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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경의 작업에는 자신을 불편하게 하고 힘겹게 하는 모든 조건으로부터 자신을 심리적으로 보호하려는 수동적(passive) 전략이 드러난다. 작업의 질료들이나 형태들은 거침없이 그녀 앞을 향해 달려오는 문명사회의 '맹수'들을 피해 피부색을 변화시키고 주변의 환경에 숨을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조각가인 김용경의 섬세한 선택에 의해 결정되어진다. 그녀가 택한 환경들은 정글이 아닌 대도시의 빌딩 숲이고 '천적'으로 분류해야 할 대상들은 동물의 그것보다 훨씬 복잡 미묘한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그에 대한 '변신술'의 전략은 언제나 변화무쌍하며 다원적이다. 나방이 조류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날개의 표면에 큰 짐승의 눈 모양을 의태(擬態: mimicry) 하는 개체변이가 일어나듯이 김용경 에게도 그녀 주변의 환경에 맞추어 변화하는 개별적 조작 기술들이 있다. 때로는 신체의 형태를 변형시키거나 질병에 의해 변질된 표면과도 같이 피부의 색깔과 질감을 바꾸어 물리적 혹은 심리적 괴리감을 만들어낸다. 심지어 투명한 액체로 물질자체를 변화시키는 모습들은 동물들의 그것에 비하면 다층적이지만 보는 대상을 일방적으로 불쾌하게 하지 않는 감미로움 때문에 역설적이다.
김용경은 그저 눈속임에 성공한 뒤 우리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 것인가? 그녀의 피조물들이 미술이라는 컨텍스트 안에서의 창작이라는 조건 하에 놓여져 있는 한 그녀는 영원히 숨을 수 없다. 그녀의 의태 된 피조물들은 아티스트로서의 김용경을 'Re-present'하는 것이며 작품 앞에 서서 의아해 하는 관객의 몸 속에서 혹은 마음이라는 추상적 단위 안에서 다시 한 번 의태의 작용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한쪽 안구로 돌아가 버린 검은 눈동자들은 맹수에게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안전한' 거리를 유지해 줄 것을 애절하게 요구한다. 실수로 전시장 내에서 어느 관객의 하이힐 뒤축에 밟혀 찢겨질지도 모를 투명한 인체형태의 복제물들은 물질의 연약함(vulnerableness)에의 우발적 경험을 통해 그 들 '맹수'의 이빨이 관통하는 초식동물의 목덜미에 느껴질 절망적 고통에의 공감을 호소한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발산하는 소리, 시선, 냄새들은 21세기의 대도시 정글 서울에서 상대적 약자를 멀리 몰아내는 매개물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Digital Excitement"라는 어느 회사의 광고문구를 통해 밝은 미래를 바라보는 우리들은 인터넷이라는 경이로운 테크놀로지를 통해 결혼도 하고 부도 창출하지만, 세상이 다시 분자화 되고 인류가 다시 小部族化 됨을 慧眼으로 바라보지 못하며, 이 절망적 몰이해에 대한 자각과 환멸은 멀리서 들려오는 공격의 북소리로 인해 마취되어 간다. 언제 어디서 찢겨 나갈지 모를 나약한 존재로서 개별적 '위장술'을 만들어 나아가는 작가의 행위는 바로 이 지점에서 적법성을 찾는 것이다. ■ 박지훈
Vol.20031129c | 김용경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