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공간 반디 부산시 수영구 광안2동 134-26번지 Tel. 051_756_3313
나에게 있어 '짠다'는 행위는, 때론 묵언수행-그 침묵의 일관으로 힘듦과 눈물을 잉태하기도 하였으며, 고단한 시간에 묶여 끌려 다니던 육신의 보잘 것 없음에 탄식하기도 하였지만, 언제나 나를 다스리고 가다듬게 하는 명상(수행)과도 같은 것이며, '무아지경'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달콤한 안식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다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는 오후의 세상. 지루한 행복과 따분한 일상 속에 흘러가는 사람들은 오늘도 불안한 발걸음. 그들이 경험하고 있을, 그리고 발버둥을 치고 있을 영혼의 상처를! 마음의 부재를! 육신의 곤함을! 불안과 초조를! 어떻게 다시금 따뜻한 가슴으로 꼬옥 안을 수 있을까.
한번쯤은 자기만의 절대공간(내면공간)에 홀로 앉아 명상 할 여유 정도는 가지고 살아갔으면... 자가치유의 시간을 조금 이라도 남겨두었으면... 때론 침묵하며 그 침묵 속의 외로움을 느끼고 그 침묵의 기쁨을 알게 하였으면... 상념을 함묵하며 저 바다 밑의 그 깊은 머언 침묵 속으로....성직자의 고행처럼 육체의 고통을 지나 정신의 평정을...평온함에의 단상(短想)과 그 단상으로 인한 새로움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가을바람에 실려 맴도는 국향(菊香)으로 새겨지길...... ■ 손현태
나는 잔잔한 바다의 수평선을 바라보기를 좋아한다. 수평선은 시작과 끝이 모호해서 그 연장선의 끝엔 무엇이 있을까 하고 자꾸 둘러보게 된다. 때론 파도가 밀려들 때에는 수평선이 점점 다가오는 것 같은 어지러운 현기증을 느낀다. 수없이 많은 수평선만으로 평범한 풍경을 또 다른 공간으로 표현한 테이프 작업과, 예기치 못한 변화를 만드는 3개의 모니터 작업은 바다풍경의 영상을 반복적인 수평선에 의해 원래의 형상을 왜곡시킨다. 나에게 있어 line긋기는 어쩌면 어긋난 선들과도 같은 나의 삶에 수평선과 같은 잔잔한 마음을 선물하고 싶은 집요한 반복적 행위인지도 모른다. ■ 이선희
지금 나는 오리고 있다. 오린다. 자른다. 조금씩 이탈을 하며 상승하고 있다. 외부에서 오는 지독한 우울과 스트레스, 환희, 이 모든 것을 조금씩 담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 현실이라는 틀 속에서 벗어나 또 다른 미지를 꿈꾸며 조금씩 벗어나려 한다. 두렵다. 가슴이 뛴다. 눈부시다. 삶이란? 살아 숨쉬는 것이란 이런 것일까. 처음 누드모델을 접했을 땐 인체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화폭에 그려지는 얼굴 없는 드로잉은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또 다른 나의 모습이 되어 무의식의 일상처럼 날아다닌다. 고요한 아름다움의 대상은, 나의 현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꿈틀거리는 몸부림으로 변하고, 지금 나는 오리고 있다. 오린다. 자른다. 이제 나의 일부가 된 나의 드로잉을 날려보내려 한다. ■ 정지영
Vol.20030919b | 반복에 이끌린 행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