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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0917_수요일_05:00pm
갤러리 세줄 서울 종로구 평창동 464-13번지 Tel. 02_391_9171
가을로 들어서는 문턱에서 '기억'이라는 의미는 남다르다. 기억은 추억할 수 있는 전위 단계이며, 좋든 나쁘든 우선 경험이 수반되기에 친숙하고 편안하게 하는 마술 같은 힘이 있다. ● 작가 이진용은 옛것에 대해 남다른 수집광이다. 추억을 사랑하는 로맨티스트다. 그의 작업은 오브제를 통해 아스라한 추억을 환기시키고, 이러한 연상으로 오브제가 가지고 있는 본래적 의미너머에 각각의 삶 속에 존재했던 귀한 기억과 추억을 자극한다.
특히 폴리코트를 이용하여 화석화 시키는 그의 작업은 시간의 단층까지 고스란히 봉인하여 담아내고 있다. 시간의 봉인은 기억의 봉인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어차피 기억이라는 건 시간개념위에 존재하므로 그는 각각의 오브제를 가지고 시간에 근거한 서사시를 쓰고 있다.'오브제로 엮는 기억의 서사시'라고 말할 수 있다. ● 하지만 일반적 전시형태는 이러한 시간의 흐름과 개념을 이해시키기가 어렵다. 각각의 작품만으로 다루는 다른 전시형태에서도 각 작품이 시간의 단층들을 담아내고 있긴 하지만 너무 단편적이다. 그래서 2달 동안 스튜디오를 통째로 옮겨 놓는다는 생각 하에 일반전시에서 보여 지는 단편적 시간의 개념이 아닌 그의 작업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과 환경들… 그리고 전시장의 스튜디오 화를 통해 연속된 시간 개념을 전시하는 것이다.
흔히들 작가의 작업실을 새 생명이 태어나는 분만실에 비유를 한다. 한 작품이 나오기까지 작가의 고뇌와 땀 냄새로 가득한 그 공간은 예술작품 못지않은 귀중하고 잊혀질 수 없는 또 하나의 작품이다. 그 작가의 삶 자체, 공간 자체가 바로 예술의 향기로 채워진 자궁속이 되는 것이다. 더불어 그의 작업실 환경의 재현과 작가가 전시실에서 진행하는 작업의 과정, 그리고 관객들과의 담소들은 서로 뮤즈역할을 할 수 있는 공유된 공간으로 전치시키게 된다.
이번 전시는 그의 기억의 제작소와 그의 삶, 그리고 한 예술가의 내면세계 자체를 어떠한 전시보다도 가깝고, 온몸으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왜냐면 질료는 작가의 정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이런 측면에서 전시공간의 본래적 의미를 조작하여 새로운 성격을 부여하는 것은 작가에게나 관객에게나 중요한 의미가 되고 있다. ● 무언가를 기억할 수 있다는 것과 기억할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것이다. 가을날의 좋은 사연들이 낙엽에 색색이 기억되듯 이번가을에는 기분 좋은 기억을 꺼내 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지금 기억속의 여행을 오픈 스튜디오로 초대한다면 여러분의 선택은… ■ 갤러리 세줄
Vol.20030918b | 이진용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