이에서의 현존과 부재의 모호한 흔들림을 야기 시킨다. 두 전철 사이의 속도와 이동하는 사람들의 방향의 차이에 의해 때때로 나란히 배치된 두 영상사이로 승객이나 물체들이 공간 이동을 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전차 안의 창의 표면은 속도와 빛에 의하여 실재하거나 반사되어 나타나는 사람들과 풍경들이 부유하는 유령처럼 떠돌며 허상의 이미지들을 실재의 이미지처럼, 실재를 허상의 이미지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또 다른 시간과 공간 사이에서 시각적 전이를 이루어낸다.

이민_Toile-videoI(캔버스-비디오I)_설치비디오, 혼합재료_00:00:40_2002~4 이민_Toile-videoII(캔버스-비디오II)_설치비디오, 혼합재료_00:02:40_2002~4
이민_Arbre-marche(걷는 나무)_종이에 디지털 프린트_170×140cm_2003

Passage라는 주제가 의미하듯이 그의 작업은 '이것'과 '저것' 사이를 이어주는 통로 혹은 이 지점에서 저 지점으로 가기 위한 중간 정도에 위치한 것들로 부동성의 이미지들과 유동성의 이미지들 사이에 존재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이것은 레이몽 벨루가 "엉트르 이마주(Entre-images)"라고 부르는 개념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새로운 이미지(nouvelles images)"에로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그의 작업에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에로의 변환통로로써 기존의 회화나 사진이 가지는 부동성에 영상매체를 통한 "움직이는 회화"의 가능성을 실험한 작업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파리에서 카셀 사이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촬영한 Passage III은 반추상화 된 풍경화가 시시각각 변하는 리듬에 맞추어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서로 다른 형식의 이미지들 사이(entre-images)에 존재하는 그의 작품세계는 작업형식의 변천과정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유학 전에 회화에만 전념하다가 프랑스에서 유학생활을 거치면서 설치와 영상미술을 하게 되지만 그것은 회화와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회화와 영상미술사이에 흔들리는 시각처럼 서로 다른 지점 사이를 오가며 새로운 이미지의 가능성을 찾기 위한 또 다른 시도일 뿐이다. ● 디지털 프린트 작품에서도 이러한 작가의 일관된 의도가 그대로 연장되어 이어진다. 컴퓨터상의 그래픽툴 안에서 산술적으로 계산되어져 형성된 이미지들은 각기 반투명한 상태로 겹침과 반복, 복제를 거듭하며 마치 또 다른 하나의 회화적인 풍경처럼 재조합 된다. 이 이미지들은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된 신문 이미지와 두 장의 사진(남,여)의 합성과정을 보여주는 이미지, 걸으면서 촬영한 하늘과 360도로 회전하며 촬영한 어느 바닷가의 동영상 이미지를 still image화하여 구성한 것이다. 이 작품들은 문자와 그림들의 뒤엉킴, 두 인물의 가상적인 만남, 시간을 공간 속에 열거함으로써 얻어지는 또 다른 이미지들의 생성 등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들은 관객이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나타남과 사라짐의 흔들림을 통하여 모호한 이미지와 형태를 보여준다.

이민_PassageⅢ(통로Ⅲ)_De Paris a Kassel_비디오 프로젝션_00:01:30_2002

설치비디오 작품인 Toile-Video(캔버스-비디오)는 반투명한 캔버스와 그림액자 등 보다 직접적으로 회화의 외적 형식을 빌리고 있는데 정작 우리가 만나는 것은 아날로그적인 회화가 아니고 캔버스 뒤에 설치 되어있는 TV모니터에 반복해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디지털 이미지일 뿐이다. I과 II로 구분되는 이 작품들은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혹은 물질과 비물질에 대한 근원적 질문의 형상화로 눈을 감고 뜨는 사이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작가 자신의 모습과 속도감을 가지고 전개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시간의 흐름이 시각화되어 캔버스에 투과되어 나타난다. ● 빛의 명멸함에 따라 이미지의 비어있음과 채워짐이 반복되는 반투명의 캔버스처럼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하여 반복되는 이원화된 경계를 만나게 되고 그 사이를 오가는 흔들리는 시각을 통하여 무언가를 보려고 하지만 이내 실재와 가상사이의 모호한 상태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그 흔들림의 시각은 어떠한 "순간(instant)"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게 되는데, 이것은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가 말한 punctum(점) 처럼 순간적으로 우리의 눈을 멀게 하는, 그 눈먼 점을 통해 원래의 것들을 다시 다른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 또 다른 전환점을 열어주게 하는 것은 아닐까? ■ 유승덕

Vol.20040316b | 이민 영상설치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