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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의 깨달음 세계에 접근해 가는 '적요(寂寥)' 연작 ● 지요상은 동양정신 특히 '도가사상' 과 '불가사상' 을 바탕으로 동양화의 표현에서 그 정신성을 나타내려 하는 작가 가운데 하나이다. 그는 학습기 시절인 대학에서 다양한 작품세계에 접하였다. 문인화, 산수화, 인물화 그리고 수묵과 채색을 두루 접해보고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정시킨 것이다. 여러 가지 표현 방법을 통하여 그가 작품세계를 확정한 것은 도가사상과 불가사상에 대한 관심을 수묵 표현에 적용시키는 것이었다. '적요(寂寥)'연작이 그러한 작품세계이다.
'적요(寂寥)'연작에서는 그가 도가사상과 불가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깨달음에 대한 것을 작품화하였다. 깨달음을 표현하기 위하여 수도자라는 중심 소재를 확정하고 수도자의 묵상이나 일상과 관계하는 표현을 중심으로 작품세계를 형성하였다. 이에 '적요(寂寥)'연작에서는 수도자들의 다양한 모습과 표정을 보여준다. 가령 승려, 바람개비를 지닌 동승, 바람개비를 입에 물고 있는 수도자, 넓은 바위 위에서 수행하고 있는 수도자의 모습, 새와 함께 하면서 인간과 동물 상호 간에 마음을 전하는 모습, 석불, 등이 작품에 나타난다. 이러한 자신의 '적요' 연작에 대하여 그는 "장자의 재물론(齊物論)에 언급된 꿈에 관한 부분은 나의 작업에 있어 화두로서 대상과 일치를 표현하고자 하는 영감의 원천이 된다. 저의 작업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수도자가 깨달음을 얻는 순간의 영원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라고 말한다. 여기서 그의 작품 의도는 수도자의 수도 과정을 통하여 깨달음을 얻어 가는 모습들을 작품 속에 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요상은 근래 들어서도 계속적인 '적요' 연작을 제작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은 수도자의 얼굴 부분을 확대하여 인물의 표정을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인물의 얼굴을 확대하여 부분적 성격이나 표정을 구석구석 보여주면서 깨달음을 향한 수도자의 심오한 경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 이 같은 지요상의 인물 표현에서는 수도자의 표정이 여러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표정에서 세상과는 무관한 듯한 얼굴의 표정이 나타나기도 하고, 세상의 온갖 고통을 끌어안고 고심하기도 하며, 평온하면서도 무표정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표정에 대한 해석은 작품 내에서 나타나는 단일한 표정이 아니라 관람자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복수적 이해의 표정이다. 곧 작품이라는 텍스트 내에서 나타나는 수도자의 단일한 표현보다는 관람자의 현재 마음상태나 위치 그리고 주변적 상태에 따라 수도자의 표정이 다양하게 이해되는 것이다.
화면을 보면 상. 하 또는 좌. 우로 화면을 분할하여 형상이 대칭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물위로 나타난 형상과 물 위에 비추진 형상으로 이분화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작품의 표현방법을 보면 마치 서양화에서 정밀하게 묘사를 하듯이 먹으로 얼굴부분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은 갈필의 붓질과 번짐을 이용하였는데 수묵의 변화를 잘 이끌어낸 표현이다. 이 같은 표현에 대하여 그는 "주로 인물의 얼굴 묘사에 집중되는 나의 작업은 인간의 생리적 욕망 또는 감정이나 의지로부터 발생되는 정신적 고통과 속박을 벗어나 정신적인 자유 즉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수도자의 형상을 표현하며 이러한 표현의 동기는 도가사상이나 불가사상에 기인한다."라고 말한다. ● 이러한 수도자의 모습과 얼굴표현은 '사회' 나 '역사' '인간'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일까 ? 이는 지요상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대목인 것이다. 작품에 드러나는 것은 그가 의도하는 도가나 불가 사상을 통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수도자의 형상이지만 그 속에는 오늘날 시대의 복잡성과 물질주의에 대한 경계의 묵시적 메시지를 보내는 듯 하다. 곧 외시적으로는 코까지 잠기는 물 속에서의 눈을 감고 있는 모습, 눈감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있는 모습, 뒷머리의 모습과 동심원이 그려진 물에 비친 모습에서 수도자가 묵상으로서 깨달음에 접근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내시적으로는 '적요'의 표현이 단순히 수도자의 깨달음에 접근해 가는 외형적 모습을 나타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 복잡하며, 말이 많고, 물질주의에 인질이 되어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형태에 수도자의 묵상으로서 경계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지요상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지요상은 동양정신의 바탕인 도가와 불가의 사상을 배경으로 작품세계를 형성하려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수도자의 깨달음을 얻어 가는 모습들을 작품화하여 복잡계로 살아가는 이 시대 흐름에 대하여 경계의 메시지를 보내는 작품세계임을 알 수 있다. ■ 오세권
Vol.20040224a | 지요상展 / JIYOSANG / 智堯相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