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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1030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Peter Chung_김문생_조택연_신형섭_장승효 윤영기_안중률_원성구_최수연_임의균_Sakgayo
후원_한국문화예술진흥원 / 협찬_삼성전자_SyncMaster
관람시간 / 10:00am∼06:00pm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2-1번지(경희궁지) Tel. 019_484_0711 / 이혜정
"사람들은 내게 '당신은 어떻게 이처럼 어둡고 소름끼치는 세계를 상상할 수 있었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나는 내 소설속의 세계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현실속의 세계보다 더 소름끼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William Gibson, 『Neuromancer』, 1984) ● plug in the future 미래 접속 ● '미래 future'와 '상상력 imagination'을 주제화한 SF전은 2002년 처음 기획되어 1회 전시를 갖은 바 있다. SF전은 그간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개념의 전시지만, 그렇다고 Science Fiction 자체를 읽기위한 시도는 아니다. 'Soul of the Future'라는 부제가 제시하듯, '미래'에 대한 시각예술가들의 상상력의 세계와 소통하는 장(場, field)으로서의 위상을 지닌다고 보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80년대 사이버펑크 소설, 『뉴로맨서』를 통해 21세기의 우울하고 암울한 미래상을 제시한 윌리엄 깁슨의 미래주의적 상상력은 문학쟝르를 통해 대중화되었다. 아티스트들에게는 사이버펑크 Cyberpunk를, 과학자들에게는 가상현실 Virtual Reality의 실제적 연구를 도모케 한 그의 미래지향적 상상력은 결국, 현실 또는 현재에 대한 환원과 은유를 토해낸 것이란 생각을 떨칠 수 없음은, 본 전시가 관람자들에게 현실에 대한 일종의 '환기'적 매개체로 작동하길 바라는 기획의도와도 맞닿아있다고 할 수 있다.
'현실/현재의 환원 혹은 은유'라 말하는 것은 SF전이 상정한 '미래'란 시점이 '미래'의 '잠재태(실제가 될 수 있는 상태)'인 '현재'시점의 '지속'으로부터 기능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속하는 현재는 매순간 두 방향으로 나뉘는데, 한 방향은 과거로 정향되고 팽창되며 다른 방향은 미래로 수축된다"는 베르그송(Henri Bergson)의 '지속(duree)'의 의미처럼, 과학 결정론적, 불연속적 시간개념이 아닌 연속적 시간개념 안에서 현재의 의식과 기억을 내포한 '미래'라는 시간/시점을 예술표현의 대상으로 삼는 시각 예술가들의 '상상력'의 다양한 층위들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 '다양성'은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더욱 고착화되는 하이브리드문화예술시대, 대중문화의 시대에, 영화, 애니메이션, 건축, 의상, 비디오아트영상, 설치미술의 형태로 제시된다. 전시에 참여한 11명의 작가들은 국내에서 시도되는 SF라는 주제의 외양적 형식이 주는 익숙하지만 생경한 '전시'를 통해 국내 Visual Culture계의 '미래주의적 상상력'을 실험하고자 하는 것이다.
90년대 미국 MTV를 통해 [Aeon Flux]로 세계적인 애니메이션감독으로 부상한 피터정은 최근 개봉한 [메트릭스]의 애니메이션버젼에 등장하는 [Matricurated(허가)]를 상영설치한다. 어린 시절 다양한 세계 문화적 체험과 경험을 바탕으로 축적된 그의 작품세계는 형식, 스타일면에서 에곤쉴레, 클림트의 표현주의적 스타일의 퇴폐적 에로티시즘을 풍기기도 하지만, 미국적이지도 일본적이지도 않은 독특한 개성적 스타일과 영상 연출법으로 국내외 애니메이션계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완결된 스토리를 배제하고 기승전결의 내러티브를 파괴한 실험작이자 포스트모더니즘의 전형을 이루는 [이온 플럭스]는 물론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된 배경은 '미래'시점이다. 이번 전시에서 상영설치될 [Matricurated(허가)](2003,17분)는 SF영화 [메트릭스]의 해설서에 해당하는 [Animatrix](총 9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작품으로 피터정만의 독특한 그림체와 캐릭터는 물론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미래세계에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기계'와 '너무도 냉정한 인간'사이의 이질된 양면성을 대비해 보여준다. 현실/가상현실, 선/악, 자연/인간, 남성/여성 등의 이분법적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주의적, 아방가르드적 표현이 담긴 작품이다.
건축학과 교수인 조택연은 1979년 영국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제시한 지구가 스스로 정화하여 새로이 탄생한다는 가이아이론을 바탕으로 지난 몇 년간 "가이아프로젝트"전시를 통해 인문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미래공간탐구에 예술적 형상을 구현하여왔다. 디지털이라는 인식코드를 매체로 인간이 선호하는 공간을 탐구하는 그의 작업은 [HYYPERGATE도시] 신작에서도 생태학적 자연을 기반으로 인간의 지각심리학적 도시공간, 진화형 도시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1988년 이후 다양한 광고제작의 노하우를 통해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제작을 시도한 김문생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비약적 발전을 보여준 SF애니메이션 [Wonderful Days](2003, 87분)에서 AD 2142년, 잿빛하늘이 계속되는 지구에서 오염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인공지능도시 '에코반'과 이 에코반으로부터 거부당한 이들이 거주하는 '마르'를 무대배경으로 미래세계를 표현한다. 전형적인 SF영화가 제시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대한 은유를 넘는 이 작품은 '유토피아'지향의 휴머니즘을 읽을 수 있는 SF영화이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설치미술작가 신형섭은 이번 전시에서 '버그 Bug'시리즈와 같이 폐품이나 일상 오브제를 이용한 곤충작업이후 [The Cell]이라는 새로운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그가 상정한 인간의 몸을 형성하는 생물학적 단위 '세포'는 모든 욕망의 근원이자 원형으로 작동된다. 생물학적 유기체로서의 몸, 육체를 소유한 인간은 라캉이 말하는 법과 질서, 언어의 세계(상징계)속에서 완전한 인간이 되고자 유사인간, 사이보그, 로봇이라는 대체물을 생산하지만, 그 완전함을 향한 욕망은 결코 채워지지 않고 결핍된 채 부유할 뿐이다. [The cell]은 충족될 수 없는, 만져도 느낄수 없는, 먹어도 맛볼 수 없는 [메트릭스]와 같은 가상현실세계에 당도한 인간 욕망의 생물학적 근원, 그 원형적 의미를 내포한다. 1975년 프랑스의 '뫼비우스'가 창간한 SF만화잡지 [메탈 위를랑]의 계보를 잇는 미국판 [Heavy Metal](1977창간)의 [24 Hour Man] 일러스트작가로 참여하고, 영화 [Dangerous Life of Alter Boys], [펄잼]의 뮤직비디오, [원더풀데이즈]의 2D애니메이션감독등 다양한 애니메이션작업을 하는 윤영기는 이번 전시에서 [DISCARDED](2003)라는 일러스트레이션작업을 선보인다. 그는 단순하고 경쾌한 선과 면구성의 그래픽 스타일로 구성된 '폐기된 여성사이보그'형상을 통해 기술자본주의물신이 낳은 정치적 타자 '사이보그'의 자아, 정체성을 표현한다.
[Robosapiens](2003)라는 작품을 통해 새로운 가상적 학명을 인간이 아닌 로봇에 부여한 장승효의 작업은 산업혁명이후 문명 발전의 공로자인 '노동자'의 대체물로 탄생한 유사인간, 미래 인간적 구현물 '로봇'을 재현한다. 국내작가로는 드물게 거대로봇작업을 하는 그는 어린시절 로봇태권브이를 좋아하며 자란 세대로 언젠가 태권브이를 제작하고 싶어하는 작가적 감수성을 미래형 로봇에 반영한다.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2003)의 작가 안중률은 그로테스크하고 섬세한 표현력으로 유기체합성사이보그의 미래적 이미지를 재현한다. 그는 피터정의 [이온 플럭스], [애니메트릭스]를 비롯해 다양한 애니메이션작업에 참여한바 있다. 17-18세기 시대의상 전문가로 의상미학의 섬세함과 열정을 작품에 담는 최수연은 이번 전시에서 미래의 인간의 '의(衣)'를 탐구한 [Cyborg Angel]등 다양한 패브릭의 소재를 이용해 미래지향적 의상작품들을 선보인다. 독특한 캐릭터디자인은 물론 광고, 장,단편애니메이션등 다양한 작업을 추구해온 원성구는 [일렉트릭 러브](2003)를 주제로 미래인간 사이보그의 '전자적 사랑', 사이버스페이스 에로티시즘을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구현한다. 멀티미디어아티스트이자 단편영화제작등 비주얼 영상을 리드하는 젊은 끼로 넘치는 작가 삭게오는 실사촬영과 컴퓨터합성이 이루어낸 영상과 다큐멘터리적 형식의 내러티브로 사이보그의 일상을 상상하는 영상작업을 선보인다. 그로테스크한 미감을 stopmotion기법으로 그려낸 작가 임의균의 [Touch me Not]은 불완전한 신체를 소유한 인간의 욕망을 표현한 단편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인간의 생물학적 신체의 완전함에 대한 갈망과 충동은 유사 인간 사이보그탄생의 전주곡으로 작용하지만 결국엔 보충, 대체, 부속품적 위치에 놓인 사이보그 신체의 불완전함과 다를 바 없는 현실의 인간상을 반영할 뿐임을 암시하는 메타포적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미래를 상상하는 건축, 영화, 미술, 애니메이션, 만화등 전문분야에서 활동하는 11명의 작가들은 과거 그리고 현재의 연속적 시간속에서 펼쳐질 무한시점 '미래'세계를 '시각 문화 Visual Culture'의 다양한 매체형식과 방식을 통해 재현한다. 그리고 이는 곧 이 시대 예술가들의 미래지향적 '미적 의식'의 반영일수 있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경한 [SF]라는 주제전을 통해 다양한 예술 장르간의 소통, 작가들의 소통 그리고 궁극에는 대중과 예술의 보다 적극적인 소통의 실천을 시도하여 타자를 수용하는 열린 예술의 현재적 의미를 고찰하고, 더불어 '미래의 가능태'로 기능하는 우리의 '현재 혹은 현실'을 반추해보는 계기가 되길 희망해본다. ■ 이혜정
Vol.20031030b | SF_Soul of the Futur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