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04_0110_토요일_06:00pm
참여작가 김다영_김양규_김학현_이미라_유지훈_황광용
후원 / 한경수_임정아 책임기획 / 정인엽
트랜드헌트 서울 강남구 신사동 656-18번지 성준빌딩 Tel. +82.(0)2.548.6136
한 사회의 구성원이 어느 정도의 실수와 시행착오가 용인되는 학습의 시기를 넘어서면,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갖는 독립적 주체로 인정을 받게 된다. 사회 내에서 이와 같은 심각한 위치변동의 시기를 경험한 성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속한 집단 혹은 조직의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거대한 실체에 대한 강렬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 이번 '그 속으로 들어가다' 전에 출품한 이 여섯 명의 작가들을 일관하는 것은 바로 그 강렬한 느낌이다. '작가'라는 호칭이 부여하는 사회적 권위와 구속의 사이에서 아직 자신의 주변 지리에 대한 독도법을 채화하지 못한 이들은, 집단의 룰에 비교적 덜 길들여진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다영의 설치 작품에는 푸른색 원통 속에 갇힌 오브제나 붉은 색 천을 배경으로 설치된 백열전구 속에 갇힌 여성의 모습이 등장한다. 스스로 사회의 구조를 인식함에 있어서 강력하게 작용하는 여성성에 주목한 김다영은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사회 구조를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로 그러한 시스템이 제공하는 안락함에 안주하는 여성의 이중적 면모를 비판하고 있다. ● 김양규의 밀도 높은 드로잉은 군중이나 집단이 갖는 어색하고 불안한 모습을 하나의 유기체적 형태로 그려내고 있다. 거대한 집단의 일부분으로 존재하는 미약한 자신은 스스로에 대한 명확한 확신을 갖지 못한 채 집단이 움직이는 방향대로 끌려가고 있고, 이러한 체험의 반복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 김학현은 사회라는 집단적 권위가 개별 주체와 맺고 있는 관계의 구조를 본질적으로 '억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성적, 종교적, 도덕적, 혹은 다른 다양한 종류의 억압들로부터 스스로를 초월시킬 때, 비로소 사물에 대한 올바른 지각이 가능하다는 것을 그의 작품 'supper repression'에서 말하고 있다.
유지훈은 일회성과 연속성이라는 시간의 기본적인 구조가 제시하는 인식의 한계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평면사진 위에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각각의 분리된 시간을 중첩시켰을 때 새롭게 드러나는 세상의 형태를 제시하는 그의 작품은 세상을 지각하는 우리의 제한된 인식 구조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 이미라는 자기 자신의 나약한 면모를 감추기 위해 내부를 감추고 겉으로 드러나는 외양을 포장하는 자신의 이중적 면모를 지적하고 있다. 본질의 포장을 위해 더욱 두꺼운 껍질을 쌓는 행위를 반복함으로 말미암아 결국 스스로를 그 껍질 속에 가두어 버리는 자신의 본질을 소라라는 소재에 이입시켜 몽환적인 일루전의 세계 속에 위치시킨다. ● 황광용의 설치 작품 '네트워크'에서는 사회적 연결 관계의 맥락에서 생성되는 이슈들이 필요 이상의 가치로 포장되어 개인의 삶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직설적인 화법으로 비판한다. 매스미디어로 인해 맺어지는 사회적 관계의 부조리한 구조는 작품에서 관객이 쓰레기통의 뚜껑을 여는 행위에 상호 작용하는 양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아직 본격적으로 사회적 관계 맺기를 하지 못한 이 여섯 명의 작가들이 측량하고 있는 사회와의 간극에는 반감과 순응 사이의 불안한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 이 모호한 감정은 숙명적으로 사회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외형적으로 양극단으로 보이는 방법들마저도 결국은 아직 그 본질이 파악되지 않는 집단의 불안한 실체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겠는가. ■ 고원석
Vol.20040109a | 그 속으로 들어가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