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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0820_수요일_06:00pm
갤러리 라메르 서울 종로구 인사동 194번지 홍익빌딩 Tel. 02_730_5454
임영선은 지난번 개인전에서 개인적인 경험과 결부된 바다에 대한 동경과 환상을 보여주었다. 바다는 휴식의 장소이자 치유의 장소였고, 때로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여행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이번에는 바다의 이미지가 더욱 전면에 등장하여 중심을 차지한다. 다양한 푸른색이 화면을 꽉 채우며 산호나 물고기들과 함께 바다 속을 떠다니는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작가는 이 소박하면서도 의미심장한 해저세계를 이제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고 그 속에 고유한 상징과 고유한 뉘앙스를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그는 푸른색의 다양한 느낌을 숙련되게 표현한다. 아크릴 물감의 색채는 단순하고 담백하게 느껴지면서도 작품마다 조금씩 다른 다채로움을 발산한다. 아크릴의 차가움과 동화적이고 소박한 표현방식이 대조 속에서도 조화를 이루면서 푸른색의 인상을 더욱 다양화하고 있다.
바다 속에서의 휴식이나 여행이라는 테마는 이번에도 계속되고 있지만 그 속에 있는 사람의 모습은 왠지 좀더 편안해보인다. 말미잘 안에서 쉬고있거나 무방비 상태로 서 있는 모습들에서는 상처를 치유하는 듯한 지친 느낌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물고기를 타고 떠다니거나 씨를 뿌리는 등 좀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등장인물들은 한층 더 여유를 보여준다. 인물들은 단순히 바다 속으로 숨어들어가는 것만이 아니라 바다와 하늘의 경계선에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으며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 바다 속은 편안하고 자유롭지만 영원히 머무를 수는 없는 장소이다. 수면 가까이 부상하여 태양빛을 받고 있는 장면은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언젠가는 바다를 나오게 되리라는 것, 그러나 그럴 때에도 바다가 가진 미덕을 잊지 않으리라는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 바다를 완전히 떠나기 전, 임영선은 바다를 다른 공간 속으로 확장시키는 작업을 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밤의 가로수길이 순간 바다 속으로 변하고, 달이 물 속에 비친 흔들리는 이미지가 되어버린다. 이는 단순히 현실에 있을 수 없는 풍경화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꿈꾸어온 바다에 대한 환상을 연장한 이미지이기에 매력적이다. 여기서 현실을 꿈으로 바꾸고 꿈을 현실 속에 스며들게 하는 것은 바다 그 자체의 힘이 되고 있다. 밤은 낮과 뒤섞이고 물은 하늘이 된다. 바다속의 고래는 새처럼 하늘을 날아다니고 길은 끝없이 연장되어있는 바다 속의 물길과 겹쳐진다. 물은 모든 것을 정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육지는 물에 의해 휩쓸리고 정복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의해 치유되고 되살아난다. 가로수 위를 헤엄치는 고래는 마치 지상의 아픔을 위로하는 어떤 초월적인 존재인 것처럼 느껴진다.
지난번 개인전에서 임영선은 바다를 미지의 공간이자 돌아가고 싶은 원형의 장소로 묘사했다. 이제 그에게서 바다는 돌아가고 싶은 원형의 이미지일 뿐 아니라 파고들어도 끝이 없는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보물과 같은 공간이면서 동시에 모든 존재와 모든 장소를 포용하고 마술적으로 뒤섞는 힘이 된다. 산호초로 뒤덮인 바다 속의 작은 언덕은 지구 전체의 이미지로 변하고 그 위를 떠다니는 인물은 우주를 유영하는 듯 보인다. 바다는 이 세계 전체를 느끼고 포용하는 키워드가 된다. 그는 바다에 대한 애정 그 자체로 때로 물고기나 해초만으로 구성된 작품을 그리기도 한다. 때로는 단순하고 동화적으로 묘사되고, 때로는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이 바다 속의 생물들은, 아마도 바다를 나와 육지를 거닐게 될 미래의 어느날에도 그를 따라다니게 되지 않을까. 그것은 그만큼 그에게 원형적인 환상인 것처럼 보인다. ■ 조선령
Vol.20030822b | 임영선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