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이 묵었던 남대문 2층 객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인사미술공간 재개관 기념展   2003_1120 ▶ 2003_1130

XiXiX_아이콘 얼굴_3차원 가상현실 / 인터렉티브 애니메이션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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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1120_목요일_05:00pm

김두진_이민경_이석환_이지희_이현수_정구은_정상곤_조혜정 넷아트_(김미경_노승국_안수나_양예은_이경희)_http://powerpowder.org/truman XiXiX(심철웅_이신욱_박정욱_허희재_양혜진_양현승_인공지능미디어 연구실 AIM Lab) 책임기획_심철웅

인사미술공간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3,4층 Tel. 02_760_4722

『트루먼이 묵었던 남대문2층 객실』展 기획의도 및 전시구성 개념에 대한 서술 ● 이 전시는 6.25 한국 전쟁시에 참전한 미국과 전쟁 이후에 주둔한 미국을 통하여 유입된 서구문화의 한 단면에 대한 고찰을 시각예술로 표현하고자 하는 전시이다. 넓게 말해서 서구문화는 구한말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유입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문화와 서로 피드백 되면서 융합된 정체불명의 서구문화의 양상으로 형성되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전시는 이와 같은 넓은 의미의 서구문화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서구화되어가고 있었던 시점에 있었던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한 시기에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을 통하여 접하게 된 문화적 기호와 의식을 되돌아보는 분석을 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 결과물을 시각예술이라는 조형언어로 환원하여 표출해보고자 함에 있다.

심철웅_트루먼이 묵었던 남대문 2층 객실-prelude:Danielle's Play_단채널 비디오 영상_00:06:00_2003
안수나_Taste_넷아트 동영상_2003
양예은_ID:38_넷아트 동영상_2003

1. 트루먼은 한국전쟁 당시 미국대통령으로서 미군을 파병한 통수권자이며, 한국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이 전시에 있어서 '트루먼'은 이 트루먼 대통령을 역사적 일상으로 제시하는 고유명사라기 보다는 미군의 주둔으로 인한 문화유입과 충격 등의 의미를 총체적으로 함유하는 기호체로서 등장하는 텍스트라고 제시된다. 마찬가지로 "묵었다"라는 서술체는 역사적 문화적 유입과 충격 그리고 영향을 시공간적인 단위를 지시하는 기호적 서술동사라고 주장된다. 또한 "남대문 2층 객실"은 위의 '트루먼'이 '묵었던' 하나의 '장소(Site)'이다. '남대문'은 실제로 우리나라의 구도 서울의 '남대문'으로서 오랜 세월동안 서울에 입성하는 관문이었다. 지금은 거리와 빌딩들의 한복판에서 피폐되어가고 장식화 되어가고 있지만, 역사적인 기호체로서 이 전시주제의 중요한 '장소(Site)'로서 등장한다. 사실상 '남대문'이라는 호텔 내지 여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2층 객실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대문'을 '트루먼'이 묵는 호텔로 변환시킨 것이며, '남대문'이란 호텔 2층에 '트루먼'이 '묵'는 것이다. '2층'은 실제로 남대문의 2층 난간을 지시하는 것이며, 이 2층 난간에서 밀려오는(무차별적으로 유입되는) 서구문화를 내려다보는 '위치'를 상징하고자 하는 것이다. ● 전시주제인 '트루먼이 묵었던 남대문 2층 객실'은 위와 같이 문자적인 정의와 기호적인 의미를 서로 함축하고 있는 문귀이다. 전시형태는 이 전시주제가 하나의 기호이며 전시형태는 이 기호의 지시 대상체로서 시각적으로 형성되는 텍스트로 구성된 하나의 담론으로 구성될 것이다. 문자적으로도 트루먼이라는 역사적 인물이 기호적으로 다른 맥락(작가가 자신의 개념에 따라 구성되는 맥락-context)으로 등장할 것이며(김두진, 심철웅) 남대문 2층 객실은 모양상으로는 기본적으로 어떤 역사적인 호텔방(1950년대 당시의 호텔방)처럼 구성되지만 기호적 텍스트들을 담고 있는 담론을 형성하는 '장소성(a Site)'으로 구성될 것이다. "각 작가들은 자신들의 방법론에 따라서 트루먼이 묵었던 남대문2층 객실을 구성하는 개념들을 기호화한다." 따라서 각 작가의 작업들은 전시주제가 의도하고자 하는 '문화적 유입과 충격'등을 부분적으로 담당하여 한 영역 내지는 한 특성을 표출하고자 시도하는 결과물들이다. ● 비록 이 주제가 작가들 자신이 당대의 삶의 현장에 있지 않은 한 역사적인 사건과 문화적 충격시기를 배경으로 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는 근본적인 결여가 있다하더라도, 그 문화적 유입의 여파와 영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환경에서 자라나 살고 있는 '파생체'라는 입장에서 각 작가는 필연적인 운명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자격으로서 작가들은 당시의 문화적인 충격과 유입, 영향 등의 미시적인 일상 부분을 짚어보고자 하는 것이며, 당시 이래로 기호적 신화적으로 등장되어 지금까지도 우리의 의식과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문화적 도상'을 들어내고 이것에 대한 근원적이며 시각 조형적인 비평적 정의를 시도하고자 한다.

이지희_process_라이트 박스_60×68cm / 인터렉티브 애니메이션_2003
김미경_mixing festival_넷아트 동영상_00:02:24_2003
정구은_1950년에 출생한 부부_단채널 비디오 영상_2003

2. 이러한 시도와 시각조형물적 담론은 결국 어떠한 목적과 우리 삶의 해결책의 어떤 부면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인가? 이 질문은 이 전시참여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이슈이며 각자 해결해야할 의문이어야 한다. 찬미주의적이고, 서구문화의 일상 속에서 살고 있는 각 작가-우리는(다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자신의 모태(체외 수정된 것과 같은)를 어떻게 부정할 수 있으며, 그 모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비평하며 무엇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단순히 위 전시의 개념과 도상들을 작가의 개념에 따라 들어낸다고 해서 우리 자신(작가 자신)과 관람자 및 또 다른 제3자에게 무엇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인가? 혹은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 우리의 현대적 뿌리와 영향들, 어떤 문화적 아이콘들을 구체적인 사건과 시기에 따라 기호 적으로 제시하고 들어내는 것-시각적인 조형으로 표출하는 것이 우리의 진솔한 고백이며 우리의 치부와 내부를 들어내는 것일 수도 있다. 만약 이것이 성공적이라며, '정신질환'의 치료의 한 해결책이 된다. 정신질환자는 자신의 정신이 비정상이라는 것을 알지도 못하며 인정하지도 않는다. 세계를 자신이 보고 싶은 데로 보며, 생각하고 느끼는 대로 옳다고 생각한다. 후천적인 치료에 의해서 비로소 자신의 정신구조와 해석, 가치구조가 '정신질환적' 상태였다는 것을 인지하고 후회하고 인정해서야,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정신질환'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치료하게 된다. ● 하지만, 문화적 아이콘의 유입과 친화, 상호피드백에 의한 잡종생산물, 파생체로서의 존재는 '정신질환적'-문화적 상태로 정의되거나 등가적인 상황으로 여겨져야 하는가도 또 다른 의문이다. 문화적 가치는 그 표준이 애매하거나 하나의 기준으로 편향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극단적 국수주의자이거나 골수적 민족주의자이라며,-혹은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면-물론 다른 입장일 수도 있다. ; 순환적 논의와 의문은 끝이 없다. ● 이 전시는 하나의 진솔한 고백이든지, 어떤 담론적인 비평이든지, 열려진 기호적 제시물이든지, 우리의 문화적 아이콘에 대한 "이중적 진술"이다. 우리가 친애하고 의존하고 있는 일상에 대한 풍자이며, 혼성모방(pastiche)이며, 시각적 조형물의 제시이다. 이것을 통한 '문제해결'의 결과는 이 전시하나로 해결된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이 전시기회의 의도는 "문제"의 제시를 시각적으로 시도함에 있으며, 그 해답을 관람자 각 자에게 묻고자 한다. ■ 심철웅

정상곤_sky-paranoia_비디오 영상설치, 디지털 출력_2003
이민경_지워지는 남대문_디지털 출력, 영상 프로젝션_100×120cm_2003
이현수_hopscotch_비디오 영상설치_2003

트루먼이 묵었던 남대문 2층 객실 ● 트루먼 대통령이 남대문에 온적은 없었지만, 있을 법한 가상적인 이야기를 이 전시회는 제시한다. 이 있음 직한 '역사적 이야기' 속에서, '인용'을 통해 '가상적인 사실'과 '실제 사실'을 엮어내는 것은 포스트 모던적인 담론으로서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더욱이 이 전시가 한국 6.25 전쟁 종전 50년이 되는 해인 올 2003년에 열린다는 점에서 지난 우리의 과거를 뒤 돌아 보는 뜻 깊은 일이며, 과거의 조형적인 방식이 아닌, 새로운 서술체과 지시, 직유, 은유 등의 다양한 화법으로 젊은 미디어 조형 예술가들이 참여한다는데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이들 젊은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에서 필자는 전통적인 미학적, 미술사적 용어인 '디아제시스'(diagesis)를 생각한다. 예술에 의해서 제시되는 세계, 환경을 지시하는 이 용어는 등장인물의 배경 이야기로서 '가상적 예술 세계'에서, 작품의 무대를 만들어내고 '이야기체'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 전시의 작가들은 과거의 메시지 없는 그림에서부터 탈출하는데 그치지 않고, 가상적인 사건을 제시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실제 인물과 가상 사건'이라는 구조를 만들며, non fiction과 fiction의 중간 길을 여는 '있을 법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여기서, 그들은 '진실스러운 모방'을 통해서 더욱 현실적이며 역사적인 텍스트를 구성해 낸다. 이 진실스러운 이야기와 플롯에서의 모방은 단순하게 "재생과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아리스토텔레스) 것으로서, 픽션의 구조로 볼 수 있다. ● 이 전시회의 '있을법한 이야기'에서 심철웅은 '트루먼이 묵었던 남대문 2층 객실 01편'에서 화면 중간을 가르는 수직적인 조형요소와 그 구조물에 매달린 아이의 놀이는 서울의 이태원과 로스앤젤레스 한인촌을 갈라놓는다. 여기에 서로 닮으면서도 다른 정황의 풍경의 이질성은 야자수와 신호등, 거리와 행인, 간판 등 파편적으로 병존하는 두 문화의 상황을 대조시키며, 우리 현실과 역사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여기서 작가는 미국 지향적인 문화를 보여주는 할리우드 영화 등을 통해서 우리의 모순적인 유토피아적 환상을 풍자하기도 한다. 이정희는 트루먼의 '세계의 평화는 어떤 개인보다도 중요하다'는 말을 해체시키며, 직접적인 지시와 동시에 한국인의 이산가족의 상황을 드러낸다.

조혜정_리틀 시카고, 동두천_단채널 비디오 영상_00:30:00_2003
김두진_당신 곁을 맴돕니다_비디오/음향 설치_00:10:00_original scene from movie 'Merilin'_2003
이석환_Piece of war_디지털 출력_90×60cm_2003
노승국_말하는 식물_넷아트_2003
이경희_the Panopticon_넷아트_2003

김두진은 '당신 곁을 맴돕니다'에서 나이든 남자와 여자가 서로 마주하고, 쳐다보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그 인물들을 천천히 맴돌다가 점차로 빨리 돌기 시작한다. 그것에 의해, 젊음과 늙음은 교차되고, 나중에는 빠른 변화에 의해서 영상은 하얗게 지워진다. 이러한 변화에서 인생의 삶과 시간, 과거가 동시적으로 재현되어 삶, 전쟁, 상황 등 다차원적인 시간성을 암시한다. 김미경의 여인을 주제로 한 작품에서는 현재 사회 상황을 간접적으로 상징해내고 있다. 노승국의 말하는 식물로서는 풍자와 상징의 화법을 그려놓았다. 양예은의 HMD로 보는 잘려진 다른 영상들 속에서는 돌이켜 보는 50년의 기록과 38선 등이 재미있게 연출되고 있다. ● 조혜정은 미군과 한국여인에 대한 현실적이면서도 휴머니스트적 주제를 담아낸다. 그녀는 동두천에서 오랫동안 '양공주'였던 한 여인의 증언을 통해 그 속의 갈등과 문제를 소박하게 다루고 있으며, 그의 화면은 미군과 한국여인의 관계를 다룬 영화에서부터, 군인, 군대의 사열, 트럭, 동두천 길가, 물고기 등으로 다채롭게 편집되었다. ● 정상곤은 여인들의 만족과 안락, 평안함을 차디찬 사각형의 흰 칸막이 방에 설치된 침대, 그리고 부유하는 영상의 프로젝션으로 보여주는데, 이러한 것은 현 시점의 한국사회와 그 역사성, 미국의 의미 등을 간접적으로 그려내며, 한국의 여성에 초점을 맞춘다. 정구은은 1950년에 출생한 부부가 비닐봉지를 뒤집어써 질식되고 있는 상황을 제시하여, 우리 현실을 비판적으로 그려낸다. 이지희는 우리 문화가 서구화되면서 달라진 미관을 풍자적으로 그려냈으며, 이석환은 전쟁과 기계문명의 비판을 분해된 기계들을 통해서 어두우면서도 기하학적인 조형관을 갖고 표현한다. 안수나는 색들을 펼쳐놓아 가며, 흐릿하게 병열적으로 미군과 관련된 길거리과 인디언 인형, 술집 등을 다양하게 그린다. ● 이현수는 어린 아이의 땅 위에 금 그어 놓는 놀이를 전시장 바닥에 만들어 놓고, 아이가 노는 장면을 벽면에 투사한다. 이러한 설치는 인간들의 영토와 제한, 금지의 의미를 제시하면서도 특히 바닥 공간의 회화적인 설치는 주목된다. 이민경은 지워지는 남대문으로서의 우리의 역사성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여러 명의 얼굴들을 다중적으로 겹쳐놓아,다중의 측면을 직설적으로 함축해낸다. ● 또한 이 전시회는 'xixix'라 하여, 심철웅, 이신욱, 박정욱, 허희재, 양혜진이 공동작업으로 3차원적인 가상현실을 만들어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한 작품을 선보인다. 이 공동작업에서는 비행기와 권총, 맥도날드, 여권, 코카콜라, 자유의 여신상 등 현재 우리 문화의 혼성적 측면과 정치 사회상을 반영한 물건들이 입체화면으로 제시되며, 이질적인 문화의 공존성을 설명한다. 이 전시회는 이렇게 우리의 정체성에 대하여 사회성, 여성의 문제, 놀이, 미의식, 문화 등 다양한 영역으로 반성하며, '트루먼'이라는 역사적인 인물과 가상 사건으로 현재 한국문화를 풍자해 나간다. 이는 문학적인 정황처럼, 가상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진행시킨 사회 반영이 세계의 경험적인 리얼리티보다 더욱 근본적인 리얼리티를 만들 수 있는지 타진해보는 것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서술적인 미술, 이야기와 함께 만드는 예술의 가능성에 기대를 갖는다. ■ 강태성

Vol.20031120c | 트루먼이 묵었던 남대문 2층 객실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