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04_0225_수요일_06:00pm
노암갤러리 서울 종로구 인사동 133번지 Tel. +82.(0)2.720.2235
인터넷에서 나를 대신하여 옷을 갈아입고 사람을 만나고 말을 하는 아바타나 천으로, 때론 옷으로 하는 내 작업은 같은 Virtual Community(가상사회, 가상공간)에서 나를 대신하는 시각화된 ID라는 점에서 같다. 그래서 나는 하나 하나의 내 작품을 모두 아바타라 부른다.
사고하는 존재, 주체에 대응하는 것이 오브제라 할 때, 주체의 일상에 관계된 수 없이 많은 오브제 중에서 옷은 주체 가까이 있고, 주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그래서 주체의 일부로까지 보여 지는 오브제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떠올릴 때 그 사람의 모습을 알몸으로 기억하지 않는 것을 보면 확실해진다. 옷은 그것을 입을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에 의하여 선택되어 진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내면적인 특성들, 또는 사회적인 특성들이 의복행동에 반영되고, 한편으로는 그가 말로 표현하지 않는 감정이나 그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욕구들도 추측해 볼 수 있다. 때때로 우리는 자신과 너무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나는데 입센 로랑이 자신의 옷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사람은 아픈 사람이라고 했듯이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음이 틀림없다. 이렇게 옷은 단순히 몸을 감싸는 것을 벗어나, 몸의 주인이 가지고 있는 혹은 가지고 있었던 생활, 정서, 성격, 연령, 의도, 목적, 기분 등 전부를 심지어는 성적인 태도까지도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왜 수많은 대상 중에서 특정 object인 옷을 선택했는지 위의 보편적인 이유들이 정확하게 대신할 수는 없지만 그것들이 (우선은 내 옷들) 가지고 있는 언어를 통역하고 싶다. 나의 의복들은 내가 누구이며, 무슨 생각을 하며, 무슨 일들이 내게 일어났는가를 잘 나타내 주는 대상물이고, 그렇기 때문에 나의 reality이며 identity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 내 옷을 가지고 나를 해석하면서, 옷이 가지고 있는 형태인자(선, 실루엣, 패턴, 구김…), 천이 가지고 있는 표정(종류, 굵기, 꼬임, 밀도), 색체인자(염색, 가공)들로 풍부한 표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나의 아바타를 주로 작업하지만 주변의 사람들로 점차 넓혀갈 생각이다. ● 형식은 바로 내용이고, 내용은 바로 형식이다 라는 말이 내 작업에 해당될 수 있도록, 형식이 나의 내용을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려고 한다. ■ 전인자
Vol.20040225b | 전인자展 / JUNINJA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