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3FACES+3COLORS

중국현대미술 3인展   2003_0924 ▶ 2003_1012

팡리준_Series 2, No. 3_캔버스에 유채_200×200cm_19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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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0929_월요일_05:00pm

참여작가_팡리준_유에민준_장샤오강 큐레이터_이대형 / 코디네이터_신지현 / 어시스턴트_윤인화

갤러리 아트사이드 서울 종로구 관훈동 170번지 Tel. 02_725_1020

3인 그려내는 3가지 색깔 CHINA! 3FACES+3COLORS ●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보다 "모든 길은 중국으로 통한다"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시대이다. 외부 자본과 서구식 사고방식의 유입이 거세지면서 중국이라는 거대 몸뚱이가 꿈틀거리고 그 속에서 잊혀져 가는 인간성, 개인의 정체성…그리고 방황하는 젊은 예술인들이 있다. 갤러리 아트사이드는 예술과 사회의 구조적 동질성이란 전제 하에 지난 20여년간 보여 주었던 경제 성장 이면에 숨어 있는 중국인들의 정신적 허탈감, 문화 쇼크 등 중국 현대 사회의 모습을 3가지 얼굴을 통해 살펴본다.

팡리준_SeriesⅡ, No. 2_캔버스에 유채_200×230cm_1991~2

예술과 사회 그리고 얼굴과의 상동성(相同性) ● 라스코 동굴벽화를 통해 1만 7천년 전 사회의 모습을 추측하는 고고학자의 모습에서 엿볼 수 있듯이 예술은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고 사회는 예술이 뿌리내릴 수 있게 하는 토양이다. 여기서 좀더 좁혀 예술작품 속에 담긴 얼굴과 사회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얼굴이란 한 개인의 기분, 정신을 표현해 내는 역할을 넘어서 한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는 창 역할을 해오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팡리준, 유에민준, 장샤오강 이들 3인은 경제발전을 향한 중국의 거대한 행진에 발 맞추기 위해 희생되는 개인, 가족, 인간의 가치를 목격하면서 그 거대 행진에 딴지를 건다; 팡리준은 반항적인 삭발한 인물을 통해서, 유에민준은 자신의 클론을 통한 냉소로, 장샤오강은 개인의 정체성을 상실한 창백한 얼굴을 통해 잃어가는 가치회복을 촉구한다. 갤러리 아트사이드는 이들 중국 현대 미술 3인의 작품이 보여주는 얼굴을 통해 중국 현대 사회 속에서의 예술의 위치와 가치의 문제를 진단해 보았다.

팡리준_2003. 4. 22_캔버스에 유채_140×180cm_2003

냉소적 시선으로 바라본 중국 현대 사회_팡리준_Fang Lijun ● 이미 수십 차례의 국제전을 통해 조명 받고 있는 팡리준은 중국의 비평가 리 시엔팅에 의해 명명된 '냉소적 사실주의'의 대표적 작가이다. 그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시니컬하게 웃고 있는 삭발한 청년의 이미지 속에는 현대 중국 사회에 대한 조롱과 기존 가치관에 반항하는 냉소적인 시선이 숨어 있다. ● 그러나 2003년 최근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얼굴이 사라졌다. 다시 말해 하나 같이 고개를 돌리고 서 있다. 관객을 바라보았던 조롱 섞인 얼굴이 고개를 돌려 그림 속에 펼쳐진 넓은 바다, 하늘, 혹은 빛을 향해 두 손을 뻗거나 달려나간다. 작가가 바라보는 '이상'을 관객이 함께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이들 바다, 하늘, 구름과 같은 열린 공간은 바로 내면적 갈등을 분출시키는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 장미빛 미래에 대한 이상주의가 무너지고, 보다 개인주의적이고 차디찬 시선으로 바라본 1990년대 이후의 중국의 모습. 그러나 팡리준은 다시 한번 새로운 희망을 찾아 나서는 현대인의 모습에 주목한다.

장샤오강_Bloodline:대가족 No. 4_캔버스에 유채_180×230cm_1995
장샤오강_붉은 아기_캔버스에 유채_144.5×154cm_1993
장샤오강_소년Ⅱ_캔버스에 유채_120.5×150cm_2003

전통과 현대, 전체와 개인의 부조화를 그린다_장샤오강_Zhang Xiaogang ● 사천성 지방의 화풍은 정치적인 지배 하에 놓여 있던 베이징에 비해 보다 초현실주의적이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가지며, 안개 속에 숨어있는 인물을 흑백 사진으로 잡아낸 것처럼 촉촉한 회색 빛깔을 내뿜는다. 장샤오강은 바로 이 화풍의 대표적 작가이다. 창백한 얼굴에 공허한 눈빛을 가진 작품 속 인물들은 개인보다는 집단의 결속을 소중히 생각하는 전통적인 가치관과 새롭게 유입되고 있는 서구적 가치관 사이의 충돌을 암시한다. 마치 오랜 낡은 사진첩 속의 가족 사진을 바라보며 경험하는 데자뷰처럼 장샤오강의 인물들은 친근감과 괴리감을 함께 느끼게 한다. 주름 하나 없는 하얀 얼굴은 빛 바랜 사진처럼 온기를 잃어버렸고, 표정을 잃어버린 인물 속에서는 어떤 개성이나 정체성을 찾아내기 쉽지 않다. 여기에 작가는 어김없이 큼지막한 반점을 그려 넣는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표식 혹은 사회가 태어날 때부터 인간에게 교부한 일종의 바코드로 볼 수 있다. 개인의 개성 혹은 인간의 가치가 사라졌을 때 우리는 분명 그와 같은 표식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작가는 바로 이를 경계하고 있다. 이전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군상들은 아슬아슬할 만큼 가는 핏줄로 연결되어 있었지만 최근 작품에 등장하는 개인 단독상에서 그나마 있던 실핏줄은 끊어져 버렸다. 오직 반점과 실핏줄을 통해 연결되고 의미 지어지는 장샤오강의 인물은 바로 내가 나를 만들어 가지 못하고 거대한 사회구조가 나를 한정해 버리고 있는 현대인의 초상이다.

유에민준_새_캔버스에 유채_139×105.5cm_2003
유에민준_관계Ⅱ_캔버스에 유채_140×108cm_2003
유에민준_노아의 방주_캔버스에 유채_200×280cm_2000

위선과 허물을 벗어 던지는 너털웃음_유에민준_Yue Minjun ● 유에민준은 특히 웃고 있는 인물 캐릭터로 유명하다. 사실 이 캐릭터는 자신의 얼굴이다. 마치 광고 모델들의 치아를 드러낸 과장된 미소처럼 그 자신도 하얀 이를 한껏 보이며 웃고 있다. 이 웃음 속에는 즐거움도 있겠지만 사회에 대한 냉소적인 조롱과 풍자가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초기의 냉소적 리얼리스트들이 보여주었던 반항적인 모습이 아니다. 체념하고 포기한 듯한 허탈함이 묻어 있다. 그래서 그의 과장된 웃음은 모든 경계를 초월한다. 이념적 경계, 남녀의 구분, 평화와 폭력의 대치도 그의 웃고 있는 캐릭터 앞에서는 의미를 잃어버린다. 노자의 무위자연 사상에 심취했던 작가에게 있어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보여주고 있는 사회에 대한 체념과 무관심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인 듯 하다. 유에민준의 초연함은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의 냉소에 동참케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은 다름 아닌 그가 다루고 있는 팝아트적 색상에서 비롯되고 있다. 억압과 자유, 전쟁, 인간과 자연 등 작가가 다루고 있는 무거운 내용이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와 시선을 사로잡는 소대대중문화의 야한 색상과 만나면서 생긴 힘이다. 최근 들어 유에민준의 자화상은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문화 아이콘이 지배하는 현대소비사회를 비웃는 작가의 냉소적 전략이 다시 하나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 이대형

Vol.20030925b | CHINA! 3FACES+3COLORS_중국현대미술 3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