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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303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종수_김태정_오병재_이다
갤러리 피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7-28번지 백상빌딩 1층 Tel. 02_730_3280
성이 다양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으나 '다양성'이 가지는 일반적 타당성에 대한 다소 관념적인 해석이나 사회적 금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실제로 그들의 다양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데에 익숙지 않다. ● 일반적인 성, 섹슈얼리티의 지배 담론은 '성기접촉의 섹스'를 그 본질로 삼는다. 다시 말해 성을 생각할 때 성기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섹슈얼리티에 있어서 대리물, 혹은 모조물을 통한 접근은 '환상'으로 취급되곤 한다. 그러나 사실 그 '환상'을 배제하고 단지 지배적인 담론으로서의 성기접촉만을 성의 본질적 요소로 삼는 것은 섹슈얼리티의 성립요건 중 대다수를 거세시켜 버리는 것이다. (성기접촉의 성을 대리물을 통한 성보다 실제적이라고 보는 입장은 성의 주체는 고전적인 정상의 몸이라고 파악하는 맥락에서 기인한다. 혹은 환상은 의미 있는 사건이 될 수 없다는 시각에서도 그러하다.)
하지만 오히려 섹슈얼리티의 본질은 그 '환상'에 기인하는데, 이를테면 우리는 상대방을 처음 만날 때나 기억할 때, 몸의 일부분, 옷, 음성, 체취 등을 먼저 주목한다는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이것은 대리물을 통해 대상에의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며, 이 접근은 개개인의 사적 경험의 맥락 하에서 그 의미를 지닌다. 즉, 오브젝트 혹은 상황을 통해 느끼는 인식적 쾌감은 그것들이 회생시키는 각각의 개인적 경험들과 맞닿아 작용되며, 같은 상황이나 물체에 대한 그 인식적 쾌감은 전적으로 개개인의 사적 체험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경험된 사건이나 정황을 기억으로부터 불러일으키는 매개체로서의 이미지는 object, 기호, 상징물 등의 실질적으로 객관화된 형태를 띈다. 그 대리물들은 직, 간접적으로 성적 기호와 무관하지 않으며, 그것들은 개개인의 편차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I SAW YOUR TOE MOVE의 작가들은 성의 지배 담론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다양하게 드러나는 섹슈얼리티의 기저를 이루는 것들 중 하나로서의 "페티쉬(fetish)"를 제시하고자 한다.
순수 미술에 있어서 그동안 fetish는 자주 시각화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fetishsm으로 직접 드러나지는 않아 왔다. 페티쉬는 일상적 행위 중 하나임에 틀림없지만, 미술에서는 어떤 잠재적 기호로써의 의미와 역할만을 해왔다. 그러나 패션이나 광고와 같이 직접적 자극을 필요로 하는 매체에서 시각적 쾌감의 막강하고도 중요한 요소인 페티쉬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서 이해된 지 오래이며, 그에 비하면 순수 미술에서의 페티쉬는 꽤나 간과되어 온 셈이라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사회적 터부나 관념적 이해로 인해 그것을 쾌감 이상으로는 이해하려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I SAW YOUR TOE MOVE전의 작가들은 페티쉬적 행위의 다양한 의미를 쾌감 이상의 것으로 해석한다. 페티쉬적 행위가 회생시키는 경험이라는 측면은 일상에 대한 것이고 그것은 비록 쾌감에 관한 것이지만 경험으로부터 야기된 반추이기 때문에 일상성에 대한 관심으로써 예술가가 관심을 가져야하는 부분인 것이다.
오병재의 작업은 사실적 재현에 사용되는 원근법에 대해 시각적 시점 변형을 적용시켜 관객에게 친숙한 이미지에 타의적 해석의 개입을 경험시킨다. 그럼으로써 이미지의 해석이 객관화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이미지에 대한 또 다른 다양한 의미들의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려 한다. 이 전시에서 그는 성별이나 문화적 차이에 따라서 다른 해석들이 나타날 수 있는 사물들 (예를 들면 여성의 구두와 같이 남녀에게 다른 뉘앙스로 읽히는)을 위와 같은 방식으로 재현함으로써 평소 일방적 해석만으로 바라보던 사물이 또 다른 성적 문화적 매력의 해석으로 보일 수 있음을 나타내 보이려한다. ● 김종수는 페티쉬가 시각적 언어 중에서 가장 강렬한 언어라 믿고 모든 매혹이라는 것이 거기에서 기인된다는 사실에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그의 의상디자인과 스타일링에서 도입하는 다양한 사물에서 페티쉬적 요소를 발췌하여 사용함으로써 시각적 환타지를 극대화시킨다. ● 김태정의 작업은 일상에서 전해지는 성적 코드들을 다시 읽어냄으로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드러내려고 한다. 이를테면 그의 작업 '이니셜 ABCDEHIJKLMNOP' 는 연예인의 이니셜이 가지는 성적 은폐의 시도와 성적 어필의 시도 사이에서 보이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을 보여주는데, 일상에서 벗어나거나 또는 그 속에 함몰되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 속의 페티쉬가 지니고 있는 사회적 메시지의 함의를 밝혀내고자 한다. ● 이다는 성적 코드를 내포하는 특수성을 띄는 소재를 채집한 후, 균질한 상태의 벡터라인으로 추출하고 '소거'시킨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이된 이미지들은 그 소재에 내재하는 희화적 또는 중성적 속성을 통해 기존의 이미지가 보여주는 생경함과 시각적 자극을 완충시켜 보다 중화되거나 휘발된 결과물로서의 재현의 효과를 가져오면서, 사적 경험에 의한 미감에 대한 개개인의 가치 판단의 틈새를 공략한다. ■ 갤러리 피쉬
Vol.20040301a | I SAW YOUR TOE MOV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