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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작가_김순영_김영경_김현민_최재경
책임기획_장선정
갤러리 피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7-28번지 백상빌딩 1층 Tel. 02_730_3280
Blend_polis, 모든 사람을 위한, 그러면서도 그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도시_이 문구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부제 '모든 사람을 위한, 그러면서도 그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에서 빌려 온 것이다. ● 요사이 사진판에서도 그렇고, 서울과 도시를 조망하는 전시회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저 유행인가, 하고 지나쳐버리기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을 정도로, 많은 작가들이 서울을, 도시를 화두로 삼고 있다. 이는 청계천을 둘러싼 사회적 관심에서 비롯된 것인 듯도 한데, 이 전시 -Blend_polis- 에 참여한 4인은 나름의 진지함으로 이전부터, 그러니까 말하자면 꽤 오래, 도시, 그 공간에 대한 관심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사진가들이다. Gallery Fish의 도움으로 이들의 진지한 관심이 한자리에 모였다.
2002년 겨울에서 2003년의 봄까지, 일민미술관에서 아라키노부요시荒木伸義의 "소설 서울, 이야기 도쿄" 라는 전시가 있었다. 그 일정 한가운데, 작가와의 대화시간이 마련되었는데, 아라키는 그 시간 내내 유쾌하게 대화를 풀어나갔고, 사람들 기억에 남을 몇 마디 남기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한국 음식 중에는 비빔밥이 제일 좋아. 서울은 참 비빔밥스러워' '난 변비보다 설사가 좋단 말이야' 지금, 도시 공간에 대한 사진을 마주하니, 뜬금없는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는 아라키의 말들이 자꾸 귓주변을 맴돈다. ● 김순영의 사진은, 곧 도시에게 땅따먹기가 될 지역의 고요한 풍경이다. 울타리 속 무수한 잡초들은 이내 곧 그들 수만큼이나 많은 창문-꽃을 피울 것이다. 폭풍 전야라고까지 말하는 것은 과장이겠지만, 그 현란하지 못한 풍경은 눈에 설다. 그래서 감상적이면서도 사진은 건조하다. 그래서인지, 'Only You' 이던가, 나른한 권태로움이 잔뜩 베여 있는 영화 'Bagdad Cafe'의 그 노래가 생각난다. ● 김영경은 지난 작업과 같이 낯선 도시 풍경으로서의 맥락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전 보다 한층 도시 한 중심으로 그녀의 관심이 집중해서인지, 도시는 그 야경 속에서 조명발과 화장발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서울시내 곳곳은 너무나 아름답다. 광화문, 소공동, 동대문, 그 어느 곳 하나 빠지는 곳이 없다. 퍼내고 덮고 부시고 세우고, 그러하더라도, 뭐라 할까, 깜찍한 칼라밴드를 붙여놓은 상처라 해야 할까 서울은 상처마저 주목케 한다.
최재경의 이미지는 우리네 서울, 참으로 설사판 같은 도시를 보여준다. 녀석은 어찌나 식성이 게걸스러운지, 가리는 것도 없다. 관용도가 넓은 것인지, 이 볼만한 도시는 아무튼 '브라보 시티'이다. 질식할 것만 같은 이 이미지들은 높고 넓게 자꾸만 세포분열을 하는 괴물 같다. 그래서 쵀재경의 도시는 21세기의 쥬라기 공원처럼 너무나 스펙터클하다. ● 도시 공간의 '준비 - 땡, 다시, 준비 - 땡' 이 같은 반복적 리듬은 어찌나 급한지, 때로는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무엇을 못 쫒아가게 한다. 이에 김현민의 사진 이미지처럼 얼렁뚱땅 하모니가 자주 연출된다. 반짝 이루어진 일들이 많은 이 공간은 스스로를 반성하는 듯, 나름의 내실을 찾는다. 진정한 멋쟁이가 속옷을 잘 입어야 한다는 말처럼, 좌대에 올려진 타이어가 진정한 고급 승용차를 만든다는 식이다. 광고 카피에서처럼, 그 타이어를 쓴다고 해서 당신을 알아주지는 않지만 말이다.
이들의 Interior, Exterior 이미지는 공간에 대한 관심의 발로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그 공간이라는 것은 주거를 위한, 혹은 업무를 위한, 또 여가를 위한 도시인의 공간이다. 그런데 현재 이들의 도시에는 도시인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우연의 일치라기보다는 지금의 이 공간 자체가 사람들의, 사람들을 위한, 사람들에 의한 도시가 못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이들 네 명의 사진가가 담은 도시 표정은, 모두 아이러니한 도시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언젠가 벤야민이 수용소에서, "나의 마지막 소원은 파리의 카페에 앉아 엄지손가락을 돌리면서 지나가는 거리의 행인들을 바라보는 일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이들 역시, 결국은 이 도시에서 한가로이 도시의 낭만을 즐기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들 사진가들은 30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을 서울 혹은 서울급 도시에서 지낸 그야말로 부정할 수 없는 도시인이기에, 이들의 도시에 대한 애증어린 시선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 대상을 인식하고 파악할 때 그것 자체의 진정한 본질을 통해서라기보다, 그것이 드러나는 방식을 통해서 이해하게 된다. 물론 그래서 가끔은 그 대상에 대한 그릇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그리고 모든 프로그램은 어떤 메타프로그램의 함수 속에서 기능한다. 사진은 말이 없다. 그렇다면, 드러난 혹은 드러나지 않은 모든 함수와 그 본질에 대한 숨은 답 찾기는 각자의 몫으로 돌리며 글을 막는다. ■ 장선정
Vol.20031103b | Blend_polis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