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하는 벽

마로니에미술관 2004년 첫 번째 기획展   2004_0210 ▶ 2004_0311 / 월요일 휴관

안성희_벽으로 둘러쳐진 정원-루비의 정원_사진, 텍스트_설치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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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4_0210_화요일_05:00pm

참여작가 강선미_남일_박은선_손한샘_안두진_안성희 여계숙_이제_임국_임자혁_정승운_허욱

소리 퍼포먼스_박재천_여계숙_임국 개막공연_2004_0210_화요일_06:00pm_문예진흥원 마로니에미술관 소갤러리 주말공연_2004_0214_토요일_02:00pm_문예진흥원 마로니에미술관 제1전시실

어린이 미술관 체험ㆍ참여 프로그램 "모자이크 벽화" 행사기간_전시기간 중 매주 수요일, 금요일 오후 2시 / 참가대상_6세∼10세(1회 20명 기준) 참가신청_선착순 전화(02_760_4602) 및 인터넷(www.kcaf.or.kr) 접수/담당자_허진

전시설명_매주 토요일, 일요일 오후 2시 각 1회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월요일 휴관

마로니에미술관 서울 종로구 동숭동 1-130번지 Tel. +82.(0)2.760.4726

마로니에미술관에서는 2004년도 첫 자체기획전으로 "이야기하는 벽 Talking to the Wall"을 마련하였다. 작년 "공원 쉼표 사람들"전에 이어 '공원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된 전시인 "이야기하는 벽 Talking to the Wall"은 지역과 사회에 밀착하기 위해 시작된 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에 관한 논의 과정 속에서 구체화된 전시이다. 지난 번 전시가 미술관이 위치한 외부의 주변환경을 파악하는 전시였다면, "이야기하는 벽"은 시선을 미술관 내부로 돌려놓는다. 미술관의 물리적 환경, 특히 '벽'을 통해서 현재 미술관이 어떠한 존재방식을 취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남일_인생활력도_2004
강선미_계속 가다_2004
여계숙_이야기하는 벽_화선지, 붓과 먹, 디지털 인쇄_1999∼2004

일반적으로 미술관 외벽은 바깥의 소란스럽고 탁한 세계로부터 미술을 보호하는 존재로, 그 내벽은 침묵을 유도하며 스스로도 말이 없는 순백의 신성한 성전의 벽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로 인해 미술은 사회적·역사적 맥락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진행되는 세계로 보였다. 그러나 이는 외부세계와의 소통을 배제시키며 미술의 순수성을 무기로 내세운 한때의 강력한 지배이론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미술이란 사회나 역사와 갖는 유기적 관계 속에서 발생되는 문화적 현상이며, 미술관의 벽은 그것들의 흔적이 끊임없이 덧붙여지는 공간이다. ● 인간의 역사를 살펴보면, '벽'은 우리의 일상 삶 속에서 '단절의 장'이 아닌 '소통의 장'으로 존재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글자가 없던 시대 사람들은 자신의 소망을 동굴 속 벽에 그려 표현했고, 거기서 즐거움과 위안도 얻었다. 시대를 뛰어넘어 20세기 중반 흑인들이 인간으로서의 기본 권리를 주장하던 때, 도시벽화는 평화롭고 자유로운 저항 운동이었다. 특히 도시벽화는 지역에 뿌리를 두고 주민과 미술가 모두 주체가 되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완성해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안두진_이상한 경계_벽에 혼합매체_2004
임자혁_고무줄 세 봉지_2004
임국_기린과 그림들_2004

이번 전시에 초대된 작가들은 전통적인 매체인 유화에서부터 비디오, 디지털 사진, 사운드, 설치에 이르는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침묵하는 하얀색의 폐쇄적인 벽'을 '발화하는 형형색색의 소통의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강선미와 박은선은 라인테이프 작업을 통해 벽 위에 환영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미쳐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저편의 공간을 라인 작업으로 끄집어낸다. 임자혁은 색색깔의 고무줄로 벽에 드로잉하는데, 전체이미지는 고무줄이라는 재료의 특성으로 인해 끊임없이 변화한다. 매체로서의 벽화개념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남일과 이제는 미술관이 위치한 지역의 공간적 특성을 작품에 끌어들인다. 안두진과 임국의 경우, 도시벽화의 장난스런 이미지를 연상시키는데, 안두진의 작품은 마치 담쟁이덩굴이 벽에 뿌리를 박고 그 위를 뻗어나가는 것처럼 벽 안쪽에서 뛰어나온 이미지들이 벽 위로 계속해서 퍼져나가는 듯한 화면을 보여준다.

박은선_유리벽_벽에 라인 테이프, 거울, LCD 모니터, 혼합재료_2004_부분
이제_ 혜화동 4번 출구, 배스킨라빈스, 세 시 반_2004

시간의 흔적이 배어 나오는 듯한 벽면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정승운과 손한샘의 작업은 각기 나무와 골판지라는 재료의 질감에 의해 더욱 인상적이다. 허욱과 안성희는 벽에 의해서 형성되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허욱은 여러 개의 원통형 상자를 벽에 부착함으로써 '관계의 확장'을 표현한다. 안성희의 경우, 미술관 벽을 개인정원의 담에 비유하며 변화하는 사회적·역사적 상황 속에서 벽을 사이에 두고 있는 공간의 안과 밖의 모습을 '관계'라는 맥락 속에서 설명한다. 여계숙의 경우, 단절이나 분리가 아닌 참여와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장르의 섞임을 시도한다. 음악 악보이자 소리그림인 그의 작품은 미술관 안에서 '말하는 벽', '노래하는 벽'이 된다.

정승운_무제_아카시아나무, 참죽, 다릅나무, 느릅나무 각재_2004
손한샘_Reconstruction_혼합매체, 판지_2004
허욱_원통의 사물_2002

미술과 미술관이 쌓아올린 두터운 장벽을 허물어 대중과 만나고 그들이 주체가 되는 참여의 공간을 제시하고자 한 이번 전시는 전시기간에 진행되는 교육프로그램과 참여프로그램 등을 통해 전시만으로는 부족한 활동들을 보충해줄 것이다. ● 더불어 이번 전시는 후속작업으로 지역주민과 미술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벽화제작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공원 쉼표 사람들"전에서 이미 마로니에미술관 외벽 일부는 미술가(양주혜)에 의해 거대한 캔버스로 변화되어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생산해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관 벽이 지역주민들에 의해서 새롭게 꾸며질 것이다.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한 첫걸음이 될 이번 행사를 통해 공공미술관으로서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마로니에미술관

Vol.20040210a | 이야기하는 벽_마로니에미술관 2004년 첫 번째 기획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