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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1001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_임옥상_문승욱_유림_홍보람_베한트 할프헤르 책임기획_김민성 / 어시스트_이지연 / 디자인_여백커뮤니케이션 주최_(주)클리오
참여작가와 함께하는 Workshop[FACE] 2003_1001_수요일_05:00pm 2003_1003(금요일) ▶ 1005(일요일)_02:00pm∼05:00pm
인사아트센터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el. 02_736_1020
화장품은 미디어다 ● 우리나라에 화장이란 말이 생겨난 것은 개화기 때의 일이다. 그 이전에는 장식(粧飾/裝飾), 단장(端粧/丹粧), 야용(冶容)이란 단어들이 화장을 의미했고 화장품은 장식품(粧飾品), 장렴(粧), 장구(粧具) 등으로 불리었다. 얼굴의 약점을 가리고 장점을 살리고자 하는 화장의 기본 원칙이 아주 오랜 예전부터 있어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그 예전에도 "화장"은 여인네들의 중요한 소통의 수단이었다는 점이다. 개화기 이후 입체화장이나 수정화장의 기술이 들어오면서 앞서 평면화장들을 의미했던 말들은 사라지고 본격적으로 "화장"이란 말이 사용되었다. 이러한 화장의 다양한 기술과 색조 위주의 화장품 유입은 개화기 여성들로 하여금 자신을 표현하는 새로운 매개로서 "화장"이라는 수단에 주목하도록 하였다. 여염집 아낙들은 평상시 화장과 나들이 화장을 구분하였고 그들의 화장은 기생, 무당이나 악공과 같은 여인네들의 의식화장과는 구별됨으로써 화장하는 주체의 지위나 역할을 구분 짓기도 했다. 오랜 세월 동안 화장은 당사자의 직업이나 지위를 가늠케 하는 직관 수단이었으며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화장을 매체로 삼아 자신의 생각을 암묵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처럼 국내 유입이후 화장은 태생적으로 미적인 개념뿐만 아니라 화장의 주체가 생각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미디어의 개념을 동시에 수반하고 있었으며 바로 그 한가운데에 화장품이 자리해 온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화장 그리고 화장품의 감춰진 속성 즉 미디어 측면에 주목한 전시가 『2003 CLIO Cosmetic Art - 화장품은 미디어다』 전 이다.
현대사회가 극단적인 개인주의로 치달으면서도 실은 유기적일 수밖에 없는 것처럼 현대에 이르러 화장의 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동시에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특히 현대 여성에게 있어 화장은 자신의 상황이나 감정상태에 따른 인식과 표현의 암묵적이면서 상징적인 행위 가운데 하나다. 결국 현대 여성의 화장은 자신들의 메시지를 담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랜 세월 미의 개념에 묻혀 있던 화장의 미디어적인 속성이 표면화되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화장의 이러한 미디어적인 속성을 드러낸 주역이 바로 다양하게 생산되는 화장품이 라는 것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색조화장품은 화장이라는 행위뿐만 아니라 화장품 자체가 현대인의 소통을 담당하는 또 하나의 미디어가 되도록 만들었다. 미술작가들이 사용하는 색판이 무색할 정도로 체계적이고 다양한 색조화장품 회사들의 색채다이어그램만 보아도 화장품은 단순한 꾸밈의 수단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람 수 만큼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으며 상대를 파악하는 상징적인 매개인 것이다.
이와 같은 화장품의 가려진 속성을 설득력 있게 밝혀내는 것이 본 전시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반드시 선행되어야할 과제였다. 화장품이라고 하는 상업적이면서도 철저하게 대중적인 오브제가 미학적 검증을 거쳐 소위 예술화 작업으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근본적인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며 삶 속에 녹아드는 작업을 주장하는 작가 임옥상, 현실의 적극적인 반영에 익숙한 영화감독 문승욱, 대중적인 매체인 책을 예술로 녹여낸 북 아티스트 유림 그리고 관람객과의 소통을 작업의 근간으로 삼는 설치작가 홍보람과 대중적인 공간의 예술적 표현에 치밀하게 접근하고 있는 독일 사진 조각가 베한트 할프헤르까지 이들을 본 전시의 참여 작가로서 선정하게 된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 그리고 올 초부터 미술사가 신현주 선생님을 중심으로 참여 작가들과 함께 210여일에 걸쳐 화장품과 미디어라는 화두를 가지고 꾸준한 스터디를 진행했다. 과연 화장품과 현대사회의 메시지라고 말하는 미디어와의 연결고리가 무엇인가. 스터디 과정에서 작가들이 만들어 낸 결과는 화장품 바로 이 자체가 미디어라는 것이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스터디 과정에서 제작된 작가들의 에스끼스를 보면 화장품이 미술의 미디어로서도 얼마나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작가 임옥상이 클리오에서 생산하는 여러 형태의 제품들을 하나의 설치 작업으로 만들어 낸 「클리오 벅스」, 「나의 입술은 꽃이다」 등의 작품은 이러한 결과를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 앞서 설명했던 화장품의 미디어적인 속성을 보다 개념적인 내용으로 파악한 작품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유림의 「더 클리오」, 홍보람의 「기억의 미로」 과 같은 작품들은 화장품을 객체로 삼는 화장이 결국은 화장하는 당사자의 메시지 특히 기억을 담아낸 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가 메시지 일 수밖에 없는 현대에서 정치적인 관점으로 화장과 화장품에 대한 개념을 해석한 영화감독 문승욱의 「디 아이」와 베한트의 「클리오 스페이스」의 작품도 궁극적으로 화장품이 미디어 일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출품된 작품들과 작가들의 생각들을 토대로 본 전시는 "화장품은 미디어다" 라는 틀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점은 본 전시의 주최가 색조전문 화장품 (주) 클리오 라는 점이다. 이는 기업의 이윤에 대한 문화적 보은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엄청난 물량을 들이는 대기업들의 메세나와 다를 바 없이 고무적인 일인 것이다. 자본에 밀리고 있는 미술에 눈을 돌려 작가의 작업을 독려하고 이를 대외적인 전시 형태로 만들어 내는 것은 현대미술전시가 기업의 변주에 어떻게 조응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술이라는 포괄적인 장르간의 섣부른 접목보다는 현대미술전시라는 보다 구체적인 결과물과 기업의 접목이 현실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기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본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로서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을 비롯하여 작가들의 작업설치에 도움을 준 팔복상사의 김완석 대표, 창성 미디어의 엄진화, 최재근씨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끝으로 이번 전시를 주최하고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후원해 준 한현옥 대표님과 윤설아 대리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 김민성
Vol.20031001b | 화장품은 미디어다_CLIO Cosmetic Art 2003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