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윤명숙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3_1126_수요일_06:00pm
갤러리 룩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번지 인덕빌딩 3층 Tel. 02_720_8488
1993년 불교잡지인 『불광』의 일을 시작한 뒤로, 윤명숙은 오래 동안 연꽃을 모티프로 해서 사진을 찍어오고 있다. 연꽃을 그냥 사진의 피사체라 하지 않고 모티프라고 말하는 것은 그녀가 연꽃의 모습을 빌어 다른 무엇인가를 구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 ● 연꽃의 일생은 꽃이 피어서 질 때까지 겨우 나흘이다. 그 사이에 꽃잎이 열리고 닫히는 것을 하루에 한 차례씩 반복하고 나흘째에는 져버리고 만다고 한다. 그 화사한 아름다움에 끌려 연꽃을 찍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연꽃의 짧은 일생과 그 더러운 시궁창에서 떠오르는 청초한 모습이 마치 번뇌로 가득 찬 인생의 고해에서 깨끗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삶을 상징하는 것 같아서 좋다. 비록 탁하고 악으로 가득 찬 현세에 육신이 매여 있을지라도, 마음은 고통에 찌들지 않고 순수함을 지켜나가는 삶과 청정한 정신, 시든 다음에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연꽃의 일생을 통해서 내면적인 구원을 얻으려는 그녀의 바람을 읽는다.
윤명숙은 구름이나 바람 같은 덧없는 자연 현상도 찍고, 바다 풍경도 찍는다. 하지만 그것은 여름 태양이 내려 쪼이는 대낮이 아니라, 어둠이 깃들기 직전의 일몰 무렵이나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는 새벽, 눈비 오거나 태풍이 휘몰아칠 때 찍은 바다 사진들이다. 그녀는 오랜 체험을 통해서 특정한 계절과 시간대의 대기나 광선이 만들어내는 효과를 생리적으로 체득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바다는 한없이 단순하면서도 터무니없이 커다란 영원을 내포하고 있다. 암울하게까지 보이는 바다사진들을 보면서 나는 운명적인 무엇인가가 그녀의 삶을 짓눌러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 윤명숙의 사진이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녀의 사진이 갖고 있는 그런 시각적이고 심리적인 효과에서 오는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그녀가 지금까지 걸어온 순탄하지 않은 삶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막연히 상상해본다. 광선이 거의 자지러지는 시간대를 골라서 찾는 바다에서 위안과 아늑한 휴식을 느낀다는 그녀의 말을 들었다. 그것은 바다나 자연현상에서 자신이 한없이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리고 삶이 덧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이리라.
나는 그녀의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문득 치유나 명상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그녀의 사진에서는 그녀가 마주했을 풍경과 그녀의 심정이 부딪혀서 내는 낮고 무거운 소리들이 들려나오는 것 같다. 그것은 사진을 보는 사람의 가슴을 앓게 만들고 그런 다음 현세에는 존재하지 않는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 그녀도 분명 그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 김승곤
Vol.20031126a | 윤명숙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