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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그 역설의 풍경 ● 감민경은 30대 중반의 신진작가다. 꽤 그림도 많이 그렸고 적지 않은 이력도 가지고 있다. 여성이, 그것도 지역에서 지속적인 작품활동을 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그런 면에서 그녀의 작업에 대한 열정과 근성은 이미 증명된 바나 다름없다. 감민경의 작품은 글쓰기가 쉽지 않다. 유행이나 세태를 보여주지도, 새로운 기법이나 장르를 펼쳐 보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그녀의 시선이 밝음보다는 어둠을, 그리고 타인보다는 작가 자신을 응시하고 있음을 감지할 따름이다.
감민경의 풍경이나 인물은 세상에 있는 것들이 아니다. -작가는 결코 사진이나 특정한 풍경을 대상으로 그림을 그린 적이 없다고 했다.- 초현실주의적인 몽환적 분위기를 띠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작품이 '낯설게 하기'의 숨은 장치들로 읽혀지지는 않는다. 갖가지 개념과 현학적인 코드들로 관객과의 게임을 즐기는 요즘의 세태를 감안할 때 순진함 마저 느껴진다. 모든 작가의 작품이 자신의 거울이라 말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 이를 확인하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감민경의 작품을 대하면 작가의 성격처럼 진솔함이 느껴진다. 수사나 가식이 없이,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자신도 충실 할 수 있고 보는 사람도 그곳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작가가 그려놓은 이 어두운 숲을 만나면 문득 삶과 세상에 대한 상념에 잠기게 된다. 이상하게도 그녀의 작품을 보면서 누구도 숲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려 하지 않는다. 수없이 많은 선의 반복으로 그려진 그녀의 화면은 마치 야간적외선 렌즈를 통해 본 어둠의 세계와도 같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그녀의 풍경은 그 어둠만큼의 섬세함으로 이루어져 있다. 빛과 어둠의 경계는 미세한 부분까지 표현되어있고 어두운 부분들마저도 특유의 터치로 세심하게 그려져 있다. 만물이 빛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사물의 경계는 명확해 지지만 어둠은 모든 것을 흡수한다. 그곳에는 수면위로 떠올랐던 모든 존재들이 빛을 잃음으로써 하나가 된다. 감민경이 바라보는 어둠은 세상과 자아가 일치된 조화로운 세계이다.
감민경은 자신의 내면 깊숙히 존재하는, 너무 깊어 빛이 닿지 않는 그 세계를 그리고 있다. 누구도 보지 않으려 외면했던 세계를 작가는 가슴깊이 응시하고 있다. 미세한 풀 한포기도 빠뜨리지 않는 작가의 태도는 자신을 바라보는 긴장이다. 바로 그 진솔함과 긴장은 오늘도 허위의식으로 사는 우리에게 삶에 대한 성찰을 준다. 작가는 마음 속 깊이, 느낄 순 있지만 언어화하거나 형태 짓기 어려운 그 낯선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 이영준
Vol.20031030c | 감민경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