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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작가 원혜연_임만혁_김유섭_안재홍 이환권_차경화_공성훈_오창근
갤러리 상 서울 종로구 인사동 159번지 Tel. 02_730_0030
지금, 미술이 우리 삶에 어떤 가치가 있는가? ● 2002년 여름, 어떤 주제도 정하지 않고 민감하게 자신의 감성의 흐름을 따르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면서 많은 물음들을 던지게 되었다. 미술이라는 이름 하에 이루어지는 일련의 사건들, 작품들, 거창한 대의명분들. 끊임없이 치러지는 전시회들 속에서 정작 미술이 삶과 어떻게 만나지는가 라는 질문은 무색하였다. ● 그래서, 가장 단순한 전제들만 가지고 전시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 전제는 작가가 자신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질문을 가지고 있는가(그 질문의 성격을 제한하지 않고), 또한 작품을 통해 작가의 조형적인 추구가 드러나는가 였다. 물론, 물리적인 연령도 제한하지 않았지만 되도록 덜 알려진, 젊은 작가들을 찾으려 했다. ● 이렇게 느슨한 끈을 가지고 엮어진 전시는 어떤 일관된 공감으로 관람객에게 그리고 작가들에게 다가섰다고 본다. 아직도 그것을 언어로서 명확히 명명하지는 못한다. 다만 단순히 지성만, 또는 감각만, 또는 마음만이 아닌 그런 것들이 총체화 된 감성의 민감한 동요를 얻어냈다고 보는 것이다.
첫 번째 시도로서 PLS, Be quiet... 전을 바라본 평론가 심상용은 '최초의 작가' 대한 부름을 이야기하였다. 고착화된 미술제도, 경제논리와 스타시스템의 그물망을 뚫고 내적인 필연성을 따라 세계의 진실한 발견을 위해 철저히 고독해져야하는 그런 '최초의 작가'에 대한 절실한 필요였다. '여전히 그것이 가능하다면'이라는 토시를 달았던 이 요구는 그만큼 조심스럽고 아직도 완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드러나는 작가들의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조금씩 성격은 다르더라도 결국은 자신에 대한 탐색과 그 과정중의 좌절, 막연함, 은밀한 희망을 느끼는 데서 오는 희열을 만나게 된다. ● 작가가 자신에게 몰입하면 할수록 어떤 국면에서는 소통 불가능 할 것처럼 보이는 매우 개인적인 것에 천착하기도 한다. 그것은 인간의 수만큼 다양한 개성과 성향 때문이기도 하고, 때로는 시행착오로서 다시 되돌아 올 길을 가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공감이 어려운 이유가 이렇게 필연적이기도 하고 소모적이기도 한 여러 요인에서 비롯되기에 긴 안목을 가지고 우리 시대의 예술을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시대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어 나가더라도, 절실한 순수함으로 자신의 길을 가고자 하는 이의 목소리는 공명하여 타인들의 마음과 의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 해가 지난 후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통해서 맞이하는 PLS, Be quiet...Ⅱ는 이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하였다.
특히, 작품 세계 속으로 탐색해 들어갈 때 초점을 맞추었던 부분은 이 작업들이 어떻게 작가들의 존재를 성숙시키는가 였다. 현재의 미술이 워낙 접근하는 시각과 표현 방식에 있어 열려진 시대를 맞이했기에, 그만큼 다각도의 감각과 감성의 동원이 필요했다. 재료와 기법의 다양함만이 아니라, 관심의 영역도 무척 넓어진 것이다. 미술 자체에 대해, 화가로서 산다는 것에 대해, 실존에 대해, 소외에 대해, 비현실적인 것에 대해, 내면에 대해, 모순에 대해, 소통에 대해.... 갖가지 질문들의 수위와 양상은 다르지만 여전히 변화와 진보에 대한 열정과 그 막연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만나려고 하는 몸부림을 느낄 수 있었다. ● 우리는 이성의 시대를 지나 다양한 감각, 감성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권위의 시대를 지나 자유와 연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복잡한 일상을 뒤돌아보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고요히, 그리고 치열하게 물어야 할 때이다. 그런 질문들을 가지고 작품을 만나기 시작할 때 이 작품들이 비로소 어둠 속에서 천천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리할 때 미술이 삶을 구원하지는 못하지만, 함께 질문하고 함께 진보해 나갈 수 있는 동반자의 역할을 할 것이다. ■ 신혜영
Vol.20030716a | PLS, Be quiet...Ⅱ展