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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1018_토요일_05:00pm
참여작가 이정희_최은경_김주연_임현정_박경주_전상옥 김월식_임승률_한데비_김해심_상국규
세미나_2003_1108_토요일_04:00pm_가갤러리 주제_독신의 개인적, 사회적 의미 / 발제자_박충선
가갤러리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89번지 Tel. 02_792_8736
독신-가족 ● 가족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사회제도 안에서 '소수'로서 살아가는 '독신'의 삶은 어떤 것일까? 그들은 삶의 내부에 어떤 욕구와 열정, 희망과 좌절을 가지고 있을까? 남, 여의 결합을 통한 가족제도의 체제를 벗어난 독신들은 과연 이 사회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 것일까? 모든 제도가 기혼자 위주이고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미성숙하고 불행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혈연적 가족 중심의 사회에서 독신으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독신을 자발적, 적극적으로 선택하였든 수동적으로 선택하였든 주변의 시선은 늘 그들을 불편하게 한다. 태어나서 자신이 성장하여온 출생가족은 자신의 선택권 없이 운명적으로 처하게된 것이지만 결혼하여 새로운 가정을 이루면서 형성하게되는 생식가족은 자신의 선택이 가능하다. 결혼을 하여 새로운 가족을 가질 것인지 말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사항인 것이다. 또한 결혼을 했느냐 안 했느냐는 행, 불행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는데 인생의 본질적 행복이 결혼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타인의 취향"이라는 영화 제목도 있는데 사람들은 각기 다른 취향과 다른 삶의 기준을 가지고 산다. 그러므로 자기와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평가해서는 안 된다. 『가족은 없다』의 저자 다이애너 기틴스는 "가족의 이데올로기는 우리에게 한가지 유형의 가족만이 존재한다는 전제아래 서로 보호하고 사랑하는 관계가 이성간 결혼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수용되는 것임을 가르친다. 그러나 혼 외나 동성간에도 보호하고 사랑하는 관계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특정한 가족의 유형만을 유일하게 바람직하고 합법적인 것으로 제시하는 것은 다양한 가족 유형과 삶의 방식이 공존하는 현실에 부합하지 못하는 일이다.
독신-되기 ● 들뢰즈와 가타리는 『천 개의 고원』에서 "다수파는 권력 상태 또는 지배 상태를 전제로 한다. 다수파 되기란 없다. 다수파는 결코 생성이 아니다. 생성에는 오직 소수파 되기만이 있다."고 하면서 수많은 되기(=생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동물-되기, 여자-되기, 아이-되기 등등. 독신들도 '독신-되기'를 하여야 한다. '독신-되기'는 소수자로서의 독신들 자신이 기존의 결혼중심 질서체계의 가치를 자신의 삶의 척도로 삼기를 거부하고 그와는 다른 방향의 삶을 생성하는 것을 말한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여성-되기는 필연적으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변용 시킨다"고 하였는데 독신-되기는 필연적으로 독신뿐만 아니라 기혼자도 변용 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독신-사회 ●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독립한 독신이든 부모나 가족과 같이 사는 독신이든 배우자 없이 사는 사람으로서의 주거 공간의 문제, 성(性)의 해소문제, 사회의 편견에서 비롯된 부당한 대우, 경제적 불이익 그리고 일상적인 삶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감상들 등등 전통적인 유교사회의 윤리관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독신들이 겪게되는 다양한 경험들이 있다. 독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 현실이 독신을 소외시키지 않고 다양한 삶의 방식, 다양한 인간관계가 존중되는 환경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독신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 잘못된 편견으로 비롯된 독신의 문제를 자신의 생활의 일부로서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이 선택한 삶에 대해 긍지와 자신감을 가지고 부당한 사회 환경에 대항하는 적극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야만 독신에 대한 사회의 부당한 시선도 개선의 여지를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아무도 미래를 장담하지 못한다. 현재의 독신도, 기혼도 잠재적일 뿐이다. 미혼독신이 늘어감과 동시에 질병과 사고, 이혼 증가율에 따른 기혼자 독신도 증가 추세이다. 현재의 독신이 기혼자 될 수 있음과 현재의 기혼자가 독신 될 수 있음에 모두 유연해 져야 하겠다. 독신은 대다수 사람들이 선택한 일반적인 삶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다고 해도 일탈은 아니다. 독신으로 사는 것이 사회의 규범을 어기는 것도 정서적 장애도 아니기 때문이다. 독신은 안정과 구속보다 고독하더라도 자유롭고 싶은 욕망을 반영한다. 사회적 편견이 독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독신들은 자유롭다. 평범한 독신들이 평범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이것만으로도 대안적인 삶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며 인간의 삶에 대한 욕구가 다양해져 가는 시대적 추세에 부합하는 일이 될 것이다.
독신-작업 ● 이번 전시를 통해서 작가들은 인간으로서 누구나 겪게되는 보편적인 고독이나 삶에 있어서의 근본적인 욕구에 대해서보다는 독신이기 때문에 겪게된 경험, 독신에게만 주어지는 환경, 조건에 대해서 자신들만의 입장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독신을 해석하고 작업으로 풀어냄으로써 타인들과 소통을 시도하게 된다. 이번 전시가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독신 자신들마저도 유교사회의 논리에 지배된 획일화된 가치에서 탈피하는 기회가 되고 독신에 대한 새로운 시각형성의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모두 현재 상태 독신이다. 일부러 독신작가들만 참여한 전시를 하려는 것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되었다.
이정희는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결혼을 선택한 이유로 축하 받듯이 독신인 사람들도 독신을 선택한 이유로 축하 받아야 한다며 독신기념일을 만들어 행사를 치른다. 그리고 자녀를 가지지 않은 독신이지만 마치 자녀를 양육하듯이 자신의 머리카락과 손톱, 발톱을 화분에 심어 키운다. ● 최은경은 평소에 자신과 친하게 지내온 독신인 한 언니와의 공동 작업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아플 때 간편하게 취할 수 있는 민간요법이나 응급 처치법, 혼자서 할 수 있는 놀이, 체조 등을 간단히 드로잉 하거나 기록한 안내 책자를 만든다. 그리고 자신이 읽은 책의 내용이나 설화를 각색하여 결혼과 독신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글을 쓴다. ● 김주연의 독獨-신身-독獨-방房 작업은 자신이 독일의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작업실에서 온전히 혼자로서의 자유로움을 느꼈던 경험을 토대로 한 작업으로 관객을 홀로 독방에 들어가게 한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 없이 혼자로서의 자유로움을 마음껏 느끼고 나아가 자신의 내면과 만나는 시간을 가지는 체험의 공간을 제공한다. ● 임현정은 독신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일상을 일기를 적듯이 담담하게 기록한 글을 조각낸 다음 조각난 단어의 파편들을 2층으로 오르는 계단 구석구석에 설치한다. ● 박경주는 누구나 에게 획일적으로 제공되는 교통질서 체계인 신호등의 신호 체계를 작가가 임의로 흩트려 새로운 신호체계를 만들어냄으로써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결혼 중심의 질서체계의 사고에서 벗어나 보도록 한다.
전상옥은 독신들의 자기애적 성향을 광고에서 보여지는 나르시스적인 이미지를 통해서 보여준다. ● 김월식은 독신으로 독립하여 살면서 자신이 경험한 에피소드를 드로잉으로 제시한다. 오랫동안 사용해온 낡은 세탁기가 비만해 졌다던가, 큰 빨랫감도 넉넉히 소화할 수 있도록 늘어난 빨래판, 식물이 자라는 칫솔 등등. ● 임승률은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을 인터뷰한 다큐멘터리 필름을 제작하여 작가이면서 독신으로 살아가고 있는 남다르지만 남다르지 않은 그들의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 한데비는 야한 색깔의 콘돔을 사용하여 야한 디자인의 여성용 팬티를 만들어 낸다. 콘돔과 여성용 팬티의 만남은 아이를 생산하지 않는 독신들의 성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 김해심은 배우자나 아이들 그 누군가를 위해 차리는 식탁이 아니라 누군가의 식성을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음식을 장만한 자신의 식탁을 준비한다. ● 상국규는 사람이 홀로인 존재라는 사실이 독신에게만 해당되는 유별난 사항이 아니라 사람이면 누구나 혼자라는 것을 인지시키고자 한다. 달이 가진 일반적인 상징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지극히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의미에서 달을 상징화시키고 있는데, 밤마다 나타나는 달은 변함 없이 우리 곁에 있는 존재라는 친근함과 언제까지나 도달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는 먼 거리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작가는 개인의 존재론적 외로움을 달래는 또는 부추키는 의미로서의 달의 이미지를 상징화시키고 있다. ■ 이정희
Vol.20031019a | single, singl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