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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04년 갤러리 조 기획展
참여작가 박은선_송심이_정보영_고창선_이현수
갤러리 조 서울 종로구 사간동 69번지 영정빌딩 B1 Tel. +82.(0)2.738.1025
전시개념 ● 인생이 선택의 문제들로 구성돼 있음을 깨닫는 순간, 이미 고정된 실체들까지도 흔들리며 허공을 맴도는 질문을 되풀이하곤 한다. "나는 누구인가." 그 답은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아니면 영원히 모를 수도 있는 것처럼 우리의 삶은 답이 없는 모호한 경계 위에 존재한다. ● 예술가들은 삶 속에서 속삭이는 무언가를 말이 되게 이끄는 사람이다. 그 속삭임이 때로는 모호하고, 존재의 변화에 따라 바뀌는 만큼 명확한 단일한 구조로 말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삶의 무엇이 유리창에 비치는 풍경처럼 명확할 수 있겠는가. ● 『異·重·構·造_경계에서 시작된 만남』展은 이렇듯 명확하게 결론 나지 않은 이중적 또는 더 많은 구조를 가진 작품들로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작품들이 품고있는 모호함은 그리 낯설지 않다. ● 보이는 공간과 보이지 않는 공간, 허상과 실상과 같은 이원적 원리를 탐구하는 박은선의 작품은 대상과 그것의 존재 조건인 공간의 관계를 드러낸다. 또한 존재가 남긴 자국과 그러한 자국의 사라짐을 보여주는 고창선의 작품들은 관객 스스로 자신의 존재와 부재를 경험하게 하는 동시에, 작가와의 사적 교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일상적 사물이나 공간을 정지되어 있는 듯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정보영의 작품은 사실적인 묘사에도 불구하고 모호한 단편적 알레고리를 불러일으키며, 과거와 현재의 다른 시제가 공존하는 이현수의 영상 작업은 기억의 상품화를 통해 관객과 공유하며 작가와 관객의 기억을 중첩시킨다. 송심이는 쉽게 읽힐 수 없는 흐릿하고 모호한 이미지를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서 숨겨진 각자의 의미를 생각게 한다. ● 이번 전시는 과거와 현재의 공존, 존재와 부재, 기억과 망각과 같은 서로 다른 의미와 이미지를 중첩시킴으로서, 또한 대상과 그것이 존재하는 전제조건이 되는 의식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모호하고 이중 혹은 다중적인 경험을 가능하게 함으로서, 열린 관계망을 형성하고자 한다.
작품 Text ● 보이는 공간과 보이지 않는 공간, 허상과 실상 같은 이원적 원리를 탐구하는 박은선의 작품은 대상과 그것의 존재 조건인 공간의 관계를 드러낸다. 박은선은 실제 공간과 가상 공간, 실상과 허상과 같은 이원적 원리의 경계에서 작업한다. 그녀는 실제 공간속에 라인 테입을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성격의 공간을 창출하는 동시에 그 접점으로부터 비실재적인 공간을 계속 확장해 나간다. 「이중존재」 속에 나타난 공간은 서로 다른 면들이 접하면서 새로운 공간의 질서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한편으로 확장된 공간은 일상의 실재 공간과 명확히 구별되지 않고, 실재 공간과 새롭게 창출된 가상적인 공간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즉, 이러한 공간은 하나의 고정된 실체이기보다는 중첩되고 이중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박은선이 작업 노트에서 밝혔듯, 실재 공간과 가상 공간은 하나로 통합되며 별개의 이미지로 재탄생된다. 박은선은 현실과 가상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원적인 개념들을 이미지들 속으로 흡수해 나가는 것이다.
고창선은 관객의 참여를 통해 상호작용을 이끌어 내며 존재와 부재의 이중적 구조를 반복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관람자의 직접적인 접촉에 작품이 반응하는 것으로, 일종의 만남을 말한다. 관람자의 접촉에 따라 그의 작품에는 일종의 지표라 볼 수 있는 흔적이 남았다가 사라져간다. 관람자의 손이 닿으면 색이 변하고 손자국이 남는 그림, 관람자가 앉은 자국이 남는 의자 등 그의 작품은 관람자의 존재가 그대로 자국으로 찍혀져 드러나는 것이다. 일상적인 오브제와 관람자의 접촉과 만남의 흔적을 담고 있다. 이러한 만남의 흔적은 계속해서 발생되고 사라지며 존재와 부재의 새로운 관계를 지속한다. 존재가 남긴 자국과 그러한 자국의 사라짐을 보여주는 고창선의 작품들은 관객 스스로 자신의 존재와 부재를 경험하게 하는 동시에, 순간적 만남을 통한 사적 교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처럼 접촉하면 체온에 의해 일시적으로 색이 변하는 고창선의 작품은 지금 현재의 만남을 통해 끊임없이 발생되고 사라져가는 정서적인 교감의 흔적과 순간의 의미들을 담고있다. 작가와 관람자라는 전시의 두 주체의 접점인 그의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현재적 관계로서 경험될 것이다.
정보영의 작품은 재현 방식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정보영은 일상적 사물이나 공간을 마치 사진의 프레임처럼 정지되어 있는 듯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리고 그 상황은 마치 카메라에 순간적으로 포착된 시선처럼 정지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적인 묘사에도 불구하고 정보영의 작품은 뚜렷한 의미를 제시하기보다는 모호하고 단편적인 알레고리를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매우 사실적 재현 방식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비현실적인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다의적 의미를 유추하게 하는 것이다. 그가 보여 주는 일상의 공간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고 왠지 모를 긴장감과 빛이 떠도는 모호한 공간이다.
이현수는 기억이라는 비물질적 개념을 이동과 거래가 가능한 사물로 전치시킨다. 과거에 속한 기억을 현재의 전시공간에서 일종의 기억-오브제로 현재화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현재화된 기억 오브제는 그것을 사는 관객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일종의 기억의 유도체가 된다. 더불어 지극히 사적인 기억을 판매라는 방식으로 관객과 공유하고자 한다. 작가의 기억과 관람자의 기억이 이중적으로 겹쳐지고 그 경계 또한 모호해진다. 나의 경험 위에 타인의 기억이 중첩되는 상황과 기억의 상품화를 통해 이현수는 모든 것을 일반화, 상품화하는 자본주의 세태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회전하는 작은 거울을 통해 빛을 발산시킴으로써 작가의 기억을 관람자와 공유하고자 하는 욕구를 드러내며, 이때 거울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 공간의 통로이자 중간 지대가 된다. 또한 이렇게 봉지에 들어있는 오브제를 통해 거래된 기억은 e-mail을 통해 채워져 나가며 가상 공간으로까지 확장된다.
송심이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이원적 개념을 흔들어 놓는다. 형상/비형상, 실상/허상, 찍을 수 있는 것/찍을 수 없는 것, 안/밖과 같이 우리가 당연하고 명확하게 구분짓는 원리들이 사실은 모호하다는 것을 역설한다. 송심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을 쉽게 읽힐 수 없는 뚜렷하지 않은 희미한 이미지로 궁금증을 자아낸다. 구별짓기는 곧 사회성을 의미한다. 사회성과 폭력은 권력의 양면이다. 송심이는 구별짓기의 애매모호함에 대해 얘기하며 희미하게 겹쳐진 그림자와 같은 이미지로 완전한 모습의 대상을 본다는 것이 불가능함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에서 그녀는 하나의 사물이 경험한 여러 가지 빛과 그림자를 통해 가시적으로 명확히 보이지는 않고, 인지할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무엇"을 나타낸다. 일차적으로 실제로 접은 선이 실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주관성을 배제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사람의 인식체계의 한계를 엄밀하게 적용하여 우리의 눈을 통해 본 두 선이 모두 허상이라고 할 수 있으며, 빛과 그림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시각화, 그리고 허상과 실상에 대해 탐구하며 그 경계를 지속적으로 흩트려 놓는 작업을 선보인다. ■ 갤러리 조
Vol.20040118a | 異·重·構·造-경계에서 시작된 만남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