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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1212_금요일_06:00pm
참여작가 노현정_박주연_배종헌_아텔(임승률/진시우)_이은화 이정민_정상현_조해준_진달래_최영웅_최진기_DJ Tahiti
주최_아트선재센터 / 후원_한국문예진흥원
아트선재센터 지하 2층 주차장 서울 종로구 소격동 144-2번지 Tel. 02_733_8945
전시 타이틀인 버퍼링(buffering)의 뜻은, 인터넷상에서 정보의 송수신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정보를 저장하여 처리 속도의 차이를 흡수하는 장치를 일컫는다. 다시 말해 버퍼링이란 무엇인가 완성된 것을 수신하기 위해 요구되는 필터와 같은 것으로, 늘 무엇인가 '되기'위한 과정 중에 있다. ● '버퍼링'은 늘 '되기'의 상태에 있는데, 이를 이번 전시의 기본 구도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본 전시를 위해 삽입된 몇 가지 코드들(특히 아텔과의 협업, 이외 전시에 참여하게 되어 작품을 하기까지 과정의 기록 등)로 인해, 기성 작가들이 갖는 권위성(authority)을 지양하고 보다 유연한 태도로 서로에게 밀착하게 되는데, 이러한 것이 바로 본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되기'의 태도이다. ● 따라서 이번 전시를 아우르는 컨셉은 '되기'라고 할 수 있는데, '되기(becoming)'란 어떠한 것이 '된(being)' 상태로 성립하기 전 다양한 차원의 지점에서 발견되는 것이며, 늘 '된' 상태를 지향/지양(re/placement)하면서도 '되기'의 태도를 지닐 것을 제안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본 전시에서 보여지는 작품들은 거대함/사소함, 현실/비현실 등을 다양하게 다루는데, 참여 작가 아텔(임승률/진시우)의 활동으로 접속의 단서를 찾는 모든 작가/작품들은 '본 전시에 참여하며 다시 한번' 각각 유연함/딱딱함, 강렬하게 되기/머물기, 순발력/부동력 등의 다양한 태도를 보이게 된다. ● 또한 모든 작가들은 전시에 참여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도큐멘트(영상/사진/컨셉 드로잉 등)를 제시하고 도록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이렇게 전시가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인쇄물을 통해, 관람자들은 전시 네러티브를 여러모로 구성해 보는 기회를 모색하게 될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도록은 물론이고 초청장 등 전시와 관련된 인쇄물들과, 아트선재센터 입구에서 전시를 알리는 표시 판 역시 전시의 일부이며, 이 작업들은 그래픽 디자이너 진달래의 작품이다.
참여 작가 및 작품 설명 ● 참여 작가 중 한 팀인 아텔(임승률/진시우)은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작가들과의 다양한 방식의 협업을 이루어 내는 일종의 유연한 '단자(개체)'처럼 활동하는데, 결국 그들의 이러한 활동은 전시의 전체적인 네트워킹을 위한 '노드'의 시발점이 된다. ● '젊은' 작가들의 '작품 형태'라기 보다는 그들의 다양한 '태도'를 보여주고자 하는 전체적인 프레임 자체는 다소 광범위할 수도 있다. 노현정(회화), 최진기(오브제)와 같은 작가들은, 몇 년 전 이목을 끌었던 '스노우 캣'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데, 적극적으로 개입할 시대적 담론이 부재한 상황에서, 어쩐지 나약하고 너무나 게으르며 혼자 노는 것에 익숙하지만, 그 속에서 꿈틀거리는 나름의 욕망을 분출해 나아가는 90년대 학번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 이에 반해 이정민(설치/영상), 최영웅(영상/벽화낙서)과 같은 작가들이 바라보는 현실은 만만치 않다. 이정민은 영화 '분노의 주먹'과 자신이 촬영한 영상을 교차편집 하여 폐차에 설치하게 되는데, 이는 삶의 치열함과 비릿한 서글픔 사이에서의 판단 중지를 선언하는 듯 하다. 또한 최영웅은 작품을 위해 자신의 신체를 적극적으로 실험하는 맹렬함과 동시에, 이 시대 젊은 작가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엿보이는 삶의 편린을 보여준다. ● 현실을 대하는 이러한 엇갈린 작가들의 태도 사이에서, 정상현(영상), 조해준(설치)의 작품은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묻고 있다. 정상현은 자신이 공들여 만든 가상의 세트에 현실적 단서를 결합하여 불가능한 공간을 제안한다. 또한 조해준은 제국적/세계적 기업인 코카콜라의 로고를 차용해 수천 개의 플라스틱 조각을 만들고, '한 외계집단이 지구를 창조했다고 믿는 라일리언 무브먼트'의 가설을 받아들여, 아트선재센터 주차장에 외계인의 이동수단인 UFO의 착륙장을 설치하는 재치를 보여주고 있다. ● 또한 박주연(영상), 배종헌(설치/드로잉)의 작품은 본 전시를 통해 주어진 '주차장'이라는 사이트를 다시 한번 비틀어, 전시 공간 자체가 무엇이 '되기'위해 숨을 쉬고 빠져나가도록 하는 홀(구멍) 역할을 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이은화(가구)는 변화화는 공간과 사물을 삶의 중요한 상징으로 생각하고, 변형 가능한 구조를 지닌 소파를 제작한다. 연꽃에서 영감을 얻은 소파 『로터스(Lotus)』는 기존의 소파와 달리 형태가 가변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앉거나 누울 수 있는 소파 자체의 공간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두 개의 소파를 붙이면 침대와 같이 보다 넓은 공간으로 변할 수 있다. ● 진달래(설치/그래픽 디자인)는 이번 전시와 관련된 인쇄물을 자신의 작품으로서 디자인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만든 한글 폰트로 텍스트 작품 『율리시스(Ulysses)』를 제작해서 주차장 벽면에 부착한다. 빛이 어떤 대상을 비출 때 사람들은 대상을 인식하고 그 내용을 언어나 문자와 같은 방식으로 표현한다. 진달래는 이러한 인식의 표현방식 중에서 문자를 선택하고, 이를 빛의 스펙트럼인 색을 사용해서 표현한다. 하지만 문자라는 필터 - 일종의 버퍼링 기구 -로 표현된 생각이 특정 대상이나 그에 대한 인식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완벽한 도구인가에 대해서 작가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는 문자로 표현되는 순간 대상과 인식이 원래의 의미와 달리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진달래는 자신의 텍스트를 응용한 영상 작업도 선보이는데 이 작업은 DJ Tahiti(음악/DJing) 와의 공동 작품이다. DJ Tahiti는 영상과 관련된 영감을 바탕으로 『으시으시한』을 작곡했고 이 음악과 영상이 합쳐져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다. 한편 그는 진달래의 또 다른 영상 작업 『우울우울 우우』을 위해 각각의 한글 자모음에 대입하는 음(音)을 만들고 이를 반복하는 미니멀한 음악도 제작했다. 한편 DJ Tahiti는 자신이 선곡한 음악들로 전시 오프닝 때 DJing을 한다. 기존의 음악들을 샘플링하여 새로운 음악으로 재창조하는 DJing의 방식을 통해 DJ Tahiti는 되기의 과정을 보여준다. ■ 아트선재센터
Vol.20031213a | 버퍼링_buffering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