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se

게스트로 이 전시에 참가하는 나에게는 부담스러운 주제를 놓고 골몰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았다. 무언가 보여줄 거리를 만들고 다듬어서 잘 닦여진 전시공간에 놓아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자연과 교감하며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질문은 내 작업장에서도 끊임없이 내 머리 속에 머물러 잇는 것이었지만 바닷가라는 새로운 상황을 맞았을 때, 그리고 일상적인 작업 상황을 벗어난 자유로운 자세로 작업을 대하게 되었을 때는 또 다른 출구가 생기게 마련이다. 바다가 주는 어머니 같은 편안함과 넓게 펼쳐진 해변, 밀려오는 파도와 바다 내음, 소리 그런 것들은 늘 내 마음 속에서 휴식, 편안함, 고요, 명상 같은 것들은 연상시키는 것들이었다. 대개 작업장에 들어서면 하게 마련인 반복적인 작업내용을 생각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우선 나에게 편안했으며 작업대나 전날 하던 작품이 없는 것은 사실 그것이 없다는 부재감보다는 더 많은 가능성으로 채워졌다.

박준식_배수관 / 윤지해_이말용

이정민_이종은 / 임영경_정국택

정성곤_정혜령 / 조하민_차주만

모든 작품은 그것이 제작되는 작업실의 영향을 받게 된다. 작업장의 크기, 많이 보유하고 있는 재료, 채광, 환기 같은 것들은 어떠한 형태, 어떠한 성향의 작업이 될 지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바닷가라는, 작업실을 벗어난 상황에서 2박3일간의 작업은 무한히 많은 가능성을 가진 재료와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의 특성상 현장에서 제작되고 소요되는 작업에 탄력을 가질 만한 시간이었다. 때문에, 장소와 기간의 영향으로 이 전시는 현장작업의 이벤트적이고 행위적인 성격이 강한 작업들이 많았다. 일상적인 작업환경이나 상황을 벗어나 작업한는 것, 자연과 만나는 것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작업과 놀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보통 작가들이 작품에 심취하다 보면 놓치기도 하는 미술의 유희적인 면들이 강하게 나타나게 되고 작가 자신도 일 한다기보다는 즐기고 쉰다는 기분으로 임할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물질적인 작품을 만들기보다는 경험의 기회로 활용될 수 있는 이 전시에서 표현수단은 전통적인 조각의 논리를 넘어 작가의 의도나 행위를 많이 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어진 재료의 물질성을 강조하는 비표현적인 작업들이 많았다.

차종례_최용선 / 최은정_한선현

현수정_홍성균 / 김시내_이현수

윤정현_정원선 / 최미애_최도영

2박3일간의 휴식과 담백한 작업-마감뉴스의 무의도 전시는 이제 막 발자국을 떼며 시작하는 나에게 가끔 너무 어려운 말로 다가오는 작업하기라기보다는 즐거운 작업 놀이였다. 평소에 작업을 나누던 선후배들과 더불어 다른 환경에서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 또한 즐거움이었는데, 무의도 바닷가라는 커다란 캔버스에 모두 함께 큰 그림을 그리고 온 것 같은 기분으로 돌아오는 배에 몸을 실케 되었다. 스스로의 작업에 그리고 마감뉴스라는 10년 넘게 함께 하는 전시에 대해 자긍심을 가진 회원들 모두가 그 안에서 작가, 관객, 환경일 수 있는 이러한 작품활동으로 작가의 고유한 표현과 감상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함께 하는 다양한 시도로 서로의 작업세계를 이해하고 넓혀 가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 최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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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031003c | 제18회 설치그룹 "마감뉴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