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미터_Barometer'는 서울산업대학교 조형예술학과 출신들로 이루어진 그룹입니다.
초대일시_2003_0716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 문종승_이미숙_여승희_임헌우_이범규 이종경_김교령_박영자_이정연
삼정아트스페이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4번지 Tel. 02_722_9883
오늘날 우리가 가장 탐닉하는 대상, 바로 몸이다. 장 보들리야르가 지적했듯 현대인에게 몸은 가장 중요한 소비의 목표 대상이다. 노동의 도구로서, 생존의 수단으로 혹사되던 몸은 이미 무색해졌다. 이제 몸은 휴식하고 가꾸고 관리해야 하는 배려의 대상이 된 것이다. 'I sense, therefore I am'이라는 광고문구가 등장한 것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몸은 고통과 억압의 장이 아닌 향기로운 것, 맛있는 것, 부드러운 것, 아름다운 것을 취하고 느끼는 감각의 단위가 되고 있다. 지루하지 않게 끝없이 몸을 가지고 노는 것, 따라서 현대인들의 소비목록에는 몸을 즐겁게 하기 위한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몸은 지금 성형중 ● 몸을 위한 소비의 극치는 일련의 신체관리 프로그램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체중감량을 위한 다이어트는 기본이고, 연예인과 동일한 이목구비로 만드는 미용성형, 체지방 줄이기를 위한 각종 약물과 지방제거 수술, 피부톤을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각종 스케일링, 키를 크게 하는 호르몬 주사와 자세교정, 계절에 따라 피부를 검게 혹은 희게 하는 갖가지 방법, 젊게 보이기 위한 주름제거와 보톡스 주사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몸을 위해서 우리가 지출할 수 있는 항목의 수는 셀 수 없이 많다. 몸은 지금 성형중이다. 뷰티산업은 한해 7조원에 육박하는 미래 핵심산업으로 등극했다. 서울 강남은 성형외과·피부과 등 5백여 개의 관련 병·의원이 밀집되어 있는 성형특구로 자리했고, 하루 평균 한 곳 당 10여명이 수술을 받는다. 매일 5천명 이상의 성형인이 이 지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또한 이는 여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남녀노소가 자발적으로 동조하며 적극 수용하고 있다. 이제 몸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질 뿐만 아니라 평가받는 몸, 그리고 자기 성취의 의미를 갖는 몸이 되었다.
'자기관리'라는 이데올로기-내 몸은 경쟁력이다 ● 사회·문화적인 코드를 통해 자신의 존재와 몸을 투사하는 것은 더 이상 강제된 일이 아니다. 몸은 그 자체로 자족적이며 즉물적인 힘을 가지게 되었다. 멋진 몸매를 가진다는 것은 이제 '자기관리'라는 이데올로기에서 성공하는 인간형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만큼 경제·사회적으로 경쟁력을 가진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단편적인 예로 멋진 외모는 취업과 결혼에서도 필수적인 요건이다. 아울러 멋진 외모를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는 '나태와 무능'이라는 사회적 언어가 적용된다. 현시대에서 몸은 그야말로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되었다.
바로미터(Barometer)의 세번째 그룹전에 관한 모의는 이렇게 몸에 관한 것으로 시작된다. 이미 언급했듯 과거의 몸과 관계한 다양하고 복잡한 컨텍스트들은 이제, 보여주고(섹스어필, 치장, 아름다움 등) 스스로 만족하는 시선의 유희 안에서만 호흡하고 소통된다. 이것은 더 이상 새로운 얘깃거리도 아니며 공감의 차원을 넘어 일말의 의구심조차 품을 수 없을 만큼 일상적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몸은, 우리의 몸이 느끼는 쾌락들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수전 보르도는 몸을 '거대한 사회 안에서 무기력한 개인에게 남은 몇 안 되는 통제의 장들 중 하나'라고 한다. 이 이론대로라면 감각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의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서구화, 산업화로 향하는 사회조직 안에서 개인이 유일하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자신의 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바로미터는 소위 '바디랭귀지'로 일컬어지는 커뮤니케이션 툴에서 벗어나 『바디, 랭귀지』로 각각을 잠시 떨어뜨려 보기로 한다. 아울러 현대인의 유일한 통제와 지배의 장이며 성취감을 만끽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몸의 성형'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감각적 쾌락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행위가 증가한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감각적 즐거움을 취할 수 있는 통로가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라는 근거와 함께.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해 열등해진 감각기관을 보상받기 위해 대부분의 소비가 이뤄진다는 단서와 함께. 몸에 관한 일말의 의구심, 바로미터의 이번 전시는 거기에서부터 시작된다. ■ 바로미터_Barometer
Vol.20030716b | Body, Language_제3회 Barometer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