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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4_0204_수요일_05:00pm
가모갤러리 서울 종로구 삼청동 63번지 Tel. +82.(0)2.732.4665
어린 시절, 나는 홀로 은밀하게 몽상하며 시간들을 보냈다. 별달리 친구들도 없었으며 그것은 또 내 관심사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대신 나에게는 늘 훌륭한 정원과 동물들이 있었다. 어린 시절의 그 정원은 나에게는 '비밀의 정원' 이었다. 내 가슴속은 언제나 이 세상의 신비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들, 그리고 향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자연은 매일매일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고 그것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아름다움의 비밀을 캐곤 했던 나는, 감수성이 예민한 정열적인 꼬마 예술가였다. ● 다섯 살 때, 나는 카나리아가 낳은 알을 보고 기뻐하다가 실수로 깨뜨렸다. 며칠 뒤 부모 카나리아는 따라 죽었고, 나는 살인을 한 듯한 충격에 몸서리를 쳤었다. 사랑하던 고양이가 죽었을 때도 한동안 밥을 먹지 못했었다. 그 시절, 나는 죽음을 처음 경험하였고 사랑하는 대상의 죽음이란 나에겐 죄책감이었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나는 내게서 떠나가고 사라져 가는 모든 것에 담담해져 갔다. 그리고 끊임없이 떠오르는 질문 한가지.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나는 슬플까?" ● 죽음이란 더 이상 내게 비극이 아니었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세상은 변화하기 마련이며, 인간은 죽게 마련이며, 과거는 잊혀지게 마련이며, 열정은 식게 마련이고, 어느 한가지도 이 세상에서 불변하는 것은 없다는 조숙하고도 우울한 판단. 순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체념과 긍정이 뒤섞인 서글픔. ● 나와 함께 살고 있는 100살에 가까운 나의 할머니. 그녀는 곱다. 그녀는 육식을 좋아한다. 기력이 없을 때면, 할머니는 고기를 찾았고 나는 이렇게 생각하곤 했다. "할머니는 당신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하여 살육을 자행하고 있어" 삶에 대한 에너지, 그 왕성한 자아가 나는 끔찍했다. 동물의 죽은 시체는 그녀의 입으로 들어가 소화되어, 피가 되고 세포가 되어 뽀얀 피부로 다시 피어난다. 그리고 꽃과 같은 미소를 지으며 꽃을 만진다. 나는 그것이 두려웠다. ● 카나리아의 알을 깨버린 것만으로도 살인은 저지른 듯한 끔찍함에 울음을 터뜨렸던 나는, 할머니의 생존에의 본능 또한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일까? 죽음과 떠나감에 대하여 담담해질수록, 삶에의 집착과 활력은 내게는 공포스러운 것이 되어갔다. 동물 같은 에너지의 동물 같은 사람들. 하지만 나는 그들과 다르단 말인가? 그 공포는 다름 아닌 나의 왕성한 자아와, 내 욕망의 잔인함에 대한 끔찍함이었다.
영원에 대한 갈망 ● 어린 시절, 카나리아의 알이 깨져버린 것은, 내가 그것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자 새장에서 꺼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어여쁘고 부서지기 쉬운 작은 알들을 언제까지나 내 것으로 하고 싶었다. ● 나는 그들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사랑하는 대상들은 영원히 내 곁에서 변치 않는 모습을 하고 존재해야 했다. 그것이 솔직한 심정이었고, 그것이 나의 자아였다. 하지만 내가 대상을 사랑하면 할수록 그것들은 죽어갔다. 아니, 죽었을 때만이 완벽하게 내 소유가 될 수 있었다. 나는 대상들을 죽여서라도 내 자아 속에 흡수시켜야만 했다... 그리고 그러한 욕망의 틈 사이로 진정한 아름다움의 비밀은 빠져나가고 있었다.
"Please Don't Leave Me" ● 이것은 나의 서글픈 「사랑의 서정시」이다. 사랑함으로 해서 소유하고자 했던, 그래서 죽여버린 대상들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불멸 뒤에 감추어진 끔찍한 비밀들에 대해서... 찰나의 아름다움은 결코 붙잡을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는 슬픈 인식에도 불구하고, 관음증 환자처럼 내가 만들어낸 죽은 대상들을 바라보며 떠나지 말라고 간청하고 있는 나의 자화상. 그러나 내가 진정으로 떠나지 말아달라고 간청하는 것은 순진무구 했던 어린 시절과, 순간의 아름다움이 지닌 반짝임과, 몽상하는 시간들의 은밀한 기쁨과, 시에 대해서이다. ● 나는 전시장에 정원이 있는 방을 만들었다. 영원히 죽지 않을 나무와 꽃과 새와, 썩지 않는 물로 이루어진 투명한 강. 그것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죽지 않을 것이고 영원한 젊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 놓인 시의 무덤 ● 지금 나는 차갑게 박제되어 있는 이 공간 속에서 위대한 시인의 시를 한 구절씩 되뇌어 볼 것이다. 그리고 타인들에게 그 시의 한 조각씩을 보낼 것이다. 연결되지 않는 시의 한 구절을 읽으면서, 나 자신이 그랬듯이 다른 사람들도, 퍼즐을 맞추어 나가듯 삶과 죽음 속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의 비밀을 다시 찾아나가기를, 시인의 마음처럼 은밀한 몽상과 기억 속으로 들어가기를, 자아와 타인의 영혼 사이에 숨어있는 수줍은 속삭임에 귀 기울이기를 바라면서... ■ 손정은
Vol.20040131a | 손정은展 / SHONJEUNGEUN / 孫廷銀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