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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광주신세계미술제 대상 수상작가展
광주신세계갤러리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49-1번지 신세계백화점 광주점 1층 Tel. 062_360_1630
박수만의 그림은 자신에게 주술을 거는 그림들이자 세상의 모든 것들을 일일이 화면 안으로 불러들여 자기애 속으로 감싸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불러들여 놓고 그 대상들에 침을 놓거나 부적을 붙여주거나 벽사의 의미를 갖는 글자를 하나씩 적어주면서 우리네 삶의 지극히 본원적인 소망이 이루어지길 마냥 비는 것도 같다. 여기서 그림과 문자는 자기만의 '부적체'로 몸을 내밀며 나온다. 그래서인지 그의 회화는 그림으로 주문을 거는 은밀한 자기수행과 치유적 차원에서 스며 나온다.
또한 그의 그림은 실질적인 자기 삶의 개인인 체험과 경험을 자연스럽게 보듬고 하나씩 되새김질 해보는 일이다. 자기 독백으로서의 중얼거림을 닮은 그림들은 만화의 말 풍선을 닮은 꼴 안에 문자가 들어있거나 여러 글들을 화면 곳곳에 써놓아 서늘한 단상이나 토막난 기억, 반짝이는 추억, 은밀하고 내밀한 발설 등을 보여준다. 화면은 그의 중얼거림, 독백, 상념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고깃덩어리로서의 육체, 발가벗긴 몸뚱이 그 자체를 상징하는 연한 핑크 빛 피부색으로 드러난 사람의 몸 속에 사람과 집이 들어있고 머리가 몇 개씩 붙어있거나 머리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듯, 혹은 입에서 꾸역꾸역 무엇인가가 흘러나오고 들어가는 듯한 이 형상들은 박수만의 내밀한 생각, 상상력을 드러내는 상징들이다. ● 그러기 위해 그는 만화나 일러스트레이션의 형식을 빌어 회화와 섞어낸다. 부드럽고 세련되게 조율된 이 회화는 오랜 시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시각화시켜내는 장치에 대한 숙련과 익숙함에서 나온다는 생각이다. 이 서술적인 그리기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 문자그림, 만화적 회화, 일러스트레이션 페인팅, 서술적 회화 등으로 복수화 된 박수만식의 회화다.
그런가하면 그 그림 그리기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은근한 풍자나 신랄한 비판의 음성들이다. 일상에서 접한 타인들에 대한 소감과 소회가 인간, 세상에 대한 관찰과 여러 상념을 부풀려내는 것이다. 특히나 그는 자신의 삶에서 접한 다양한 인간 군상들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과 흥미로운 상념을 그림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늘상 인간이 등장한다. 독자하게 형상화시킨 그의 인간들은 사지가 떨어져나가고 오로지 몸뚱이와 머리만 존재하거나 혹은 머리가 여럿 달려있거나 몸 속에 몇 개씩의 두상들을 간직하고 있는 것, 사람의 몸이 여러 개씩 연결되어 있다. 알 수 없는 타인에 대한 관심, 사람들마다 지닌 가면들, 양파껍질 같은 몸들, 서글픈 삶의 욕망에 누추한 인간의 육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암시하며 여러 인간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그는 복심술을 하듯 그림을 그린다. 그의 그림은 자신의 마음의 눈들이 읽어낸 여러 사람들에 대한 투사적 고백이다.
또한 그의 그림은 자기 일상에 대한 소중한 기억의 저장이다. 가족과 집에 대한 소망이 그렇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순수한 갈망이 그렇다. 福자 쓰여진 밥그릇, 집 한 채, 식칼 위에 위태롭게 서있는 가족구성원, 양과 불로초, 집이 있고 사람이 있는 이 풍경은 간절한 소망으로 수놓아져있다. 이는 한국인들에게 전통적으로 잠재된 삶과 현실에 대한 소망일 것이다. 어쩌면 박수만이 현재 소망하는 소박한 생의 초상이기도 하다.
박수만은 캔버스에 유화로 일기를 써나간다.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며 사는 이 불혹을 넘긴 청년은 세상과 일정하게 유폐된 생활을 하면서 그 공간 안에서 자기 삶과 연관된 모든 것들을 그림으로 풀어낸다. 마치 유년시절에 그림일기를 쓰고 그리듯 말이다. 지난 시간의 자취들을 형상화시켜내면서 그만의 독자한 형식 안에 잠겨둔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그가 물 속에 잠겨둔 기억의 여러 이미지들을 투명하게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다. ● 그래서 이미지와 문자가 한 화면에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그는 그림과 글을 분리하거나 억압하지 않는다. 이전 동양의 그림이 그랬고 문인화가 그렇듯이 말이다. 어쩌면 박수만은 동시대의 문인화, 민화를 그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 "순수를 잃어버린 사회"(작가노트)에 화가로서의 발언과 상념이 지속해서 그의 그림의 동인이 된다. 그는 늘상 자신의 생활반경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림의 소재로 끌어들여 그에 대한 자신의 단상을 빼곡이 기록해둔다. 그것이 그림이 된다.
그가 그림 안에 써넣는 사인 형식도 독특하다. 집이나 거북이, 병, 사람의 형상을 자그마하게 그려놓고 그 안에 '朴'이나 혹은 '수만' 등의 이름을 써놓아 흡사 낙관과 유사한 꼴을 만들어놓았다. 또는 화면 우측 상단에 항상 전체 그림의 내용, 주제를 암시하는 문자를 써놓은 것이다. ● '불'자가 특히 자주 등장한다. 작가에 의하면 자신의 사주에 불이 부족하다고 해서 써놓았다고 한다. 밥그릇이나 집(家), 새나 거북이, 불로초(영지버섯), 양과 바위(石), 돼지는 그렇게 화면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일련의 도상들이다. 복(福)자나 쌀, 순수, 수, 까치 등등의 문자 역시 그러한 도상들과 한 쌍을 이루는 글자들이다. 간혹 복 자가 뒤집혀 적혀있는 것은 복이 굴러 들어오라는 염원에 따른 것이다. 그것은 민화에서 엿보던 기복신앙과 관련된 상징들이자 간절한 생을 욕망했던 민초들의 희구를 떠올려주는 것들이다. 그 역시 그러한 소망, 자그마하고 소박한 욕망을 그림 그리기를 통해 함께 하고자 하는 것 같다. 그런면에서 그의 그림은 또한 오늘날 새롭게 환생하는 민화이기도 하다. 그림이 사람들의 생애와 목숨에서 벗어나지 않은 지점을 고민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로서는 그의 그림의 바탕에 질펀하게 깔려있는 이 토속적이고 민간 신앙적이며 전통과 끈끈한 유대감을 유지하는 정서와 체질적으로 녹아있는 유머와 해학, 사람에 대한 '짠 한'애정이 그만의 흥미로운, 부드럽고 세련되고 장식적인 형상화를 통해 구현되는 독자한 회화를 가능케 한 힘이란 생각을 새삼 해본다. ■ 박영택
Vol.20031006b | 박수만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