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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4_0114_수요일_05:00pm
갤러리 창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Tel. +82.(0)2.736.2500
가족, 특히 아버지와의 불편한 관계를 드러내어 불행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권력의 희생물로 다루었던 조각가 루이즈 브르조아,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 현대사회에서 일상적인 소비의 대상이 되어버린 이미지를 사진으로 표현하는 '신디 셔먼'등 나르시즘적 취향의 자전적 분위기를 드러내는 여성작가들이 많다. 이제 작가로서의 첫 단추를 끼우려는 변시재의 작품도 어린 시절의 실제 경험담에 근거하는 자신의 성장과정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내용들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변시재의 작품은 사람과 권력이 끊임없이 부유하는 현실에서 어린 시절 느꼈던 심리적 갈등의 의미와 그 체험의 기억사이에 이루어졌던 직접적인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심리학의 관심 대상인 어린 시절의 기억이 변시재에게 작품의 중요한 소재로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심리학에서는 체험의 심리적 의미와 그 체험의 기억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것은 사람들이 체험의 직접적인 효과로서 중요하게 보이는 것은 기억하고, 본질이 아닌 것으로 판단되는 것은 모두 잊으려 하는 현상으로 미루어 알 수 있다. 어린아이의 심리기능과 어른의 심리기능의 차이는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변시재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직업을 갖고 계셨던 관계로 늘 혼자서 시간을 보내야 했으므로 외로움을 혼자서 소화하여야 하는 처지였다. 작가는 성인이 된 지금 기억 속에 남아있는 어린 시절의 극대화된 불안과 절박함의 정체를 찾으려 한다. 작가의 심리적×정신적 불안이 개인에게 비롯된 것이 아니라 환경에 있다면, 그의 이러한 자전적 작품들은 자가 치유적 행위로서 희생×상실×분리 등에 관련된 감정과 갈등 그리고 정서적 성숙의 자유스러움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작가는 자신의 내면과의 대화를 통해 무의식에 있는 문제들을 의식화하고, 자아통제와 자아통합을 통하여 자아치료를 도모한다. ● 작가는 '사람은 자신의 신체기관을 몸 속의 일부로 당연히 여기듯, 어릴 적 생각×경험 등도 몸에 스쳐 지나간다'라고 생각한다. 즉, 아이들이 커가면서 몸 속 신체 기관들도 또한 거대한 형태로 확장×변화되는 과정을 전시실에서 보여줌으로써 그리고 관객과의 만남을 통해서 작가와 관객이 공통적으로 앓고 있는 감정의 질병들을 치유하고자 한다. 이러한 심리적 현상들을 작품으로 연결하기 위한 장치로 우리 몸 안에서 소화를 담당하는 '위'라는 장기의 형태를 차용하여 재현시켰다.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내장기관의 움직임에 자신의 내적인 갈등과 고뇌를 투영시켜, 어린 시절의 내적인 성장을 위한 꿈틀거림을 표현'하고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위'는 사람의 심리상태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장기 중에 하나이다. 결국 작가는 우리가 늘 몸 속에 깊이 지녀야 하는 장기를 밖으로 드러냄으로써 체험과 기억이라는 안과 밖의 경계를 해체하여 유쾌하게 영상×설치 작품으로 만들어 냈다.
변시재가 신체의 은밀한 부분인 장기를 밖으로 드러내려 하는 것은 1980년대 이후 우리사회가 밖으로 드러나는 사회적 현상에만 주목하면서 미처 운명적으로 몸을 움직여서 살아가야만 하는 인간의 존재론적, 즉 숨쉬고 살아야 하는 살덩이로서의 인간의 일차적인 문제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자성에서 출발한다. 인간의 몸도 매매의 대상이 되는 고도의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작가에게는 여전히 인간의 신체는 문화적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운 생명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대상, 아니 본질 그 자체인 것이다. ● 몸의 진정한 이미지의 표현을 위한 작가의 끝없는 욕망은 미술의 현상적인 측면과 심리학의 인문학적 측면을 접목시키려는 방법론에서 잘 느껴진다. 작품의 표현형식은 사진×페인팅×드로잉×영상×설치 등 다양하게 복합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관람객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참여미술로서의 작품은 관객이 직접 몸으로 작품을 체험해보도록 인터랙티브 시스템 장치가 되어있다. 작가는 작품을 자신의 내적 세계의 표현에서 멈추지 않고 나아가 작품(interective art)을 관람하는 사람들을 자신의 작품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한 인간의 내적인 고뇌가 아닌 인간으로서 우리가 겪는 공통된 인간 내면세계의 모습으로 그 경험을 확장시키고 있다.
변시재의 작품을 살펴보면, 광고×영화×비디오×만화×게임×컴퓨터그래픽 등 시각문화 이미지에 길들여진 영상문화 세대들과 마찬가지로 감각의 자유와 소비사이에서 자신의 순수한 욕망을 서슴없이 추구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작가이다. 그러나, 작가는 작품으로 외면화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심리상태를 파악하고 거기에 연루되어 있는 갈등관계를 완화시키거나 정신구조를 새롭게 재편성하려는 진지함이 있다. 매스미디어의 상업적 이미지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현시대에 진정한 이미지의 표현을 위하여 고민하는 당당함에서, 뚜렷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려는 실험정신에서, 무게 있는 작가로서의 역량을 느끼게 한다. 관객을 위한 이 모든 배려가 첫 번째 개인전이라고 하기에는 무색할 만큼 전시의 묘미를 살릴 줄 아는 작가이다. ■ 이지호
Vol.20040115a | 변시재展 / BYUNSIJAE / 邊時在 / 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