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3_1119_수요일_05:00pm
동산방화랑 서울 종로구 견지동 93번지 Tel. 02_733_5877
관념의 그림자-깨달음을 위한 망각의 기표들 ● 이번 출품작중『내면의 정원「The Garden of Inner Mind」』과 『내면의 방「The Room of Inner mind」』이라는 명제로 출품된 이번 작품들은 그의 오랜 회화적 주제였던 '본성-존재「Natural Being」'에 관한 입체와 평면, 타자와 주체, 관념과 실존의 문제로 그 영역을 확장하면서 새로운 회화적 항로이동을 예표「豫表」하는 것으로 주목되는 시도가 아닐 수 없다고 본다.
설치작업인 『내면의 방』이 그의 회화적 관심영역을 외부와의 관계성으로 파악하려는 것이라면, 평면회화인 『내면의 정원』은 철저히 자아 속에서 찾으려는 내면의식의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회화적 세계는 마음을 세계의 주체이며 실존이라고 보는데서 출발하고 있다. 따라서 앞에서 언급했듯이 그의 화면들은 이러한 그의 마음을 반영하는 실존의 형식들인 것이다. ● 여기서 우리는 그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을 하나의 수행적 자세의 한 방편이라고 여기고 있음을 엿보게 된다.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 즉 색즉시공「色卽是空」과 같은 불교적 철리조차 구분이 없는 혹은 경계 지을 수 없는 공시적 관계성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관념-실존-마음'이라는 순환적 관계는 그의 회화적 기류를 읽어내는 핵심적 요체이다. '그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으며, 무엇이 실존이고 무엇이 관념인가?'라는 철학적 화두에 깊이 몰입해 있다. 그 철학적 사념의 편린들이 그의 화면에는 고요하지만 끊임없이 유동하는 기「氣」의 형세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물-얼음-수증기'와 같은 물리적 순환관계로 교직된 우주적 질서에 관한 조형적 사색이 그의 화면을 지배하고 있다. 이 순환적 관계성은 그의 조형적 해석을 가능케 하는 하나의 단서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그러한 관계성의 중심에서 세상을 보고 화면을 조정하고 색면이 자아내는 화음을 조율하고 있는 것이다. ● 김근중의 회화는 관념의 세계를 표상한다. 그는 현실세계조차 관념에 의한 산물로 보면서 그것은 결국 마음에서 배태된다고 말한다. '부처가 네 마음 속에 있다.'는 불교적 교리와 같이 그는 작품 역시 관념의 외화된 표징「表徵」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의 그림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관념은 무엇인가. 김근중은 깨달음을 위한 자극으로서 혹은 망각의 기표로서 자신의 작품을 지우고 비워나간다. 그리고서는 살며시 관객에게 묻는다. 무엇을 찾습니까? 그의 이러한 사유를 표현한 극명한 작품은 『내면의 방』에서 여실히 목격된다.
MDF에 페인트칠을 한 작은 상자들은 관객들이 서랍처럼 열어볼 수 있는 입체작품이다. 그는 비어있는 이 상자들을 열어보고 싶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의 내면 속으로의 산책을 권유한다. 억제되어 있는 무수한 욕망, 감정, 사념들이 자라고 있는 방 속에서 모든 것이 결국 모든 것은 환영이고 환상이라는 깨달음의 미학을 전해주고자 한다. 그 욕망과 사념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함을 얻을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그는 내면의 무수한 방들을 만들어 두고 그 미망「迷妄」의 구멍들을 살며시 들여다보도록 장치한 것이다. 그리고서는 내면의 방으로 들어가 자아와의 대면과 관조를 희구하는 것이다. ■ 장동광
Vol.20031116a | 김근중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