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3_0903_수요일_05:00pm
공평아트센타 서울 종로구 공평동 5번지 Tel. 02_733_9512
여기 하나의 하얀 독이 있다. 그 독 속 안에는 하이얀 이름 없는 꽃이 놓여 있다. 하이얀 꽃을 안에 품은 일 백 개의 독들의 무리가 여기 오늘 서울 대도시의 빌딩 숲 내부 한켠에 놓인다. 그리고 그곳에는 색이 없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무채색 재색 미색 은색 그러나 감각적으로 색이라 느껴질 수 있는 감은 없다. 여기서 꽃은 하나의 존재이다.
사람의 문화, 지나간 과거를 되짚을 수 있는 것은 문명의 흔적들-대부분 죽음의 방식들-즉 산 자가 망자를 또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보내는 방식들을 통해서이다. 오늘 나의 작업은 역사 위 에 이름지어져 보내어질 수 있었던 이들이 아닌 이름 없이 사라져간 내 꿈속에 무의식의 역사 속에 존재하는 아픈 기억 속에 존재하는 그들을 위한 진혼이다.
그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이름 없는 망자의 영을 또 다른 세상으로의 여행길로 환송하는 일종의 제의인 셈이다. 은색의 봉은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하나의 관문 그리고 소리가 있다. 그들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소리 그들을 위해서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부연 설명이다. 그 이상은 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설명하는 것은 자로 자른 듯 보는 이의 시각을 제한할 수 있기에 달갑지가 않다. 또 다른 방식으로 열린 해석이 되어질 수 있길 바라며. ■ 이경희
Vol.20030904a | 이경희 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