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coded Flowers : 꽃 속에서 길을 잃다.

김영주 회화展   2003_1105 ▶ 2003_1111

김영주_Encoded Flower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90cm_2003

초대일시_2003_1105_수요일_05:00pm

인사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29-23번지 1층 Tel. 02_735_2655

김영주는 꽃을 그린다. ● 작업에 있어서 그 이미지의 산출은 꽃을 철저히 작가의 방식으로 디코드_decode하여 화면에 인코드_encode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화면에서 꽃이라는 대상은 하나의 암호로서 주관적으로 추출되고 선택된 이미지가 된다. 이렇듯 그가 그리는 꽃은 단순한 재현의 대상이 아니며, 작가 내면을 담아내는 마음의 영역 안에 자리한다. ● 김영주는 마치 곤충의 눈을 가진 것처럼 대상 속으로 침잠하여 대상을 수많은 조각으로 분할한다. 작가는 대상의 바깥쪽에 머무르지 않고 안으로 안으로 파고 들어가 종래는 길을 잃어버리고, 그 자신은 화면 속에서 대상의 파편화된 이미지들과 함께 유영을 시작한다.

김영주_Encoded Flower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194cm_2003
김영주_Encoded Flower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194cm_2003
김영주_Encoded Flower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0×153cm_2003

화면 속의 꽃은 푸가나 캐논처럼 균일하고도 엄격한 리듬을 내재한 채, 반복적인 나타남과 흩어짐을 보여주면서 화면에 생동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때 화면에 리듬감을 부여하는 붓 자국이 미분화된 대상의 느낌을 한결 부드럽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작품에서 시각적 감흥뿐 아니라 촉각적 감흥까지도 불러일으키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 작가의 부지런하고도 반복적인 붓질은 화면의 구성 요소들 간에 긴밀한 관계를 형성시키고 그것을 화면 바깥의 세계로 확장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다. 이렇게 확장된 작가의 붓터치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시각과 촉각, 그리고 더 나아가 청각적 감흥을 아우르는 공감각적 차원에 다다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 또한 김영주의 작품에서는 시각적 이미지가 단순히 시각적 형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색채를 통하여 그 완결점에 이르는 양상을 보여준다. 즉, 색채를 통해서 비로소 이미지가 출현하게 된다는 것인데, 그 이전 작품과 비교해보면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한결 더 색의 농도가 짙어졌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이는 작가가 2차원 평면에서의 지각의 차원을 좀 더 끌어올리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이며, 그 의도는 다분히 성공적으로 보인다. 작가의 부지런한 붓에 의해 충실하게 올려진 미디움이 화려한 색깔을 몸에 얹고서 화면은 더욱 도발적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김영주_Encoded Flower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90cm_2003

필자가 작가의 작업실에서 화려한 색면을 보았을 때 들었던 생각은 김영주도 나이가 든다는 아주 단순하고도 자명한 사실이었다. 몇 년 전의 그림을 기억하는 필자에겐 작품의 변화가 작가에게 사소하지만 큰 변화가 있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여성에게 있어 나이가 든다는 것은 현명함과 노련함, 그리고 대담함의 수위를 높인다는 말과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고 상정한다면, 앞으로 펼쳐질 작가의 삶이 그에게 그리고 그의 작품에게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자못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 그는 아직 꽃 속에서 길을 찾고 있는 중이다. ■ 전혜린

Vol.20031031b | 김영주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