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多

차동하 채색展   2003_1121 ▶ 2003_1211 / 일,공휴일 휴관

차동하_삼다_닥종이에 채색_70×58cm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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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1121_금요일_05:00pm

송은갤러리 서울 강남구 대치동 947-7번지 삼탄빌딩 1층 Tel. 02_527_6282

한지에 스며든 회화적 경험 ● 차동하의 삼다(三多) 연작은 완벽한 색감과 균형감의 색면추상이다. 상하로 이분되거나 중앙과 양옆으로 병치되는 색면은 색과 표면 질감의 미세한 변조를 조금씩 발견해가는 작은 경이의 연속이다. 화면 속에는 제주도의 인상인 노란 유채꽃과 검은 현무암, 어두운 밤바다와 흰 모래사장, 밤하늘에 지나치는 한줄기 섬광과 은빛 모래 위에 반사되는 달빛 등 자연에서 받은 시적 정서가 담겨져있다. 작가가 '회화적 경험'이라고 일컫는 이러한 정서는 접고 구긴 닥종이의 결에 따라 스며든 채색의 농담과 너른 색면으로 표현된다. 첫인상은 단순하고 차분한 색면이지만 이어 다가오는 것은 수많은 격자무늬로의 균일한 화면분할과 시각적 차별을 호소하는 세부이다. 이는 그가 자연에서 받은 정서가 회화적으로 육화되어 온 과정을 역으로 더듬어가는 환원적 경험이다. 한국적 색감과 시각적 정서, 정적(靜的)이며 절제가 돋보이는 화면을 통해 관객이 결국 다다르는 곳은 자연에서 그가 받은 직접적 감흥이라기보다 한 겹 걸러진 관조와 명상의 세계이다.

차동하_삼다_닥종이에 채색_135×180cm_2003
차동하_삼다_닥종이에 채색_135×180cm_2003

차동하의 화면은 시간을 두고 응시하는 지속적인 감상을 요구한다. 화면은 한두 가지 색으로 분절된다. 한쪽은 바탕이 비쳐 보이고 닥종이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반면, 다른 쪽은 불투명하고 매끈한 표면이다. 눈에 익숙한 색면추상이지만 미세한 변화로 망막을 자극하며, 이러한 섬세하게 차별화된 화면은 점진적으로 관객을 흡인한다. 단계적으로 펼쳐지는 색상과 질감, 미세한 세부의 결을 따라 관객을 의식의 저변으로 침잠하게 하여 사유와 명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이러한 차동하의 그림은 음과 양, 정중동의 동양적 정서에 바탕을 둔 지극히 섬세하고 서정적인 화면이다. 로스코(Mark Rothko:1903-1970)의 영혼을 울리는 색면추상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전통적인 채색기법과 표면 질감의 미묘한 변화, 토속적인 자연 소재 등으로 인해 명상적 정서를 담고 있는 것이다.

차동하_삼다_닥종이에 채색_91×230cm_2003
차동하_삼다_닥종이에 채색_91×230cm_2003

그의 색은 한 가지 색이라도 그 안에 다양한 색조를 담고 있다. 이 결코 들뜨지 않는 오묘하고 섬세한 느낌의 남색, 자색, 황색 등은 콩댐 위에 담채로 수십 번 중채한 결과이다. 또한 짙게 바른 면을 격자를 따라 긁어내어 바닥의 색이 드러나는 등 음과 양의 작업형태가 공존한다. ● 차동하는 동양회화 수련에 의한 중채(重彩)법의 활용뿐 아니라 한국적인 정서의 육화를 화면에 도입했다. 구기고 접은 닥종이의 균열에 스며드는 색의 농담은 한국인에 익숙한, 한지 문 창호를 통해 실내로 침투하는 한 번 걸러진 반투명의 빛을 연상시킨다. 문 창호는 이러한 간접조명의 따스한 정서를 이끌어내며, 완전히 막히지도 완전히 열리지도 않은 공간을 창출해낸다. 문살의 격자무늬와 창호지가 이루는 구성효과는, 우리가 잊고 있었으나 뇌리에 새겨져 있는 유년 시절의 기억과 침잠해있던 소중한 시각적 미감을 표면에 떠올린다. ● 차동하의 작품은 제주의 자연에서 얻은 감각적 인상을 사유적이고 명상적인 양식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러한 그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의식은 감각과 사유의 통일, 음양의 대비와 균형, 그리고 한국적 정서의 육화 가능성 모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에서 얻은 시적 감흥을 즉발적이라기보다 흥분을 절제하고 정확히 통제된 화면으로 관조와 명상의 세계까지 이끌어가는 높은 완성도가 돋보인다. ■ 염혜정

Vol.20031116b | 차동하 채색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