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 복이 와요

이기섭 MAUM展   2003_0926 ▶ 2003_1022

이기섭_maumimaume-웃으면 복이 와요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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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앞 쌤쌤쌈지회관 서울 마포구 창전동 436-7번지 성산빌딩 B1 Tel. 02_3142_8571

maumimaume의 힘 ● 여러 웃음이 있다. 의심스러운 비웃음으로 시작하여, 불만족스러운 쓴웃음, 망연자실한 허탈웃음, 금이빨을 자랑하기 위한 상투적인 서비스 스마일, 애정을 갈구하는 교태로운 웃음, 잔잔한 애정을 표현하는 따스한 미소, 무언가를 생각하다 저절로 머금게 되는 깨달음의 미소, 너무나 기쁜 마음에 눈물과 함께 흘러내리는 감동의 웃음, 웃고 나면 공허하지만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배꼽 빠지게 깔깔거리는 박장대소, 정말 반갑거나 행복하여 달려와 와락 안길 것 같은 함박웃음 등... 갖가지 웃음들을 떠올려보면 울음은 불행, 웃음은 행복이라는 상투적인 이분법이 무색해진다. 결국 웃음이나 울음이나 그 표정에 의해 마음이 결정된다기보다는 마음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내용으로 읽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기섭_눈을감고, 마음을 열고_디지털 프린트_2003
이기섭_OXOX_디지털 프린트_2003
이기섭_어린왕자 마음_디지털 프린트_2003

동양에서는 인간의 마음상태를 일곱가지로 구분하여 희노애구애오욕喜怒哀懼愛惡慾으로 보고 있으나 희로애락喜怒哀樂으로 단순화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반면 서구에서 인간의 기본감정basic emotions은 기쁨, 고통, 분노, 공포, 놀람, 협오라는 6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아마도 마음마저도 이성의 경향으로 파악하려는 서구의 생각들이 이런 도식을 만들어내었던 것 같다. 반면 동양의 경우는 보편적이고 본유적인 인간의 감정상태를 고찰하였다기보다는 각자가 갖게 되는 주관적 기분氣分에 더 많은 관심이 있었다. 결국 동양에서는 객관적 환경들도 주관적 마음상태에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가능케 하였다. 이 엉뚱함이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기대를 만들었던 것 같다.

이기섭_스마일 서커스_디지털 프린트_2003
이기섭_비교하는 마음_디지털 프린트_2003
이기섭_실수_디지털 프린트_2003

밝게 웃는 표정의 소유자를 만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물론 표정만 밝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마음 속에 진정 웃을 수 있는 너그러움과 세상에 대한 포용력을 갖고 있어야 웃는 표정도 진솔하게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기섭의 「마우미마음이」(www.maumimaume.com)는 유쾌한 밝은 이미지 표현만이 아닌 세상에 대한 통찰을 시도하는 살아있는 캐릭터 작업이다. 특히 그가 1999년에 웹에서 시도했던 「Kinetic typography」(www.img-lab.com)의 연장선으로 본다면 그리 단순하지 않은 사고의 깊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기섭이 몇해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던 선철학禪哲學의 여러 상황설정들이 「마우미마음이」에 들어왔다. 너무나 평범한 일상같기도 하고 때로는 선문선답같기도한 삶의 문제들이 밝은 색채의 이미지들과 어울려 힘을 얻고 있다.

이기섭_부처님 마음_디지털 프린트_2003
이기섭_목적없는 마음_디지털 프린트_2003
이기섭_마음 속 파도_디지털 프린트_2003

「마우미마음이」를 보고있자면 얼핏 어릴적 '스마일' 뺏지가 생각이 난다. 어느 순간부터 웃고있는 달걀귀신처럼 생긴 낯설은 노오란 '스마일'이 각종 학용품에 인쇄되었다. 그리고 좀더 자극적인 만화 캐릭터들이 들어오면서 '스마일'은 금새 사라져버렸다. 이후로 가끔 '스마일'을 보기는 했지만 옛날의 똘망똘망한 스마일이 아닌 왠지 느끼한 변종들이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렴풋 '스마일'은 새마을운동처럼 계도차원의 국민운동에 쓰여졌던 선전물로 기억되기도 한다. 워낙 암울하고 힘들었던 시절. 당연히 국민들의 얼굴은 밝지 못했다. 그래서 그나마 국민들의 표정만이라도 바꾸어보려는 정치 선전용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다. 이기섭의 「마우미마음이」또한 '스마일'처럼 계도의 목적을 분명하게 갖고 있다. 물론 「마우미마음이」는 특정집단에 의한 일방적 계도가 아닌 개별 창작자에 의한 유연한 주장이다. 이 「마우미마음이」가 소리 높여 주창하는 첫번째 내용은 "함께 살아요"이다. 그리고 두번째 내용은 "변화"다. 전자의 내용은 예쁘장한 뭍 캐릭터들이 한번쯤은 다 읊었음직한 내용이라 식상하다. 그러나 두번째 내용 "변화"는 「마우미마음이」만의 독특한 성격을 드러낸다. 변화를 어색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마우미마음이」는 심지어 "변치 않는 것에 너무 마음 두지 마세요."라며 사람들을 타이른다. "웃으면 복이 와요"라고 믿고 있는 「마우미마음이」의 생각으로는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 최금수

Vol.20031001a | 이기섭 MAUM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