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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신세계갤러리 기획초대 공모 선정작가展
인천신세계갤러리 인천시 남구 관교동 15번지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1층 Tel. 032_430_1157
현대인들은 점점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기호 이미지로 구성된 복합적인 상징체계의 포로가 되어 간다. 현대사회의 상상계와 환타즘의 표상은 시뮬레이션?이미지화되고 있으며, 무의미한 이미지는 대량으로 복제?소비된다. 그럼으로써 초기에 이미지가 가졌던 상징성은 보다 다른 차원, 즉 소비자본주의 담론의 '스타일'화를 거치면서 더 큰 마술적인 힘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제 스타일은 하나의 생활방식이며 소비문화의 파노라마 속에서 반복적으로 되풀이된다. ● 스타일은 내부세계보다는 외부세계로부터 생겨난 의미를 함의한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의 상품적 지위를 통해 자아를 인식하게 된다. 개인의 취미는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게 아니고, 외부환경이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까지도 조절하는, 바야흐로 사람들과 환경 사이의 상호관계는 뒤집어진다. 여기서 스타일은 사람들에게 겉을 치장함으로써 "남 앞에 내놓을 만하게" 꾸미는 법을 가르쳐준다. 내적 자아를 보호하도록 일종의 갑옷처럼 자아를 소외시킴으로써, 매력적인 타자성이 되도록 '가상적 객관성'을 제공해 준다. ● 스타일은 이제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것이 되었고, 그 결과 우리는 인성 자체를 잃고 있다.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유린하고 우리 내부 존재를 팔아치우고 대신 현대사회에 더 잘 들어맞는 것들로 채워 넣고 있다. 이제는 스타일의 생산과 마케팅이 거의 모든 사람들의 삶과 상상력을 지배하는 가공의 권력이 된 것이다. 온갖 종류의 디자인이 거의 모든 상품에 적용되었고, 스타일은 이제 허버트 리드가 경멸적으로 말했던 것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 영광스런 이동 취사실"에서 "국자로 퍼낼" 수 있는 그런 것이 되었다.
우리의 부서지기 쉬운 자아는 조작된 이미지가 제시하는 코드대로 베끼고, 소비한다. 이런 상황이 초래할 위험한 결과 중 하나는 우리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기억력을 감퇴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실질적 정체성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외부적 공간 뿐 아니라 내면적 공간을 보다 잘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자신의 근원적 경험을 재생하고 확장하는 측면은 배제한 채 계속해서 환경이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외부의 새로운 경험들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확실히 우리는 자신 속에서 발전해온 감성적 디테일들이 갖고 있는 자산들, 즉 인간의 정체성의 핵심을 이루는 무수한 경계표에 대한 자신의 감각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 자명하다. 세계가 우리로 하여금 이미지의 지배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한다면, 보여진 사실들의 본질이란 중요하지 않은 것이고 도리어 추구할 가치조차 없다는 의미를 함의한다. 반대로 우리 자신의 경험은 그것이 이미지의 세계에 의해서 구체화되고 검증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가치도 없게 된다. 이러한 이율배반의 그물망 위에서 표상과 실체간의 간격은 점점 더 벌어지게 되고 결국 좌표의 상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의례적으로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맹목성을 주시한다. 주어진 현실에 아무런 의심 없이 동화되고, 그 사회의 양식을 추종하며, 습관적 사고 속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삶의 모습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살기 쉽기 때문이다. 의식이 졸고 있는 것이다. 그처럼 졸고 있는 의식은 결코 인간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할 때 실천을 통한 자기실현의 조건을 성립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본인이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모든 의미망들도 이러한 자신의 부유하는 의식을 일깨우려는 시도의 목소리인 것이다. ■ 이소영
Vol.20030717a | 이소영 영상.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