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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3_0801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미국_장혜연_진신_탐리 / 독일_류호열_원성원_이한수_최선아 / 프랑스_전강옥 브라질_성상원 / 일본_김태혁
작가와의 대화_매주 수/토요일 04:00pm_제4전시실 전시설명_매일 11:00am / 02:00pm_제4전시실 관람요금_일반 2,000원 / 중고생 이하 1,000원 / 20인 이상 단체 50% 할인
관람시간 / 11:00am-08:00pm (입장마감 07:30pm)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4전시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700번지 Tel. 02_580_1514
색다른 『발명된 세계』로의 초대 ●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생활하는 세계와 우리가 용인하는 세계다. 전자는 직접적으로 우리가 접하면서 살고 있는 세계이고 후자는 간접적으로 경험된 세계 혹은 존재할 것이라고 규약적으로 인정하는 세계이다. 이외에도 우리는 후자의 연장선상에서 예술가들이 제작한 작품세계, 특히 미술작품도 일종의 세계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 미술작품은 우리와 함께 현실에 공존하지만 그 작품 속의 세계는 우리와 관련될 뿐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라고 볼 수 없다. 아무리 현실을 있는 그대로 모방한다해도 말이다. 왜일까? 그것은 실제 세계라는 원재료가 예술가의 눈과 마음을 통해 재창조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작품의 세계를 허구의 세계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작품세계는 현실 세계와 동떨어져 있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 우리가 작품들을 통해 감동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충격을 받기도 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작품세계를 어떤 세계로 명명할 수 있을까?
필자는 현실이라는 틀에서 소재를 찾고 현실과의 지속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발명된 세계'로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 세계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가들 스스로도 현실에서 자신의 세계를 인정받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한다. 일상 생활에서의 '발명품'이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일맥상통한다. 다만 용도에 대한 목적만이 다를 뿐이다. 일상의 발명품이 실용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 작품의 발명된 세계는 인간의 지성과 감성 그리고 상상력에 호소한다. ● 우리는 이 같은 발명된 세계, 즉 미술작품을 통해 미적 경험을 한다. 이러한 점에서 발명된 세계인 예술작품은 용인되고 가치를 인정받는다. 관람자들은 저마다의 가치관을 가지고 작품들을 통해 작가들의 세계를 받아들이고 때로는 자기 것으로 만들려 한다.
아울러 우리는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에서 '새로움(novelty)'을 선호한다. 그것도 자연스럽게 말이다. 이를 설명할 만한 타당한 근거를 든다면 '인간은 새로움을 선천적으로 선호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심리학자들의 여러 실험을 통해 증명되어 설득력을 갖는다. 자신의 경험을 가만히 돌이켜봐도 그렇다. 우리는 아무리 재미있는 것도 쉽사리 한 번 이상 보려하지 않는다. 게다가 여러 번 본 것은 아예 식상해 한다. 그렇지만 급격한 새로움, 즉 아주 생소한 것은 선호하지 않는다. 기존의 것에서의 완전한 일탈은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오히려 다른 차원에서 해석한다. 요컨대, 기존의 것에서의 일부의 변형이나 새로운 것의 덧붙임만을 선호한다.
이러한 점에서 『제2회 해외청년작가』展은 주목을 끌만하다. 한국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작가들이 해외 현지의 문화와 환경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겪어 개념화한 생각들을 토대로 작업한 색다른 '발명된 세계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코드가 맞는 새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다. ● 이번 전시에는 미국, 독일, 프랑스, 브라질, 일본 등 5개국에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창조한 10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장혜연, 진신, 탐리(이상 미국), 류호열, 원성원, 이한수, 최선아(이상 독일), 전강옥(프랑스), 성상원(브라질), 김태혁(일본)이 그들이다. 이들은 이번 전시에서 여러 장르와 기법 그리고 각기 다른 아이디어로 '색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하 작가는 가나다순임)
일본에서 활동하는 김태혁은 전사, 반복, 찍음이라는 판화의 속성과 기술복제시대의 허상과 실상을 종이배를 통해 연계시키고 있다. 그는 형식적으로 판화의 이차원적 특성을 종이배를 통해 입체화함으로써 판화의 표현 한계를 극복한다. 또한 한국인이라면 내용적으로 친숙하고 추억의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는 종이배를 통해 종이배가 갖고 있는 물리적 모순(종이와 물의 관계)과 그것이 담고 있는 상징적인 꿈을 통해 문명사회의 부조리와 허구적 일면 그리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이 공존하는 현실의 불안정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효과는 전시 벽면에 설치된 반사경을 통해 극대화된다. ● 류호열은 「무제」를 통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컴퓨터라는 매체를 통해 현실화시킴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낸다. 그는 '비현실의 현실화'라기보다는 '탈 개념화'를 지향한다. 즉 기존의 것들을 조합하거나 개조를 해서 비현실적인 것을 보여주는 방식이 아닌 상상 속에서 개념화해 이를 제작하는 현실 일탈적 속성의 작업을 한다. 작품에서 보여지는 다섯 가지의 짧은 이야기는 작가 자신만의 유토피아의 세계를 보여준다. ● 대중적이며 키치(kitsch)적인 성질의 성상원의 작품은 직관적으로 유머스럽다. 사실상 '유머'가 그의 작업에서 제일 중요한 테마다. 생활 속에서 자신을 자극하는 유희적 쾌(快)를 추구코자 하는 욕구의 결과다. 작품에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오브제들, 특히 플라스틱 인형등이 주로 사용되었다. 작품은 해체된 다양한 이질적인 오브제들을 강제적이면서도 우연적으로 조합하거나 재구성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친숙하면서도 새롭고 새로우면서도 억지스럽다. 이는 한편으론 고정된 이미지의 변화에서 오는 '새로운 차원'을 환기시킨다.
원성원은 디지털 사진을 통해 문명화된 주거 공간을 자연이 있는 새로운 시각적 유토피아로 변형시켰다. 사람들이 문명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자연을 가까이 두고 싶어함에 착안해서다. 그녀는 이를 위해 아날로그 카메라에 찍힌 방과 다른 열린 공간에 존재하는 자연들을 컴퓨터에서 합성시켜 한 공간으로 어우러지게 했다. 따라서 연작 「Dreamroom」들은 공히 막힘이 없는 열린 구조를 갖는다. 그리고 사진들의 주인공들은 각 공간에 동화된 각기 다른 행위들로 자신들만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어 합성된 공간 이상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 첨단 매체를 즐겨 사용하는 이한수는 영상과 사운드를 이용한 쌍방향 소통 방식을 보여준다. 관객 수에 따라 변하는 디지털 합성음과 이 음에 따라 반응하는 디지털 영상 사이의 조화를 꾀하는 작업이다. 영상 내용은 에어리언과 같은 다양한 몬스터 형상들로서, 음에 반응하여 몬스터들이 축소, 확대, 회전등 역동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그의 작품을 통해 관객과 작품과의 상호소통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장혜연은 글쓰기와 사진 작업을 통해서 존재와 부재의 문제를 소통과 단절의 형식으로 얘기한다. 그녀에게 있어 12년간의 이국생활은 모국어를 소통의 도구가 아닌 단절의 도구로 인식케 했고 한편으론 모국어를 고국에서마저 소통 불가의 도구로 받아들여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했다. 그녀는 이러한 상황, 즉 소통과 단절의 경계를 「live / leave: 거기 있으며 아직은 없는 사람」에서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그녀는 소통과 단절의 경계에 머무는 아니 머물 수밖에 없는 자신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전강옥은 중력의 물리적 현상에서 드러나는 균형과 불균형의 문제를 설치로 다룬다. 그의 작품들은 순간성과 불안정성 그리고 나약함에 의한 추락의 위험들을 형상화한다. 입체물이 중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에 주목하여 시지각에서의 긴장감과 균형을 탐구한 결과다.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 예술에서 보듯 그는 결정적?절대적 순간의 미학을 조각과 사진으로 표현하였다. 우리는 그의 작품에서 병존하는 역동성과 균형, 시간성을 찾아 볼 수 있다.
진신의 작품 「꿰맨줄 Seams」과 「빨랫줄 Clothesline」은 우리 일상이나 산업체에서 나온 천(직물)을 가지고 축적하거나 변형시켜 작업한 것들이다. 그녀의 작업은 의류 등 천에 얽힌 우리의 집합적, 개인적 경험을 은연중에 반영하고 있다. 「꿰맨줄」은 셔츠와 드레스를 사용해 하나의 천조각만 남을 때까지 오려서 제작한 복합적인 선 구조다. 「빨랫줄」은 이러한 「꿰맨줄」의 구조를 확장한 것으로 의류의 유사한 조각들을 꿰매 붙인 것이다. ● 최선아는 아시아에 대한 개념들을 인터넷을 통해 이미지화함으로써 아시아의 추상화된 모형을 제시한다. 그녀는 서구인의 시각을 통해 아시아를 관찰하기 위해 독일인들이 아시아에 대해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단어들 285개를 모아서 인터넷을 통해 이미지와 영상자료들을 얻어내고 이를 편집하여 비디오와 인덱스가 있는 카드들을 통해 제시하였다. 작가는 인터넷 검색시 발생하는 우연성과 서구인과 동양인 간의 인식 차이등이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새로운 편집을 통해 새로운 텍스트가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문화 읽기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탐리는 색종이를 오려 붙이는 페이퍼 콜라주를 주로 하는 작가다. 그의 작업은 우리의 의식 세계에 의식과 잠재의식 그리고 무의식, 모두 세 가지 의식이 있고 부지불각(不知不覺)에 우리가 이 세계들을 넘나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탐리의 작업은 명상의 세계, 즉 외부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자아의 세계로의 몰입에서 이루어지는 데, 그는 여기서 선과 색 그리고 형상들을 이미지화하고 이를 그의 미적 상상에 따라 재구성한다. 「신비의 열쇠」는 이러한 그의 확장된 마음의 표상을 보여준다. ● 이상의 10명의 젊은 작가들은 저마다의 작품 세계를 세계 각 국에서 체험한 자신만의 색깔들로 발명해냈다는 점에서 다양하면서도 새롭다. 작품 형식에서도 그들은 기존 형식의 틀 내에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형식적 틀을 구성해 내고자하는 의지와 시도를 보여 주었다. 이번 전시는 이외에 여러 분야의 현대미술, 즉 회화 판화 조각 영상 컴퓨터그래픽 사진 설치 인터액티브 아트 등이 어우러져 있다는 점에서도 나름대로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 ■ 서민석
Vol.20030725a | 발명된 세계_제2회 해외청년작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